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지하시설서 비축부품 조립...수백~수천발 생산 가능”
美 “미사일 산업기반 90% 파괴” 주장에도 전력 재건
JD밴스·루비오 등 “전쟁 트럼프 임기 말까지 갈수도”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이란이 지하 시설에서 비축해 놓은 부품을 조립해 탄도미사일 생산을 재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란의 미상리 전력 재건이 본격화되면서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장기 소모전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 백악관 내부에서는 전쟁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29년 1월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미국과 중동 당국자를 인용해 이란이 전쟁 초기 단계에 미국과 이스라엘의 미사일 기지와 생산 시설 집중 타격에도 지하시설에서 탄도미사일 생산을 다시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발사 직전 연료를 주입해야 하는 액체 추진 미사일과 발사 준비가 완료된 상태로 보관할 수 있는 고체 추진 미사일 모두 재생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활동은 이란 남동부의 코지르의 미사일 시설 등 몇몇 지하 기지에서 포착됐으며, 추가 공습을 피하기 위한 새로운 지하 조립시설 건설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미사일 및 부품 생산을 위한 시설을 다수 파괴한 데다 해상 봉쇄로 부품과 고체 연료 재료 수입이 어려워진 만큼 전쟁 전에 비해 생산량이 적지만, 전쟁 전 비축해둔 기존 부품을 활용해 신규 미사일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한 미 당국자는 이란이 보유 부품만으로도 최소 수백발의 미사일을 조립할 능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전 미 중앙정보국(CIA) 분석가인 짐 램슨 킹스칼리지런던 방문연구원은 비축 부품 규모와 가동 가능한 지하시설에 따라 생산 가능한 미사일이 “수백발, 어쩌면 수천발”에 달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숀 파넬 미 국방부 수석대변인은 미국이 “이란의 드론·탄도미사일·해군 산업기반의 최대 90%를 파괴했다”며 이란의 공격 능력을 크게 약화시켰다고 주장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도 지난 4월 이란의 미사일 프로그램이 “기능적으로 파괴됐다”고 밝힌 바 있다.
백악관 관계자 역시 이란이 탄도미사일 생산을 재개했는지 여부에는 직접 답하지 않으면서도 “이란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약해졌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도록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WSJ에 밝혔다.
그러나 WSJ은 이란의 미사일 생산 재개가 “미국과 이스라엘이 선전해온 전쟁의 주요 성과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이란의 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히 해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것이며, 이란의 무기 비축량과 미국과 걸프 지역의 요격 미사일 비축량의 소모전에서 이란이 버틸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비영리기구 미사일방어지지동맹(MDAA)의 탈 인바르 수석분석가는 “시설에 대한 공습이 없으면 손상된 인프라를 복구할 수 있고, 다른 나라에서 새 부품을 구입해 시설에 비축할 수 있다”며 “이란이 미사일 생산 능력을 재건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지극히 순진하다”고 말했다.
실제 이란은 지난 6월 미국과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후 짧은 소강 국면을 활용해 군사력 재건에 속도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위성사진에서도 공습으로 붕괴됐던 미사일 기지 터널 입구가 복구되고 생산시설 재건이 진행되는 정황이 포착됐다.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과 이란이 단기간 내 출구를 찾기보다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는 관측과도 맞물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란 지도부는 경제적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음에도 이번 전쟁을 체제 존립이 걸린 위협으로 인식해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미국이 공격을 강화할 경우 미군과 걸프 지역 자산에 대한 타격 수위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미국 역시 장기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WSJ은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J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 백악관 고위 참모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쟁이 그의 임기가 끝나는 2029년 1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이는 “11월 3일 중간선거가 끝나면 전쟁이 즉시 끝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양측이 물러서지 않으면서 핵심 쟁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던 호르무즈 해협은 선박 공격과 봉쇄로 물동량이 급감했고, 이란 핵 프로그램의 향방 역시 불투명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해 6월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격 이후 핵무기 제조에 근접한 수준으로 농축된 우라늄 재고의 상태와 위치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이란의 미사일 생산능력과 미국·걸프 국가들의 요격탄 재고 간 ‘시간 싸움’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니콜 그라예프스키 파리정치대학 이란 전략 전문가는 “시설이나 미사일 자체를 파괴할 수는 있지만이란 미사일 프로그램의 재건 능력은 핵 프로그램보다 빠르고 시설도 상당히 분산돼 있다”며 “이란이 이처럼 정교한 미사일 인프라를 구축한 이유가 바로 이런 공격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mokiya@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