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못 찾아 손 놓은 ‘관리미제’

해마다 평균 21만건씩 쌓여가는데

수사 재개되는 사건 단 0.1% 불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윤창빈 기자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윤창빈 기자

[헤럴드경제=김아린 기자] 경찰이 수사의 실마리를 찾지 못해 ‘관리미제’로 분류한 사건이 지난 5년 동안 계속 쌓여 수백만건 규모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수사를 다시 시작한 사건의 비율은 0.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번 미제로 분류된 사건은 후속 수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극히 드물어 사실상 방치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경찰이 관리미제로 등록한 누적 사건 수는 480만6058으로 통계가 시작된 2020년의 366만511건에서 114만5547건(31%)이 훌쩍 늘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관리미제 사건은 2020년 366만511건→2021년 382만6647건→2022년 403만8485건→2023년 426만2453건→2024년 448만6512건→2025년 470만5768건으로 지난 5년간 해마다 평균 약 21만건씩 증가했다.

반면 이 중 수사가 재개된 사건은 2020년 2760건(0.07%)→2021년 2340건(0.06%)→2022년 2795건(0.06%)→2023년 4136건(0.09%)→2024년 4407건(0.09%)→2025년 5695건(0.12%)으로, 수사 재기 비율은 매년 0.1% 안팎의 수준이다. 올해 6월까지 수사가 재개된 관리미제 사건은 2779건(0.05%)이었다.

관리미제 분류 후 장기간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는 사건의 비중도 커지고 있다. 10년 이상 관리미제로 남아 있는 사건은 2020년 179만7779건(49%)→2021년 201만2008건(52%)→2022년 227만198건(56%)→2023년 252만8851건(59%)→2024년 276만2310건(61%)→2025년 296만1559건(62%)으로 늘었다. 올해는 지난 6월 기준 10년 넘게 사건 처리가 안된 관리미제 사건 수가 303만6447건으로 집계돼 전체의 63%에 달했다.

지난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관리미제’ 사건 추이 관련 경찰청 자료 [이상식 의원실]
지난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관리미제’ 사건 추이 관련 경찰청 자료 [이상식 의원실]

관리미제 사건은 경찰이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해 추가 단서가 확보될 때까지 별도로 관리하는 사건이다. 범죄수사규칙 제227조의2는 ‘경찰관은 관리미제 사건으로 등록한 이후에도 피의자를 특정할 추가 단서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건을 관리미제로 지정하려면 소속 수사부서장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이후 시도경찰청장은 각 경찰관서를 대상으로 연 1회 이상 관리미제 사건의 적정성을 점검해야 한다.

하지만 관리미제 사건의 수사 재기 비율이 턱없이 낮은 데다 장기 적체도 갈수록 심화하고 있어 경찰의 추가 단서 확보 노력과 정기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미제·수사중지 사건 가파른 증가세…경찰 “범죄 비대면화 탓”

경찰은 미제 사건이 적체되는 배경으로 ‘신종 사기범죄의 비대면화’를 꼽고 있다. 실제로 관리미제 사건 가운데 사기 사건이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다.

경찰은 살인·강도·절도·사기 등 네 가지 범죄 유형에 대해서만 관리미제 통계를 관리하고 있다. 지난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관리미제로 등록된 살인 사건은 총 22건, 강도 사건은 총 5건이었다. 절도 사건의 신규 관리미제 등록건수는 2020년 6만5334건에서 점차 줄어들어 지난해 4만7347건으로 감소세를 이어갔다.

반면 사기 사건의 신규 관리미제 등록건수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2020년 1만1395건에서 2021년 4만7338건, 2022년 7만4098건으로 크게 뛰었다. 2023년에는 7만50건으로 소폭 줄었지만 2024년 7만8227건으로 다시 늘었고 지난해에는 8만839건으로 8만건을 넘어섰다. 5년 새 600% 넘게 증가한 셈이다.

2020년부터 지난 5년 간 ‘관리미제’ 사기 사건 발생 추이 관련 경찰청 자료 [이상식 의원실]
2020년부터 지난 5년 간 ‘관리미제’ 사기 사건 발생 추이 관련 경찰청 자료 [이상식 의원실]

경찰이 피의자의 신원을 특정하고도 소재를 파악하지 못해 수사를 중지한 사건도 최근 빠르게 늘고 있다. 경찰은 이 역시 국경을 넘나드는 비대면 범죄가 확산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수사중지 사건의 신규 등록 건수는 2021년 8만2195건→2022년 7만7812건→2023년 8만1852건→2024년 10만5588건→2025년 12만3286건으로 4년 만에 약 50% 증가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신종 피싱범죄는 대부분 온라인상에서 발생하고 있어 추적이 까다로워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중요 미제살인사건 전담수사팀, 악성사기 추적팀 등을 운영하고 있다”며 “국가수사본부와 시도경찰청이 주축이 돼 미제 사건에 대한 대응 체계를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용인갑). [이상식 의원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용인갑). [이상식 의원실]

이 의원은 “범죄수법이 진화하는 만큼 수사기법의 고도화도 필수적”이라며 “관리미제 사건의 상당수가 사기 등 민생범죄이므로 억울한 피해자가 방치되지 않도록 경찰이 끈기와 책임감을 가지고 끝까지 해결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ari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