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5일 서울 전역과 광명·과천 등 경기 12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규제지역으로 묶었다. 이들 지역에서 아파트를 사려면 허가를 받아야 하고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주택담보대출 한도도 집값이 15억원을 넘으면 4억원, 25억원을 넘으면 2억원으로 줄어든다. ‘풍선효과’와 갭투자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초강수다.
이번 대책은 돈줄을 더 죈게 핵심이다. 6·27 대책에서 주택담보대출을 6억원으로 제한했던 기준을 더 강화해 15억원 이상 아파트에는 한도를 대폭 줄였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도 70%에서 40%로 축소됐다. 예컨대 10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려면 기존에는 6억원 대출이 가능했지만 이제 4억원이 한도다. 여기에 개인의 상환 능력을 따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산정할 때 적용하는 스트레스 금리 하한도 1.5%에서 3%로 오르면서, 억대 연봉자라도 수천만원씩 줄게 된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사기가 한층 더 어려워진 것이다.
사실상 수도권 주택 수요를 틀어막은 것이나 다름없다. 집값 상승의 불씨가 커지기 전에 ‘산소 공급’을 차단하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28차례나 반복된 땜질식 대책이 오히려 시장 불안을 키웠다는 학습효과가 작용한 듯하다. 이번 조치로 거래가 얼어붙어 단기 안정 효과는 있겠지만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대출 한도 축소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층은 중산층 실수요자다. 연소득 5000만원인 근로자는 DSR 규제에 막혀 2억원대 대출도 어렵다. 서울 평균 아파트값이 10억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8억원을 갖고 있지 않으면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하다. 서민과 청년층의 박탈감이 커질 수 밖에 없다. 투기 억제 효과가 실수요자 배제 효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현금 부자만 집을 살 수 있는 구조가 되고,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매입이 이어지면 집값 양극화는 더 심화될 공산이 크다. 전세난과 함께 월세 전환이 가속화해 서민 주거비 부담이 커지면 내수 활성화도 멀어진다. 매매· 임대 시장이 왜곡되는 비정상적 시장 구조가 되는 것이다.
시장의 수요를 언제까지 인위적으로 틀어막을 수는 없다. 더 센 충격요법은 일시적 진정 효과만 낼 뿐 근본 처방이 되지 못한다. 집을 더 나은 곳으로 옮기려는 합리적 이동까지 막는 것도 지나치다. 결국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공급이 신속히 이뤄지고, 지속적 공급이 이어질 것이란 믿음이 있어야 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 3기 신도시 공급 가속화, 재건축·재개발 인허가 절차 단축, 질좋은 민간 중심 공급 확대 등 실질적 공급 대책이 나와야 한다. 더 센 규제가 공급을 가로막는 건 아닌지도 꼼꼼히 살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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