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경영권 분쟁 시작 후 2년

아연·연 세계 1위…20여 종 비철금속 생산

반도체 황산 국내 수요 60% 이상 공급

AI 구리 수요 대응…2028년 15만톤 체제

폐전자제품→친환경 동→동박 자원순환

상반기 영업익 1.3조…작년 연간 실적 넘어

최윤범 체제서 첨단소재 투자 확대

최윤범(가운데) 고려아연 회장이 울산 온산제련소에서 생산해 미국 등에 수출하는 전략광물 안티모니를 살펴보고 있다. [고려아연 제공]
최윤범(가운데) 고려아연 회장이 울산 온산제련소에서 생산해 미국 등에 수출하는 전략광물 안티모니를 살펴보고 있다. [고려아연 제공]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2024년 9월 13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의 공개매수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다. 2년여 동안 고려아연은 안팎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최윤범 회장의 주도 아래 사업의 외연을 빠르게 넓혔다.

2022년 말 취임한 최윤범 회장 체제에서 고려아연은 반세기 동안 축적한 제련 경쟁력을 바탕으로 철강부터 반도체·배터리·AI(인공지능)까지 한국 제조업의 밑단을 떠받치는 기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반도체 황산과 친환경 동, 동박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비철금속 제련사를 넘어 ‘산업 주권’의 한 축으로 변신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아연·연·동 등 기초금속과 금·은 등 귀금속, 각종 희소금속과 반도체 황산을 포함해 20여종의 비철금속·핵심광물을 연간 120만톤 이상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아연 세계 시장 점유율은 6.2%, 연(鉛)은 9.0%로 각각 세계 1위다. 울산 온산제련소에서만 지난해 아연 61만톤과 연 41만4000톤을 생산했다. 아연과 연뿐 아니라 은·동·황산 등 다양한 금속과 소재를 한곳에서 생산하는 종합제련소로, 24시간 연속조업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고려아연 매출 추이
고려아연 매출 추이

44년 흑자 만든 제련 기술…아연 넘어 ‘20개 금속’으로

세계 1위 경쟁력의 밑바탕에는 반세기 가까이 축적한 제련 기술이 있다. 고려아연은 1982년부터 44년 연속 연간 영업흑자를 이어왔다. 분기 실적 공시가 본격화된 2000년 이후로 범위를 좁혀도 106분기 연속 영업흑자다. 원료 가격과 환율, 제련수수료 등 외부 변수에 민감한 제련업 특성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기록이다.

최근에는 실적 규모도 한 단계 커졌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16조5879억원, 영업이익은 1조2319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 12조4446억원, 영업이익 1조3332억원을 거두며 반년 만에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을 넘어섰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내부 전경 [고려아연 제공]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내부 전경 [고려아연 제공]

‘고려아연’이라는 이름과 달리 수익원도 이미 아연 하나에 머물지 않는다. 올해 상반기 별도 기준 제품 매출 8조3404억원 가운데 은 매출은 4조1080억원으로 49.3%를 차지했다. 아연은 1조5626억원, 연은 7172억원이었다. 아연과 연을 제련하면서 함께 포함된 유가금속을 최대한 회수하는 기술이 제품 다변화와 수익 확대를 동시에 이끌고 있는 셈이다.

과거에는 아연과 연을 얼마나 많이, 효율적으로 생산하느냐가 제련사의 경쟁력을 결정했다면 이제는 제련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숨은 금속’을 뽑아내느냐가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 고려아연은 아연·연 정광과 제련 부산물, 재활용 원료를 복합적으로 처리하는 방식으로 하나의 공정에서 다양한 금속을 회수하고 있다.

2024년 말부터 희소금속 회수율을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을 본격화했다. 품목별 회수율을 20~30% 이상 높여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중국의 핵심광물 수출통제와 맞물리면서 이 같은 전략의 가치도 커졌다.

고려아연 제품 매출 비중
고려아연 제품 매출 비중

반도체 웨이퍼 씻는 황산도 만든다

고려아연의 제품은 철강 산업을 넘어 첨단 제조업 생산라인에도 깊숙이 들어가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초고순도 반도체 황산이다.

반도체 황산은 웨이퍼 표면에 남은 유기물과 불순물을 제거하는 세정 공정에 쓰인다. 반도체 공정이 미세해질수록 작은 오염물질도 수율과 품질을 떨어뜨릴 수 있어 소재의 순도와 품질 안정성이 중요하다.

고려아연은 아연·연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황(SO₂)을 정제해 순도 99.9999% 이상의 반도체 황산을 생산한다. 제련 과정에서 나오는 물질을 다시 고부가가치 반도체 소재로 바꾸는 구조다.

지난달 온산제련소의 반도체 황산 생산라인 20·21호기가 새로 가동되면서 연간 생산능력은 기존 28만톤에서 32만톤으로 늘었다. 현재 고려아연은 국내 반도체 황산 수요의 60% 이상을 공급하고 있으며, 생산 물량의 약 95%가 국내 주요 반도체 제조사로 향한다. 향후에는 생산능력을 연간 50만톤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아연을 제련하면서 발생한 부산물이 다시 한국의 반도체 생산을 떠받치는 핵심 소재로 변신하는 셈이다.

2022년 12월 최윤범 회장 취임 이후 고려아연 주요 변화
2022년 12월 최윤범 회장 취임 이후 고려아연 주요 변화

AI가 불붙인 ‘구리 전쟁’…생산능력 5배 확대

AI 시대에는 구리의 중요성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에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고 이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송전망과 변압기, 케이블 등에 많은 구리가 들어간다.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재생에너지 확대까지 겹치면서 구리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고려아연도 이에 맞춰 구리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연 3만톤 초반 수준인 구리 생산능력을 2028년까지 15만톤으로 약 5배 늘릴 계획이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고려아연 제공]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고려아연 제공]

생산 확대는 실적에도 본격적으로 반영될 전망이다. 신한투자증권은 고려아연의 구리 매출이 지난해 4650억원에서 올해 1조210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하고, 내년에는 1조366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확대로 커지는 구리 수요가 새로운 조 단위 매출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고려아연이 만드는 구리는 광산에서 새로 채굴한 정광 대신 전자스크랩과 제련 부산물 등 100% 재활용 원료를 활용하는 ‘친환경 동’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폐전자제품과 노후 IT 장비에서 금속을 회수해 다시 산업 원료로 되돌리며, 도시를 또 하나의 ‘광산’으로 활용하는 구조다.

원료 확보망도 해외로 뻗어 있다. 미국 자원순환 자회사 페달포인트는 전자폐기물을 수거·처리해 동 등 금속이 포함된 2차 원료를 확보한다. 페달포인트의 자회사 캐터맨은 북미와 남미, 아시아, 유럽 등에 걸쳐 300곳 이상의 스크랩 공급처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와 통신장비 등 IT 자산을 처리하는 MDSi까지 인수하며 원료 확보 영역도 넓혔다.

지난 4월 최윤범(앞줄 가운데) 고려아연 회장이 미국 현지 직원들과 함께 제련소 시설을 직접 둘러보고 있다. [고려아연 제공]
지난 4월 최윤범(앞줄 가운데) 고려아연 회장이 미국 현지 직원들과 함께 제련소 시설을 직접 둘러보고 있다. [고려아연 제공]

폐전자제품이 배터리 동박으로…‘금속의 순환’ 현실로

회수한 구리는 다시 배터리 산업으로 이어진다.

고려아연 자회사 케이잼은 올해 6월 배터리용 동박을 글로벌 배터리 고객사에 처음 공급하기 시작했다. 동박은 구리를 머리카락보다 얇게 가공한 소재로 리튬이온배터리 음극의 전기를 모으고 전달하는 집전체 역할을 한다. 이번 공급을 통해 최대 400억원 규모의 매출이 기대된다.

핵심은 원료부터 최종 소재까지 이어지는 구조다. 미국 페달포인트가 폐전자제품에서 2차 원료를 확보하면 온산제련소가 이를 다시 친환경 동으로 만들고, 케이잼이 동을 배터리용 동박으로 가공한다. 다시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으로 들어가는 자원순환 밸류체인이 실제 제품 공급으로 이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고려아연 제공]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고려아연 제공]

최윤범 체제서 빨라진 체질 전환…첨단소재 기업으로

이 같은 사업 확장의 중심에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있다. 2022년 말 취임한 최 회장은 기존 아연·연 중심의 제련 경쟁력에 머무르지 않고 자원순환과 이차전지 소재, 신재생에너지를 축으로 한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후 친환경 동 생산능력 확대와 전지용 동박 사업, 반도체 황산 증설 등에 투자를 이어가며 기존 제련 기술을 첨단산업 소재 사업으로 연결하는 데 힘을 실었다. 단순히 생산 품목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제련 부산물과 폐전자제품을 다시 원료로 활용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구조를 구축한 것도 최 회장 체제에서 두드러진 변화로 꼽힌다.

아연·연 세계 1위라는 기존 경쟁력을 기반으로 고려아연의 무게중심을 ‘종합 제련사’에서 반도체·AI·배터리까지 아우르는 소재 기업으로 옮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최 회장은 장기적인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고려아연은 기존 연구소의 연구 역량을 확대하기 위해 약 1491억원을 투입해 신규 R&D센터를 건립 중이다. 이를 통해 기존 제련 기술을 고도화하는 한편, 유가금속 회수와 첨단소재 분야의 연구 기반도 한층 넓힌다는 구상이다.

800조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속도전…“2030년 상반기 첫 생산” [반도체·AI 대전환 국제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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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전남광주)=이정완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800조원을 들여 서남권에 신규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했다. 반도체 공급 부족이 심화되는 가운데 서
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870075

kwat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