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CD/ATM, 3.2만개→1.7만개로 감소
해킹·전력문제 여전한데 현금접근성 급속 저하
“디지털 시대라도 현금 절대 없애서는 안 돼”
![사진은 서울의 한 거리에 설치되어 있는 은행 ATM 기기 [연합]](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20/rcv.YNA.20241223.PYH2024122310690001300_P1.jpg)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시중은행이 운영하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와 현급자동지급기(CD)의 수가 지난 10년 동안 1만5000개 이상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시중은행 CD/ATM기 수는 지난 2013년 3만2148개에서 2023년 1만7111개로 1만5037개 감소했다. 모든 운영 주체 중 가장 큰 폭으로 CD/ATM기 수를 줄였다. 비율로 따져도 46.8% 감소로 가장 컸다.
같은 기간 지방은행도 CD/ATM기 수를 공격적으로 줄였다. 애초 그 수가 많지 않아 감소 폭은 10년간 2722개로 크지 않았지만, 감소율은 42.3%에 달했다.
두 운영 주체가 현급자동입출금기를 줄이는 속도는 다른 주체와 비교했을 때 압도적으로 빠르다. 특수은행은 10년간 CD/ATM 감소율이 17.8%에 불과했고, 우체국 및 외국계 은행 지점(-23.2%)도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감소율이 절반 이하였다.
반면, 저축기관과 기기운영자는 CD/ATM기 수를 오히려 990개(8.8%), 1만1951개(31.9%) 늘렸다. 시중은행이 줄인 CD/ATM기를 기기운영자가 채운 모양새다. 저축기관은 새마을금고 등 서민금융기관을 말하고, 기기운영자는 밴(VAN) 사업자로 편의점 내 설치된 CD/ATM을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한은 관계자는 “주요 시중은행에 확인한 결과 은행이 업무 효율화를 하는 과정에서 영업점을 통폐합했고 이에 CD/ATM기 수가 줄었다”며 “최근에는 임대로 운영하는 경우도 있어 이 또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체국이나 농협 같은 주체의 감소율이 비교적 작은 이유는 포용적 금융 관점에서 감소세를 조절하기 때문으로 추측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최근 기기 운영자조차도 수익성 악화로 CD/ATM기를 줄이고 있다는 데 있다. 2023년 기기운영자가 운영하는 CD/ATM기 수는 4만9377개로 2022년(5만606개) 대비 1229개 줄었다.
김기원 한은 발권국장은 지난 14일 한은에서 열린 ‘화폐유통시스템 유관기관 협의회 2025년 상반기 정기회의’에서 “최근 현금 사용이 지속해서 감소해 국민들의 현금접근성이 저하되고, 화폐유통 시스템 참가 기관들의 경영 여건도 악화하면서 화폐유통시스템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디지털 화폐와 결제는 해킹, 전력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에서 현금 접근성이 급격하게 악화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달 지급결제보고서 설명회에서 “한은은 실물화폐를 절대 없애지 않을 것”이라며 “디지털화폐는 전력이 끊긴다거나 통신이 안 되면 작동하지 않을 수 있고, 정보기술(IT)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위해서라도 실물화폐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페이 등 디지털 지급수단을 믿고 쓸 수 있는 이유는 그 돈을 언제든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실물화폐로 바꿀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라며 “화폐 시스템의 신뢰를 유지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은은 실물화폐를 어떻게 더 잘 유통하고 잘 사용할 수 있게 할지를 고민한다”면서 “ATM가 줄어들고 현금 수납을 거부하는 매장이 늘어나는 데 대비해 한은의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th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