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LIG D&A서 4.6억 수수에 구속기소
한화에어로 대전사고에 “제재 셈법 복잡”
[헤럴드경제=전현건 기자]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이 소속 직원의 뇌물 수수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2015년 실무직 직원의 뇌물 수수 사건 이후 11년 만에 재발한 방산 비리 사건이다.
이용철 방사청장은 18일 기자들과 만나 LIG D&A 비위 사건과 관련해 “2015년 실무급 직원의 뇌물수수 사건 이후 11년 만에 다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대단히 죄송하다”며 “재임하던 기간에 발생한 일은 아니지만 기관장으로서 무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앞서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는 지난달 28일 방사청 기반전력사업 전력화지원관리팀 소속 직원 A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A씨는 주요 무기개발 사업 입찰 과정에서 LIG D&A 임직원들로부터 4억6000만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금품을 받은 뒤 사업 관련 기밀을 넘기거나 제안서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주는 방식으로 업체에 유리하게 개입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 청장은 “사무관 정도의 지위를 가진 사람이 제안서 평가위원으로 마음대로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혼자서 점수를 잘 준다고 사업을 LIG가 사업을 따낸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굉장히 의문을 가졌다”며 구조를 파악한 경위를 설명했다.
방사청은 검찰 압수수색 대상이 된 LIG D&A 관련 14개 사업을 자체 점검했다. 이 과정에서 A씨가 4개 사업의 제안서 평가위원으로 참여했고, 이 가운데 3개 사업을 LIG D&A가 수주한 사실을 확인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직원 한 명이 높은 점수를 줬다는 이유만으로 당락이 결정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최종 점수 차이와 해당 직원이 부여한 점수의 편차 등을 따져보면 3개 사업은 범죄행위와 수주 사이에 연관성이 있을 개연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청장은 해당 직원이 뇌물을 수수했다고 짐작되는 기간 동안 LIG D&A이 수주한 사업 전체를 대상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이 총 14건 이뤄졌다고 밝혔다.
방사청이 자체 확인한 결과 해당 직원이 제안서 평가위원으로 참여한 건은 이 중 4건이었고, 이 4건 가운데 LIG D&A이 실제로 수주한 사업은 3건이었다.
이에 대해 이 청장은 “이번 수뢰와 관련된 인과관계가 있다고 현재 시점에서 확인할 수 있는 건, 그 3건은 개연성이 상당히 높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직원의 점수 여하에 의해서 당락이 결정됐는지는 세부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1·2순위가 몇 점 차로 결정됐는지, 그 점수 차이에 이 직원의 편차가 영향을 미쳤는지까지 따져봐야 하지만, 적어도 이 세 건은 그럴 개연성이 꽤 있다”고 덧붙였다.
방사청은 향후 LIG D&A가 참여할 사업에 대한 제재와 관련해 두 개의 법률이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위사업법은 청렴서약서 제출 의무자를 대표이사와 임원(법인 또는 임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LIG D&A 측의 뇌물 증여자가 임원인지 직원인지 현재로서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등기임원이나 직원이라면 법 적용 여부에 의문이 없지만, 미등기임원이라면 임원으로 볼지 직원으로 볼지가 애매하고 관련 판례도 명확하지 않아 법률적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방위사업법이 적용될 경우, 입찰 참가 제한 기간은 뇌물 수뢰액에 비례해 6개월에서 5년 사이에서 정해진다. 현재 알려진 수뢰액은 약 4억 6000만원 수준으로, 이 경우 입찰 참가 제한 기간은 2년, 이후 3년간 벌점이 추가로 적용된다. 방위사업법은 입찰 참가 제한만 가능하며 과징금으로 대체할 수는 없다.
반면 뇌물을 준 당사자가 직원으로 판단될 경우 방위사업법이 아닌 국가계약법이 적용된다. 국가계약법상 입찰 참가 제한 기간은 상·하한 구분 없이 일률적으로 2년이며, 마찬가지로 3년간 벌점이 적용된다. 다만 국가계약법에는 입찰 참가 제한으로 유효한 경쟁이 성립하지 않아 국가에 손실이 크다고 판단되는 경우, 과징금으로 입찰 참가 제한을 대체할 수 있는 재량 조항이 있다는 점이 방위사업법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입찰 참가 제한을 할지 과징금으로 대체할지 판단할 수 없다”며 “원칙적으로 입찰 참가 제한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주요 경쟁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입찰참가자격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6월 한화에어로 대전사업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노동자 5명이 숨졌다. 사고와 관련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들이 기소될 경우 국가계약법상 입찰참가자격 제한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유도무기 등 상당수 방산사업에서 경쟁하는 LIG D&A와 한화에어로가 모두 입찰참가 제한을 받게 되면 국내 무기 조달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한화에어로의 경우 산업안전법 위반이 실제 기소로 이어져야 국가계약법상 제한 대상이 되는데, 8월 말 중간 조사 결과가 나온 뒤에야 수사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돼 기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다수의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이어서 기소를 피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이 청장은 전망했다.
이미 LIG D&A가 수주해 진행 중인 사업도 범죄행위와의 연관성이 확인될 경우 계약 해제·해지 대상이 될 수 있다. 계약이행보증금을 국고에 귀속하고 이미 지급된 사업비를 회수한 뒤 사업자를 다시 선정하는 방식이다.
다만 사업이 상당 부분 진행된 상황에서 계약을 해지할 경우 전력화 일정이 수년간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이 방사청의 고민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사업 초기라면 계약을 해지하고 다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지만 상당 부분 진행됐다면 국가적으로 전력화 시기를 몇 년 뒤로 미루는 결과가 될 수 있다”며 “사업별 진행 상황과 범죄 연관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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