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신반도체, 선전 창업판 상장

IPO로 1조2000억원 조달

中 정부, 적자인데도 IPO 허가

레거시 반도체도 몸집 키워

메모리도 삼전닉스 바짝 추격

<편집자주>

‘칩칩팹팹(Chip Chip Fab Fab)’​은 AI 시대를 움직이는 반도체 산업을 쉽고 깊이 있게 풀어내는 연재입니다. AI 혁명의 핵심인 ‘칩(Chip)’과 이를 만드는 ‘팹(Fab)’을 잇는 이름으로, ‘칙칙폭폭’ 달리는 기차처럼 반도체 산업의 쉼 없는 진보를 담은 표현이기도 합니다. 복잡한 기술은 쉽게, 뉴스 이면의 이야기와 산업의 흐름은 깊이 있게 전하며, AI 시대를 이끄는 반도체의 현재와 미래를 독자들과 함께 읽어갑니다.

중국의 웨이퍼 파운드리 기업인 캔세미테크놀로지(웨신반도체) [웨신반도체 홈페이지 캡처]
중국의 웨이퍼 파운드리 기업인 캔세미테크놀로지(웨신반도체) [웨신반도체 홈페이지 캡처]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중국이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의 증시 입성까지 허용했다. 미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 및 장비 수출 규제 속 상대적으로 기술 진입장벽이 낮은 성숙(레거시) 공정을 중심으로 생산 기반을 넓혀 반도체 자립도를 높이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웨이퍼 파운드리 기업인 캔세미테크놀로지(웨신반도체)는 13일 선전증권거래소 창업판(创业板)에 상장다. 창업판은 성장·혁신기업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는 시장으로 한국의 코스닥과 유사하다. 이번 기업공개(IPO)를 통한 조달액은 초과배정옵션 행사 전 기준 약 61억5700만위안(약 1조2000억원)이다. 예상 시가총액은 약 345억6800만위안(약 약 6조9400억원)에 달한다.

2017년 설립된 웨신반도체는 중국 광저우에 본사를 둔 12인치(300㎜)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이다. 180~55나노미터(㎚·10억분의 1m) 성숙 공정을 기반으로 아날로그반도체, 전력관리반도체(PMIC), 이미지센서, 디스플레이 구동칩 등을 위탁생산한다. 우리나라 DB하이텍과 SK키파운드리와 유사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웨신반도체는 최근 자동차 전장 분야로도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웨신반도체가 지난 5월 선전증권거래소에 제출한 IPO 2차 심사 질의 답변서에 따르면 위탁생산한 반도체 중 완성차 업체의 차량용 인증을 통과한 제품은 총 18종이다.

회사는 “차량용·산업용 전력반도체의 경우 제품 인증에 통상 1~2년 이상이 소요되지만, 양산에 진입하면 공급업체 변경이 쉽지 않아 장기적인 고객 관계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웨신반도체는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생산설비 투자와 특화 공정 기술 개발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현재 12인치 공장 2개의 계획 생산능력은 월 8만장이다. 추가 건설을 통해 월 12만장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실리콘 포토닉스 등 차세대 공정 기술 투자도 강화하고 있다.

65억위안 적자에도 증시 입성

中, 레거시 파운드리 육성 속도

“美 제재에도 자신감 보이는 것”

눈에 띄는 점은 웨신반도체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상장이 허용됐다는 것이다. 웨신반도체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각각 19억1700만위안(약 3846억원), 22억5300만위안(약 4520억원), 23억4600만위안(약 4707억원)의 지배주주 순손실을 기록했다. 최근 3년간 누적 순손실만 약 65억1600만위안(약 1조3073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매출은 약 25억8200만위안(약 5180억원)으로 전년 대비 53.6% 증가했지만 여전히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웨신반도체는 상장공고에서 반도체 제조설비의 감가상각비와 연구개발비 부담으로 빨라야 2029년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중국은 자국 반도체 산업을 확장하기 위해 성장성과 기술력을 갖춘 기업의 상장 문턱을 낮추고 있다.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한참 못 따라가는 현재 투자를 집중해 생산량을 늘려야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차량용 전력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신롄집적(芯联集成) 역시 2023년 적자인데도 불구하고 상하이증권거래소 과학기술혁신판에 상장한 바 있다.

중국의 파운드리 산업은 이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순수 파운드리 시장에서 대만 TSMC는 73%, 삼성전자는 7%, 중국 SMIC는 5%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SMIC는 같은 기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했으며 중국 화훙반도체와 넥스칩의 매출도 각각 17%, 21% 늘었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메모리 주요 3사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AI 최적화 메모리에 더 많은 생산능력을 투입할수록 비용이 낮은 중국 공급자들은 범용 D램 수요를 충족하는데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런 맥락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지난 11일 중국 상하이에서 “중국이나 미국 마이크론이 더 빠른 속도로 증설해버리면 우리나라의 시장점유율은 줄어든다. 빨리 (생산 시설을) 확장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반도체 업계는 웨신반도체의 상장을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에 대응하기 위한 중국의 자구책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 기업 SMIC가 첨단 공정 개발을 추진하고 있지만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로 기술 발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기술적 진입장벽이 낮은 성숙 공정을 중심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SMIC의 생산능력만으로는 중국 내 반도체 수요를 충족하는 데 한계가 있어 신규 파운드리 기업을 육성하며 공급망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웨신반도체의 증시 입성은 중국의 성숙 공정 파운드리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반도체 국산화를 지속할 수 있다는 일종의 자신감으로도 보인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첨단 공정에서는 여전히 기술적 제약이 큰 만큼 중국의 성숙 공정 생산능력 확대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경쟁 구도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파운드리 이어 D램까지 삼성·하이닉스 추격 가속

CXMT “4F² D램 연말 출시”

차오칸위(曹堪宇) CXMT 최고경영자 [CXMT 홈페이지 캡처]
차오칸위(曹堪宇) CXMT 최고경영자 [CXMT 홈페이지 캡처]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도 가속화하고 있다. 차오칸위 CXMT 사장은 지난 10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4회 집적회로 및 칩렛 콘퍼런스’에서 “4F² D램 구조를 적용한 차세대 DDR5 RDIMM 서버용 메모리를 연말까지 출시할 것”이라고 했다.

4F²는 현재 주류인 6F²보다 메모리 셀 면적을 이론상 약 33% 줄일 수 있는 기술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4F² D램을 개발하고 있으나 아직 양산 계획을 밝힌 적은 없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2028년께 양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CXMT가 차세대 D램 구조를 적용할 첫 제품으로 서버용 메모리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고부가가치 메모리 시장에 정면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오칸위 사장은 CXMT는 관련 공개 특허군이 300건 이상으로 해외 업체보다 많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만약 CXMT가 계획대로 올해 제품을 출시한다면 한국 메모리의 기술을 앞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g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