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론·써클 차트 상위 10팀 중 8팀이 솔로

5세대 K-팝 그룹 영향력·파괴력 약화 원인

솔로 가수 약진에 차트는 장르 다양성 확대

지드래곤 8년 만의 솔로 콘서트 ‘위버멘시’ [갤럭시코퍼레이션 제공]
지드래곤 8년 만의 솔로 콘서트 ‘위버멘시’ [갤럭시코퍼레이션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차트에서 K-팝 그룹이 사라졌어요.”

불과 몇 해 전, 팬데믹 시대를 지나올 때만 해도 가요계 관계자들은 너나없이 “그룹이 아니면 안 된다”고 말했다. K-팝 그룹의 기세가 워낙 강하다 보니 솔로 가수로 활동해선 경쟁력을 갖지 못한다고 판단해서다. 그런 이유로 1년 전만 해도 국내 대중음악계는 이른바 ‘솔로 기근’ 현상을 보였다. 명실상부 K-팝 퀸으로 군림 중인 아이유와 태연, 남성 솔로가수 임영웅 등을 제외하면 말이다.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19일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에 따르면 현재 톱100 차트 상위 10곡 중 8곡은 솔로 가수의 노래다.

1위에 오른 10CM(십센치)의 ‘너에게 닿기를’을 시작을 군 복무 중인 우즈(WOODZ), 제니, 조째즈, 지드래곤, 황가람, 우디 등이 톱 10 자리를 꿰찼다. 그룹의 곡은 6위에 오른 보이넥스트도어의 ‘오늘만 아이 러브 유’, 10위를 지키고 있는 에스파의 ‘위플래시’ 정도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가 운영하는 써클차트의 집계에서도 최근 몇 달간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같은 날 써클차트에 따르면 지난달 음원 성적 상위 톱400 중 상위 톱 10에서 그룹은 에스파(‘위플래시’), 아이브(‘레블 하트’)와 르세라핌(‘핫’) 뿐이었다. 1위에 오른 지드래곤의 ‘투 배드(TOO BAD)’를 필두로 제니, 우즈, 조째즈, 황가람, 로제가 자리를 차지했다. 특히 지드래곤의 영향력은 압도적이었다. 지드래곤은 톱400위에서 총 12곡을 올리며 합산 점유율에서도 1위(5.5%)에 올랐다.

써클차트의 최신 디지털 차트(4~10일)에서도 우즈, 제니, 십센치, 조째즈, 지드래곤, 황가람, 로제가 상위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그룹의 곡은 에스파(7위)와 아이브(10위) 뿐이었다.

우즈 [이담엔터테인먼트 제공]
우즈 [이담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두 달 동안 그룹에 비해 솔로 가수의 활동이 두드러진 것도 아니다. 휘브, NCT위시, 유나이트, 하이라이트, 피원하모니, 투어스, 캣츠아이, 보이넥스트도어 등 다수의 K-팝 그룹이 컴백했다.

다만 화력이 약했다. 써클차트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톱400 신곡 이용량 점유율 조사에서 3개월 이내 발매곡 이용량 점유율은 17.6%, 6개월 이내 발매곡 26.1%, 18개월 이내 발매곡 점유율은 53.3%를 기록했다. 김진우 써클차트 데이터 저널리스트는 “차트 내 최신곡의 영향력이 전달에 비해 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지드래곤의 ‘투 배드’만 해도 올 2월, 로제의 ‘아파트’는 지난해 10월 발매한 곡이다. 심지어 우즈의 ‘드라우닝’은 2023년 4월 발매한 곡이다. 이 곡은 지난해 10월부터 역주행을 시작하더니, 기어이 멜론과 써클차트에서 1위까지 찍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최근 반년 사이 솔로 가수의 약진엔 기존 대형 그룹 멤버들의 ‘홀로서기’와 K-팝 레전드 가수의 귀환이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3세대 K-팝 그룹으로 완전체 컴백을 앞둔 블랙핑크의 로제, 제니의 활약이 상당했다. 지난해부터 복귀 신호탄을 쐈던 지드래곤은 올 초 8년 만의 정규앨범 발매와 콘서트,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 활동으로 전성기 시절의 영광을 고스란히 재현 중이다.

블랙핑크 로제 [CJ ENM 제공]
블랙핑크 로제 [CJ ENM 제공]

우려가 되는 점은 솔로 가수의 약진에도 최근 수개월 새 차트를 쥐락펴락할 새로운 K-팝 그룹이 자취를 감췄다는 것이다. 팬데믹을 지나며 5세대로 불리는 그룹들이 등장했지만, 이전 세대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있어서다. ‘K-팝 그룹’ 멤버들의 얼굴은 알지 못해도, 노래는 한 번쯤은 들어봤던 시절은 지났다. 뉴진스의 ‘하입 보이’가 숱한 댄스 챌린지를 만들며 전 세계 어린이부터 중년까지 댄스 챌린지 열풍을 일으켰던 것은 2022년이었다. 에스파의 ‘슈퍼노바’로 시작해 ‘아마겟돈’, ‘위플래시’로 이어진 히트곡은 지난해 10월 발매곡이다.

한 대형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3세대의 방탄소년단·블랙핑크·세븐틴, 4세대인 에스파·뉴진스·아이브·르세라핌 이후 5세대로 불리는 다양한 그룹이 나왔지만 폭발성을 가지진 못했다”며 “각자가 팬덤을 형성하며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기존 빅그룹과 차별점이 없는 데다 영향력에 있어서도 한참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멜론 차트에서 톱 10에 오른 5세대 그룹은 보이넥스트도어 뿐이다.

다만 음악 소비자들의 입장에선 장점도 있다. ‘솔로 가수’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차트는 전례 없는 ‘장르 풍년’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진우 칼럼니스트는 “예년에 비해 솔로 아티스트의 활약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발라드(황가람), 댄스(제니), 랩/힙합(지드래곤), 록(조승연) 등 다양한 장르의 곡들이 고루 진입하며 음악적 다양성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