미국채 10년물 5.083%…2007년 이후 최고

외국인 자금 이탈·성장주 조정·원화 약세 압력

은행채 따라 금리 상승…중기 ‘돈맥경화’ 우려

뉴욕증권거래소. [게티이미지]
뉴욕증권거래소.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5%를 돌파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의 외국인 자금 이탈과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동시에 은행채·회사채 금리를 밀어 올려 가계와 기업의 대출 부담까지 키울 수 있어서다.

빚을 내 주식 투자에 나서 사람들은 주가 하락에 대출 이자 상승이라는 ‘이중고’를 겪을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는 자금조달 비용 상승에 대출 문턱까지 높아지는 ‘돈맥경화’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3일(현지시간)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동부시간 오전 11시56분 기준 연 5.083%로 전장보다 약 11.6bp(1bp=0.01%포인트) 급등했다.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S&P글로벌의 9월 미국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가 58.4로 6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됐다. 강한 경기와 공급망 병목, 인력난이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채권금리를 끌어올렸다.

▶외국인 자금 빠지나…반도체·성장주 ‘긴장’=미국 국채 금리 상승의 충격이 가장 먼저 나타날 수 있는 곳은 바로 우리 주식시장이다. 위험 없이 연 5% 안팎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미 국채의 매력이 높아지면 투자자들이 한국 등 신흥국 주식에서 자금을 빼 미국 달러 자산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외국인 매도세가 확대되면 코스피가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오르는 압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미래 이익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많이 반영된 반도체·바이오·2차전지 등 성장주는 할인율 상승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는다. 금리가 오를수록 미래에 벌어들일 이익의 현재 가치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최근 코스피가 큰 폭의 등락을 반복한 상황에서 미 국채 금리 급등까지 겹치면 변동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원화 약세는 수출기업의 원화 환산 실적에는 도움은 될 수 있겠지만 원자재와 에너지 수입가격을 끌어올려 내수기업에는 비용 부담으로 작용한다.

한국은행의 최근 연구에서도 한·미 장기금리 동조화의 핵심 요인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 충격이 지목됐다. 미국발 충격은 위험 회피보다 ‘한국은행도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정책 기대를 통해 국내 장기금리로 주로 전달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채권에 투자한 개인도 안심하기 어렵다. 금리가 오르면 기존 채권 가격은 떨어진다. 장기채나 미국 국채 ETF를 보유한 투자자는 평가손실이 커질 수 있다. 반면 새로 채권을 사려는 투자자에게는 더 높은 이자를 받을 기회가 될 수 있다.

23일 서울 하나은행 딜링룸. [연합뉴스]
23일 서울 하나은행 딜링룸. [연합뉴스]

▶주담대·신용대출 금리도 다시 오른다=미 국채 금리 상승이 국내 국고채와 은행채 금리를 끌어올리면 가계대출 금리에도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은 주로 은행채 5년물 금리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시장금리 상승이 신규·갱신 대출금리에 비교적 빠르게 반영된다. 변동형 주담대도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지면 코픽스(COFIX)를 통해 금리가 오를 수 있다. 신용대출 역시 은행채 등 단기 시장금리의 영향을 받는다.

지난 23일 국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4.006%, 회사채 3년물(AA-) 금리는 연 4.689%를 기록했다. 미국발 금리 충격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전부터 국내 채권금리가 높은 수준을 보인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예금은행의 신규 대출 평균금리는 연 4.27%였다. 한은은 앞서 은행채 5년물 금리가 74bp 오르는 동안 가계대출 금리가 33bp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시장금리 상승이 은행의 가산금리 인하로 일부 상쇄되더라도 가계대출 금리를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의미다.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경우 대출잔액이 5억원인 차주는 단순 계산으로 연간 이자 부담이 125만원 늘어난다. 0.50%포인트 상승하면 추가 이자는 연간 250만원으로 불어난다. 예금금리도 오를 수 있지만 금융자산보다 빚이 많은 가구는 이자 부담 증가를 더 크게 체감할 수밖에 없다.

▶“대기업보다 더 아프다”…중소기업 자금줄 압박=미국발 고금리 충격은 중소기업에 더 치명적일 수 있다. 대기업은 회사채 발행이나 해외 자금조달 등 선택지가 있지만 중소기업은 은행과 비은행 대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시장금리가 오르면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도 상승한다. 은행은 기업대출 금리를 높이거나 신용도가 낮은 기업을 중심으로 대출심사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기존 대출을 연장해야 하는 중소기업은 금리 상승뿐 아니라 한도 축소나 추가 담보 요구까지 겪을 수 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금융권의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1643조7000억원에 달했다.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2.87%로 대기업의 0.29%보다 약 10배 높았다. 기업대출 전체 연체율도 2.43%로 장기평균을 웃돌았다.

중소기업의 이익창출 능력도 충분히 회복되지 못한 상태다. 한은 분석에서 금리 상승기뿐 아니라 금리 하락기에도 이자율 변동이 중소기업의 이자보상배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이 적고 차입금 의존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작은 폭의 금리 상승에도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특히 건설·석유화학·금속제품 등 업황이 부진한 업종은 회사채 발행금리가 오르고 차환이 어려워질 위험이 크다. 수출 중소기업도 원화 약세에 따른 매출 증가 효과보다 원자재 수입비용과 외화대출 상환 부담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한은의 금리 셈법도 복잡해졌다=미 국채 금리 상승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운신 폭도 좁힐 수 있다. 한은은 이미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3.00%로 두 차례 연속 올렸고 물가가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웃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경기와 취약차주의 부담만 고려하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춰야 하지만 미국과의 금리 격차 확대, 원화 약세, 수입물가 상승을 방치하기도 어렵다. 미국발 고금리가 장기화하면 국내 기준금리 인상 기대가 커지고 국고채와 은행채, 대출금리가 다시 오르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일반 국민이 체감하는 충격은 주가와 환율, 대출이자를 통해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장기금리 상승이 일시적 현상에 그칠지, 연준의 추가 긴축으로 이어질지가 국내 가계와 기업의 금융 부담을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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