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남부에 공장을 둔 자동차 부품 회사가 있다. 창업 30년 만에 매출 800억원, 영업이익 80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설비 투자는 웬만큼 끝나 한 해 100억원 안팎의 현금이 남는다. 같은 업종의 중견기업이 인수 의향을 밝혔고, 처음 오간 숫자는 500억원이었다.
계약서에 서명을 마친 날, 창업주가 사무실을 나서며 물었다. “그런데 500억원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계약서에 적힌 매각 대금은 360억원이었고, 지분 60%를 가진 그의 몫은 216억원이었다. 숫자를 속인 사람은 없었다.
매각 대금은 한 번에 정해지지 않는다. 회사의 값에서 주식의 값으로, 다시 내 몫으로, 세금을 내고 남는 돈으로 내려온다. 어쩔 수 없는 구간이 있고, 준비로 갈리는 구간이 있다.
첫 구간은 어쩔 수 없는 쪽이다. 매수자가 매긴 500억원은 회사 전체의 값이다. 공장과 설비, 거래처와 인력을 통째로 가져오는 값이고 그 안에는 빚도 들어 있다. 차입금 150억원에 보유 현금 50억원, 순차입금 100억원이 매수자에게 그대로 따라오니 주식에 지불할 값은 400억원이 된다.
주식양수도에서 회사의 빚은 회사에 그대로 남는다. 빚이 대금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대금이 정해지기 전에 가격에 반영될 뿐이다. 애초에 주주의 몫이 아니었던 돈이니 아쉬워할 일은 아니다. 다만 협상 초반에 들은 500억원이 매각 대금이었던 적은 없다. 첫 번째로 확인할 것이 바로 이것이다.
두 번째 구간부터 결과가 갈린다. 실사가 시작되면 장부에 차입금으로 적히지 않은 것들이 빚처럼 취급된다. 지급하지 않은 성과급, 부족하게 쌓은 퇴직급여, 진행 중인 소송의 예상 배상액, 세무조사에서 추징될 수 있는 금액. 인수 직후 회사에서 나갈 돈이라는 논리다. 이 회사는 여기서 40억원을 더 내주고 360억원에 합의했다.
두 번째 확인 사항이 바로 이 것이다. 빚으로 간주할 항목과 기준일은 의향서 단계에서, 그것도 구속력 있는 문장으로 남겨야 한다. 배타적 협상권을 넘겨준 뒤에는 협상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세 번째는 운전자본이다. 계약부터 대금 지급까지 한 달에서 반년이 걸리는 탓에 종결 시점의 재고와 매출채권은 실사 때와 달라져 있고, 기준선과의 차액만큼 대금이 오르내린다. 종결을 앞두고 재고를 밀어내 현금으로 바꾸면 통장은 두둑해지지만 운전자본이 줄어 그만큼 차감된다. 기준선을 과거 12개월 평균처럼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못 박아 두는 것이 세 번째다.
여기까지가 회사의 값이다. 360억원은 지분 100%에 대한 대금이고, 60%를 가진 창업주의 몫은 216억원이 된다. 그 금액이 지분 100% 기준인지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세금이 있다. 양도소득세는 판 값이 아니라 취득가액을 뺀 차익에 매긴다. 창업 자본금이 3억원이었으니 216억원의 대부분이 과세 대상이다. 중소기업 주식을 가진 대주주는 과세표준 3억원까지 20%, 초과분에 25%가 적용되고 지방소득세가 10% 더 붙는다.
여기에 증권거래세가 따로 있다. 이익이 났든 아니든 양도가액에 0.35%가 붙고, 내는 사람은 파는 쪽이다. 둘을 합쳐 59억원, 손에 남는 돈은 157억원이다. 3억원을 넣어 216억원을 받은 데 대한 몫이니 아까워할 일은 아니다.
창업주가 부채성 항목으로 내준 40억원은 미리 합의했다면 달랐을 돈이다. 운전자본 기준선도 마찬가지다. 500억원이라는 숫자는 틀리지 않았다. 그것은 회사의 값이었지 그의 값이 아니었을 뿐이다. 매각 협상은 총액에서 갈리지 않는다. 그중 어디가 아직 바꿀 수 있는 구간인지에서 갈린다. 매수자에게는 반복하는 거래지만, 매도자에게는 대개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그 격차를 메우고 값이 정해지기 전에 물어야 할 것을 대신 묻는 일이 매각 자문의 몫이다.
김대업 브릿지코드 M&A센터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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