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의장 5월 퇴임후 거취에 “드릴 말씀 없다”

이사직 임기는 2028년 1월 31일까지

법무부 소환장에 이사직 유지 가능성 고조

“트럼프에 맞설 마지막 카드” 판단

잔류땐 ‘연준 장악’ 트럼프 계획도 차질

‘트럼프 책사’ 마이런 이사 임기 이달 31일

파월 잔류 따라 연준 떠날 수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8일(현지시간) 워싱턴 연준 이사회 건물에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 잠시 입을 다물고 있다.[AP]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8일(현지시간) 워싱턴 연준 이사회 건물에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 잠시 입을 다물고 있다.[AP]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다시 말씀드리지만, 오늘은 그 문제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 (1월28일 제롬 파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28일(현지시간) 연방준비공개위원회(FOMC) 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거취에 대한 취재진의 질의에 이같이 말했다.

오는 5월 15일 연준 의장 임기까지 세달 가량 남은 시점에서 파월 의장이 자신의 향후 거취를 밝히지 않는 배경에는 그의 연준 의장 임기와 별도로 2028년까지 남아있는 연준 이사직 임기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가 이사직 잔류를 선택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말까지 통화정책 논의에서 결정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파월 의장이 이사직에 남을 경우 연준 이사회에 친(親)트럼프 성향의 인물 두 명을 배치하는 계획이 어그러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또 그가 연준 이사회에 남는다는 것은 금리 인하를 추진하기 위해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에 맞서기 위한 선택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연준 의장은 4년 임기의 의장직과 별도의 14년 임기 이사직에 각각 임명된다. 파월 의장은 2018년 의장직에 취임했지만, 이사직은 2012년 시작, 2014년 재임명돼 이사직 임기 만료는 2028년 1월이다.

역대 역준 의장들 가운데 이사직까지 겸임한 의장으로는 1934년부터 1948년까지 연준 의장이었던 마리너 에클스가 유일하다. 당시 그는 2차 세계대전으로 상승한 인플레이션에 저금리 상태를 고수하라는 백악관의 통화정책 간섭 압박에 대응하고자 연준 이사 자격으로 3년 더 연준에 남았다.

파월 의장의 경우 연준 이사로서의 임기는 2028년 1월 31일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WSJ는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전임 연준 의장들은 의장직에서 물러날 때 이사직도 함께 내려놓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으로 연준의 독립성이 심각하게 위협받았다고 판단할 경우 파월 의장이 관행을 깨고 잔류를 택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고 전했다.

파월 이사직 잔류하면 이사직 공석 1개…‘트럼프 책사’ 마이런 연준 떠날 수도

스티븐 마이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가 지난 14일(현지시간) 그리스 아테네 국립미술관에서 열린 델파이 경제 포럼 강연 행사에서 연설하는 모습. [로이터]
스티븐 마이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가 지난 14일(현지시간) 그리스 아테네 국립미술관에서 열린 델파이 경제 포럼 강연 행사에서 연설하는 모습. [로이터]

실제로 파월 의장이 이사 자격으로 연준에 잔류하게 되면 연준 이사회에서 영향력 확대를 위해 자신의 지시에 순응하는 인물들을 배치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도 차질이 생긴다.

연준 이사진은 7명으로 구성된다. 만일 파월 의장이 연준을 떠나면 이사회에는 2명의 이사직 공석이 생긴다. 파월 의장의 이사직 자리와 트럼프의 책사로 알려진 스티븐 마이런 연준 이사직 자리가 공석이 되기 때문이다.

마이런 이사의 임기는 이달 31일 만료된다. 그는 후임이 인준될 때까지 임기 만료 후 유임 형태로 이사회에 잠시 남을 수 있지만, 그 자리는 사실상 새 연준 의장을 앉힐 자리로 점 찍혀 있다고 WSJ는 전했다.

파월 의장이 의장직 임기를 끝으로 연준을 떠나게 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런 이사가 떠난 뒤 남는 이사직 외에도 또다른 공석을 얻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하는 이사 두 명을 이사회에 채울 수 있는 셈이다. 이 경우 마이런 이사를 재지명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파월 의장이 이사 자격으로 연준에 남게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런의 이사직에 차기 연준 의장을 임명하는 선택지만 남게된다.

결국 마이런 이사의 거취는 파월 의장이 이사직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파월 의장이 이사 자격으로 연준에 남으면, 새 의장이 인준되는 순간 마이런 이사는 임기를 마친 뒤 연준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되는 셈이다.

WSJ는 “트럼프 행정부에 최선의 시나리오는, 파월 의장이 의장 임기 종료와 함께 그가 연준을 떠나도록 하는 것”이라며 “미 의회 상원 인준은 시간이 걸리는데, 파월 의장이 나갈지 확실하지 않으면 두 번째 이사 지명을 계획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파월이 연준을 확실히 떠나게 되면 트럼프 행정부는 두 명의 이사직 후보를 지명해 자신들이 원하는 이사회 구성을 빠르게 굳힐 수 있다”고 분석했다.

“파월 의장, 법무부 수사에 이사직 잔류 가능성 커져…트럼프 맞설 마지막 카드”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건물의 모습. 연준 청사 건물 개보수로 건물에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AFP]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건물의 모습. 연준 청사 건물 개보수로 건물에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AFP]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는 여전히 파월이 연준을 떠나길 바란다는 기류가 있지만, 이제 그 일이 더 어려워졌다고 말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애초 파월 의장 역시 연준에 더 잔류할 의사가 없었으나 최근 그를 둘러싼 수사 이후 생각이 바뀌었다는 관측이다.

앞서 파월 의장은 지난 11일 공개 성명을 내고 “연준 청사 건물 개보수 문제와 관련해 대배심에 출석하라는 소환장을 발부받았다”며 “이번 수사가 연준의 독립성에 관한 전례 없는 행정부의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파월 의장의 수석 고문을 지낸 존 파우스트는 “파월 의장은 자신의 존재가 연준 독립성을 훼손하려는 극단적 조치를 막는데 중요하다고 믿는다면, 큰 실망감을 느끼면서도 (연준에) 남을 수 있다”고 전했다.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파월이 의장 임기 종료와 함께 떠날 것이라고 낙관해왔다”면서도 “하지만 파월 의장에 대한 소환장이 날아들고 나선 뒤, 베선트 장관은 이번 수사가 역풍을 부를 수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연준의 독립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연준의 독립성 원칙에 대한 질의에 “선진 민주주의 국가는 통화정책을 직접적인 정치 통제로부터 분리한다”며 “연준이 특정 정당이나 대통령을 돕기 위해 정치적 이유로 결정을 내린다고 대중이 믿게 되면 신뢰가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는 그것(신뢰)을 잃지 않았다”며 “잃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차기 연준 의장에 “정치에 휘둘리지 말라”고 조언했다.

파월 의장의 이 같은 답변은 최근 몇 달간 연준을 압박해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맞기 위한 사실상 마지막이자 유일한 카드라고 WSJ는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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