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첫 전세 만기
실거주 의무·대출규제·세제 개편에 전세 소멸
세입자 호소에도 집주인은 “직접 살겠다”
세입자가 두 배 가격을 불렀는데도 임대인이 장기거주 요건을 채워야 한다고 거절하더라고요
아이 학교 때문에 동네에 머물러야 하는 세입자는 소형 평형을 알아봐요. 입주 당시에는 84㎡(이하 전용면적·34평) 전세를 9억원 정도에 들어왔는데, 이제 돈을 보태서 59㎡(25평)으로 가려 해도 12억, 13억 이러니 버거운 거죠.
[헤럴드경제=윤승현·신혜원 기자] 지난 12일 찾은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인근 공인중개사무소들은 첫 전세 만기를 앞둔 세입자들의 고민을 이같이 전했다. 2년 전 대규모 입주장에서 저렴한 가격에 전세를 구했던 세입자들이 계약 만료를 앞두고 갈 곳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집주인의 실거주 움직임에 매물은 자취를 감췄고, 전셋값은 두 배 가까이 올랐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라 불리는 올림픽파크포레온은 총 1만2032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로, 지난 2024년 11월 입주를 시작했다. 당시 체결한 2년 전세계약의 만기가 순차적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통상 입주 2년차가 되면 기존 세입자의 퇴거나 갱신·신규 계약 등이 맞물려 거래가 다시 활발해지지만, 현장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단지 내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지금 단지가 이렇게 큰데 전세 물건은 10개도 안 된다”며 “드물게 계약이 될 때마다 가격은 계속 오른다”고 말했다. 인근 C공인중개사무소 대표도 “입주장 때 거래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며 “입주 2년 차가 다가오면 물건이 좀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완전 전멸이고, 59㎡는 아예 없다”고 전했다.
전세 매물이 바닥을 보인 배경에는 집주인들의 실거주 움직임이 있다. 올림픽파크포레온 전체 가구 중 일반분양 물량은 4786가구로, 이들 주택에는 2년의 실거주 의무가 적용된다. 전세보증금으로 분양 잔금을 치렀던 집주인들은 최초 입주 가능일로부터 3년이 되는 내년 11월 이전에 실거주를 시작해야 한다.
입주 초부터 실거주한 일반분양자는 올해 말 의무 기간 만기가 되지만, 현장에서는 신규 전세 매물이 많지 않을 것으로 봤다. 단지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실거주 중이던 집주인도 이참에 눌러앉는 분위기”라며 “상급지로 이동하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지만, 대출이 안 나오다 보니 갈아타기가 힘들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거주 의무가 없는 조합원들도 향후 주택 매도 시 양도소득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거주기간을 확보하려는 양상이다. 장기보유특별공제 등 세제상 혜택을 고려해 직접 입주하거나 기존 거주를 유지하려는 것이다.
그는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쓰면 보증금을 기존 계약의 5% 이내에서 맞춰야 하는데, 2년 전과 시세가 크게 벌어진 상황”이라며 “임대인들은 추후 매매까지 고려해 실입주로 손해를 줄이려 한다”고 전했다.
이렇듯 소유주들의 실거주 움직임으로 매물이 자취를 감추며 전셋값은 가파르게 올랐다. 입주 당시 보증금 6억원 안팎에 세입자를 들였던 59㎡는 지난달 5일 13억원에 계약되며 전세 신고가를 찍었다. 8억~9억원대였던 84㎡ 역시 지난달 17일 16억5000만원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에 기존 세입자가 같은 단지에서 집을 옮기려면 수억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출 규제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가운데 세입자들은 인근 구축 아파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자녀 학교 문제로 단지를 떠나기 어려운 가구는 월세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는 게 현장 중개사무소들의 이야기다.
전셋값이 크게 오른 만큼 먼저 보증금을 올려 주겠다고 제안하는 세입자도 나왔다. C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집주인이 집을 빼 달라고 하니 세입자가 ‘지금 전셋값이 많이 올라서 그러시면 그 금액 그대로 드리겠다’고 했다”며 “전세 계약을 10건 하면 계약갱신청구권을 쓴 건 1~2건 정도였다”고 말했다.
매물 가뭄과 전셋값 급등이 겹치면서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도 잇따르고 있다. 중개사무소 관계자들은 계약 기간을 두고 다툼이 발생하거나, 세입자가 연락을 끊고 잠적하는 사례도 발생했다고 귀띔했다. 단지 내 공인중개업소에선 “장기 거주가 가능하다고 해 들어온 세입자가 이사비라도 보장해 달라 요구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책 변화 없이는 추가적인 매물 출회가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전월세는 보통 2~3달 전에 나오는 만큼 이제 나올 매물은 다 나왔다고 본다”면서 “사실 가장 중요한 건 대출 규제”라며 “상환 능력이 있어도 대출이 안 풀리니 이동 자체가 없어 매물이 다 묶여 있는 상황”이라 덧붙였다.
전문가들 또한 이 같은 매물 감소와 가격 상승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금은 고가·비거주 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 세제 개편으로 집주인들의 실거주 경향이 강해졌다”며 “세제개편안이 어떻게 국회를 통과할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전반적으로 강남권 고가 주택에서 전세 매물이 줄고 가격 상승 압력이 발생할 것”이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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