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성인 99% 발견되는 현실 속
제주 경찰관 멋대로 실종사건 암장
초동대응 허점…신속수사 보완 필요
제주도에서 발생한 장미란(37) 씨 실종 사건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3개월 넘게 실종 상태인 제주 장미란(37) 씨 관련 한 경찰관이 사건을 멋대로 종결하고 실종자를 관리하는 경찰 내부 시스템에서 장씨의 기록까지 삭제한 정황이 드러난 데 이어, 또 다른 실종자의 사건까지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일한 경찰관이 두 차례에 걸쳐 조작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성인 실종 사건에 대한 경찰의 안일한 초동 대응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실종됐던 성인들의 99% 가까이가 무사히 발견된다는 점에 근거헤 경찰이 사건을 지나치게 가볍게 대하고 있다는 불신이 커지고 있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장씨 사건을 담당했던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A 경장은 지난 5월 15일 최초 신고가 접수된 지 불과 2시간 30분여 만에 사건을 종결했다. A 경장은 상부에 “실종자와 연락이 됐다”고 거짓 보고하고 가족에게는 “본인이 위치를 알리기 원치 않는다”고 속였다. 하지만 장씨의 휴대전화 기록에는 A 경장과 연락한 내역이 확인되지 않았다. A 경장은 경찰 실종자 관리 전산 시스템에서 장씨의 사건이 삭제되도록 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여기에 A 경장은 지난 22일 숨진 채 발견된 60대 남성 B씨의 실종 사건도 같은 방식으로 허위 종결한 정황이 포착됐다. B씨의 가족은 지난달 2일 경찰에 첫 실종 신고한 데 이어 지난달 27일과 이달 6일에도 경찰서를 찾았다. 그러나 경찰은 수색에 나서지 않았고 B씨는 결국 시신으로 돌아왔다.
담당 경찰관 혼자 실종자 두 명의 사건을 마치 해결된 것처럼 처리할 수 있었던 셈이다. 경찰은 A 경장을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작·행사 등 혐의로 긴급체포해 수사하는 한편 일선 경찰관이 임의로 실종 사건을 종결하지 못하도록 제도를 보완하기로 했다.
경찰이 뒤늦게 성인 실종 사건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지만 아동과 달리 성인 실종에 대한 안일한 초동 대응이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평균 1400여명의 성인 실종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연간 7만 건 넘게 접수되는 성인 실종 신고는 대부분이 자발적인 연락 두절이나 가출에 해당하지만, 신변에 위험이 생긴 실종자를 가려내는 초기 대응 체계는 여전히 부실하다는 문제점이 줄곧 제기돼 왔다. 경찰의 이같은 대응은 성인 실종자 대부분이 온전히 발견되면서 경찰이 사건을 대수롭지 않게 바라보는 데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2024년 7만1854명 실종 성인 가운데 7만1703명이, 2023년엔 7만4847명 중 7만4827명이 실종 상태에서 풀린 바 있다.
통상 아동이나 치매 환자, 정신 장애인과 달리 성인은 소재 파악이 안 되더라도 기본적으로 가출로 간주해 수색 체계가 바로 발동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간 국회에서는 성인 실종자 수색에서 법적 공백을 메우기 위한 취지의 법안이 여러 번 발의됐으나 통과는 번번이 좌절됐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제주 실종자 허위 종결 사건에 대해 “경찰관 개인 일탈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이 현재 갖춰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사람의 생사가 걸린 사안과 관련해 경찰관 한 명의 판단으로 끝낼 수 있다는 것은 지나친 재량”이라면서 “그 재량이 남용되지 않도록 감시·감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성인 실종자의 경우에도 경찰력이 신속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경찰이 범죄 연루 가능성도 열어두고 초동 대응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아린·김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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