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산업은 오랫동안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업종으로 평가받아 왔다. 산업이 발전할수록 폐기물 처리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는 반면, 높은 인허가 장벽은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에 주목한 사모펀드(PEF)의 투자가 이어졌고, 지속적인 인수·합병(M&A)을 거치며 다수의 대형 환경 플랫폼이 탄생했다.
최근에는 시장의 흐름도 달라지고 있다. 2024년부터 올해 초까지 대형 환경 플랫폼의 경영권이 다른 PEF로 넘어가는 세컨더리 거래가 잇따랐다. 이들 자산이 운영 개선과 추가 투자를 거쳐 다시 시장에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당분간 환경산업 M&A의 무게중심이 대형 플랫폼 거래보다 기존 플랫폼의 사업 영역과 처리 역량을 넓히는 중소형 볼트온(Bolt-on) 거래에 실릴 것으로 보는 이유다.
보다 근본적인 변화는 순환경제로의 전환에서 나타난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자원순환을 촉진하기 위해 자동차·포장재 등의 생산자에게 재활용 원료를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처리해야 할 폐기물에 불과했던 자원이 이제 재활용과 재자원화를 거쳐 새로운 원료 공급원으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환경기업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폐기물 발생량 증가에 따른 처리 수요뿐 아니라 재활용 원료 수요 확대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 단순히 폐기물을 처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원재료 조달과 제품 생산, 유통·사용, 회수, 선별·전처리, 재활용·소재화, 다시 생산공정에 투입되는 제조업의 ‘클로즈드 루프(Closed-loop)’를 완성하는 핵심 파트너로 진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지속가능항공유(SAF)다. EU의 ‘리퓨얼EU 항공(ReFuelEU Aviation)’ 규정에 따라 2025년부터 EU 공항에 공급되는 항공유에는 SAF를 최소 2% 혼합해야 하며, 이 비율은 2050년 70%까지 높아질 예정이다.
현재 상용 SAF는 폐식용유와 동물성 유지 등을 원료로 하는 수소화지방산(HEFA) 방식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문제는 원료 확보다. 폐식용유는 다수의 소규모 배출처에서 분산돼 발생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면 지역별 수거망과 저장시설은 물론 품질관리와 전처리 역량까지 갖춰야 한다. 규제 강화로 SAF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데 비해 공급은 제한적이다. 합성연료 등 대체 생산방식이 충분히 확충되기 전까지 폐유지를 둘러싼 확보 경쟁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도시광산도 주목할 만하다. 폐전자제품과 폐배터리, 산업 스크랩에서 금·은·구리·니켈·코발트, 희토류 등 유가금속과 플라스틱을 회수해 다시 자원으로 활용하는 산업이다. 국내 폐전기·전자제품 배출량은 2024년 약 19만 톤으로, 2015년 이후 연평균 17% 증가했다. 데이터센터 건설과 로봇·전력 인프라 투자가 확대될수록 전자폐기물 발생량 역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제도적 기반도 빠르게 갖춰지고 있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를 전기·전자제품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되면 제조·수입업자의 회수 및 재활용 책임은 더욱 커진다. 자연스럽게 수집·운반·전처리 시설에 대한 수요도 늘어난다. 여기에 희토류를 비롯한 핵심광물 재자원화에 대한 정책 지원까지 더해지면 도시광산 시장의 외연은 한층 넓어질 수 있다.
다만 시장의 성장이 모든 기업에 똑같은 기회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원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수거망과 금속 회수 기술이 필요하고, 정·제련에는 대규모 투자와 많은 에너지가 들어간다. 결국 수거망과 기술력, 처리 규모를 두루 갖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기업일수록 유리하다.
첨단 제조업의 성장은 환경산업에도 새로운 과제를 던진다. 산업이 고도화될수록 폐기물 발생과 재활용 원료 수요는 함께 늘어나지만, 데이터센터와 로봇, 전력 인프라 등 신산업이 커지는 속도를 재활용 기술과 인프라가 아직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 간극을 메우는 데 민간 자본의 역할이 중요하다. PEF 등 민간 자본의 유입은 기술 개발과 처리 인프라 확충을 앞당길 수 있다. PEF가 보유한 제조기업 역시 재활용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강화되는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환경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나 M&A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순환경제로의 전환이 빨라질수록 환경산업은 더 이상 제조업의 뒤에서 폐기물을 처리하는 후방산업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첨단 산업의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인프라로 환경산업의 역할도 함께 확장되고 있다.
이상훈 삼일PwC 딜 부문 파트너
aret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