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중앙회 경기조사, 8월 2.4P 하락

대출 연체율·부실채권 잔액도 증가세

중소 제조업계가 경기 전망 악화와 더불어 대출 연체율까지 상승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연합]
중소 제조업계가 경기 전망 악화와 더불어 대출 연체율까지 상승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연합]

경남 양산이 42도를 웃도는 등 전국이 폭염으로 펄펄 끓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중소 제조업 현장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수출과 산업생산 등 거시경제 지표가 반도체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개선됐지만 중소기업의 8월 제조업 경기전망은 오히려 후퇴했다. 고환율과 원가 상승에 금리 인상까지 겹치며 은행권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 및 부실채권 규모도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발표한 ‘2026년 8월 중소기업경기전망조사’에 따르면 8월 전산업 업황전망 중소기업건강도지수(SBHI)는 80.0으로 전월 78.2보다 1.8포인트 상승했다. SBHI가 100보다 낮으면 다음 달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보는 기업보다 나빠질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다. 전체 지수의 반등은 서비스업이 이끌었다. 비제조업 전망은 7월 76.3에서 8월 80.0으로 3.7포인트 올랐고 서비스업은 77.5에서 81.8로 4.3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비해 제조업 전망은 82.5에서 80.1로 2.4포인트 떨어졌다. 수출 전망도 87.8에서 87.3으로 0.5포인트 낮아졌다. 서비스업 기대가 전체 지수를 끌어올렸지만 생산과 수출을 담당하는 제조업의 체감경기는 오히려 악화한 것이다. 세부 업종별 온도 차도 컸다. 섬유제품 전망은 77.9에서 66.2로 11.7포인트 급락했고 의료용 물질 및 의약품은 90.1에서 82.1로 8.0포인트 떨어졌다. 기타 운송장비와 금속가공제품 전망도 각각 6.7포인트와 6.2포인트 하락했다.

중소기업이 호소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매출 부진이다. 7월 경영 애로사항 조사에서 매출 부진을 꼽은 기업은 50.7%에 달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41.1%, 업체 간 경쟁 심화가 27.9%, 인건비 상승이 24.7%, 환율 변동성 증가가 18.4%로 뒤를 이었다. 특히 제조업에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을 경영 애로로 꼽은 비율이 60.2%로 가장 높았다.

한국은행도 올해 “원·달러 환율이 대외 불확실성과 중동 정세, 해외투자 확대 등의 영향을 받아 큰 폭으로 움직였다”고 분석했다. 환율이 상승하면 수입 원재료 비중이 높고 환헤지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는 원가 부담이 크게 나타난다.

기업이 실제로 부담하는 생산비용도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8.6% 상승했다. 원재료와 중간재를 포함한 국내공급물가지수는 같은 기간 13.2% 올랐다. 소비자물가보다 기업 간 거래 단계의 가격 상승 압력이 더 크게 나타나면서 가격 전가력이 낮은 중소기업의 채산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금융 지표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금융감독원 집계에서 5월 말 국내은행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1.00%로 전월보다 0.10%포인트 상승했다. 중소법인 연체율은 1.11%,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0.84%였다. 대기업대출 연체율 0.27%와 비교하면 중소기업의 부실율이 현저히 높았다. 5대 은행의 6월 말 중소기업대출 연체율 단순 평균은 0.58%로 5월 말 0.73%보다 낮아졌다.

실제 부실채권 총량도 늘었다. 5대 은행의 2분기 말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7조433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조원가량 증가했다. 기업대출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지난해 말 0.42%에서 올해 6월 말 0.51%로 상승했다. 표면적인 연체율은 분기 말 채권 정리로 낮아졌지만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은 늘어난 셈이다.

은행별 중소기업대출 연체율도 높은 수준이다. 6월 말 우리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75%, NH농협은행은 0.71%, 하나은행은 0.59%, 신한은행은 0.49%, KB국민은행은 0.37%였다. 우리은행의 중기 대출 연체율은 비교 가능한 2019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이 늘더라도 협력업체나 전통 제조업까지 주문 증가가 확산하지 않으면 중소기업의 체감경기는 개선되기 어렵다”며 “환율과 원재료 가격, 이자비용이 동시에 높은 상황에서 은행권의 대출 심사까지 강화되면 자금력이 약한 기업부터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홍석희 기자


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