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은 여성에 국한된 암이 아니며, 남성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 남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의 1% 미만으로 대중적 인식이 낮고, 대부분 단순 여유증(여성형 유방증)으로 여겨 진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유방암은 여성에 국한된 암이 아니며, 남성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 남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의 1% 미만으로 대중적 인식이 낮고, 대부분 단순 여유증(여성형 유방증)으로 여겨 진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태열 의학전문기자] 유방암은 보통 여성의 병이라고만 생각한다. 남성도 유방암에 걸릴 수 있을까? 외신에 따르면 영국의 로버트 플레그하르트(62)는 친구가 장난으로 젖꼭지를 꼬집은 뒤 일주일 넘게 가슴 통증이 이어져 부위를 확인하다가 유두 바로 옆에서 작은 멍울을 발견했다. 남자는 유방암에 걸리지 않으니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계속 신경이 쓰여 병원에 갔고, 간호사의 권유로 유방촬영술을 받았다. 여기서 유방촬영술이란 엑스레이로 유방 속 덩어리와 석회화를 찾는 검사를 뜻합니다. 결과는 유방암이었고, 암은 림프절 한 곳으로 전이된 상태였다.

유방암은 여성에 국한된 암이 아니며, 남성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 남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의 1% 미만으로 대중적 인식이 낮고, 대부분 단순 여유증(여성형 유방증)으로 여겨 진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미국 국립보건원에 따르면 남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의 1% 미만이다. 하지만 진단이 늦어 이미 진행된 뒤 발견될 가능성이 높고, 진단 시 평균 연령은 60~70세이지만 모든 연령대에서 발생할 수 있다. 호르몬 이상과 BRCA 유전자 이상이 원인으로 추정되는데 BRCA란 손상된 DNA를 고치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로, 변이가 있으면 유방암과 난소암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60~70대 남성에서 주로 진단, 자가 판단 어려워=남녀 모두 기본적인 유방 구조를 동일하게 가지고 태어난다. 여성은 사춘기 이후 여성호르몬의 영향으로 유선과 지방조직이 발달하는 반면, 남성은 발달 정도가 상대적으로 적지만 유관을 포함한 유선조직이 기본적으로 존재한다.

경희대병원 유방외과 채수민 교수는 “유방암은 유선조직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남성은 주로 60~70대 늦은 나이에 진단되는 경향이 있다”며 “고령 외에도 유방암 가족력, BRCA2 유전자 변이, 방사선 노출, 비만, 성호르몬 환경 변화 등이 주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성 유방암의 대표적 증상은 가슴 멍울이며, 양성 질환과의 감별이 필요하다. 여유증은 대개 유두 및 유륜 아래 유선 조직이 커지면서 발생하며, 만졌을 때 부드럽거나 탄력이 있고 눌렀을 때 통증을 동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로 양측 유방에 대칭적으로 나타나지만 드물게 한쪽에만 발생하기도 한다.

반면, 남성 유방암은 주로 한쪽 유방, 특히 유두 아래 또는 주변에서 잘 움직이지 않는 단단한 멍울로 발견되며 통증이 없는 경우가 많다. 채수민 교수는 “다만 멍울의 촉감이나 통증 유무만으로 스스로 암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멍울 외에도 혈성 유두 분비물, 유두 함몰, 귤껍질처럼 변하는 피부 변화, 겨드랑이 림프절 비대 등이 동반된다면 유방암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성은 여성보다 유방 조직이 적어 암이 유두·피부·흉벽 등 주변 구조로 침범하기 쉬운 만큼, 가슴 부위의 새로운 변화가 느껴진다면 미루지 말고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기 발견이 예후 좌우, 수술·내분비치료 병행 필요=남성 유방암의 기본 치료는 수술이며 유방전절제술이 주로 시행된다. 다만 종양의 위치와 범위에 따라 일부 환자에서는 유방보존수술과 방사선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또한 병기와 종양의 생물학적 특성에 따라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치료, 내분비치료, 표적치료를 적절히 병행할 수 있다.

채수민 교수는 “남성 유방암은 여성 호르몬의 영향으로 암세포가 증식하는 호르몬수용체 양성 비율이 높다”며 “수술 후 호르몬 자극을 최소화하는 보조 내분비치료가 재발 위험을 낮추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대표적으로 타목시펜 복용이 권고된다”고 말했다.

경희대병원 유방외과 채수민 교수
경희대병원 유방외과 채수민 교수

남성 유방암 역시 조기에 발견하면 예후가 좋은 편이다. 그러나 진단이 늦어지면 주변 림프절을 비롯한 다른 장기로 전이될 위험이 커진다. 채수민 교수는 “60대 이상이거나 유방암 가족력, 유전자 변이 등 위험요인이 있는 남성이라면 가슴 부위의 변화를 주의 깊게 살피고, 이상 소견 시 전문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며 “특히 고위험 유전인자를 가진 남성은 유전상담을 통해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고 이에 맞춘 검진 계획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kt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