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필적 고의에 의한 사기 혐의

1심 징역 12년·징역 6년

2심서 징역 7년·징역 3년 6개월로 감형

대법, 원심(2심) 판결 확정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오피스텔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연합]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오피스텔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에서 오피스텔 268채를 사들이며 170억대 전세 사기를 벌인 부부에게 각각 징역 7년·징역 3년 6개월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이숙연)는 15일 사기 혐의를 받은 아내 A씨와 남편 B씨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대법원은 부부에게 징역 7년·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2심) 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판결을 확정했다. 앞서 1심에선 징역 12년·6년이 선고됐지만 2심에서 감형된 판결이 확정됐다.

A씨 부부는 2020년부터 2023년 초까지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경기 화성시 동탄 등지의 오피스텔 268채를 사들이면서 약 170억원의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았다. 피해자만 140명에 달했다.

범행 수법은 치밀했다. 인근 대기업 게시판에 A씨에 대해 ‘다수 오피스텔을 보유해 경계해야 할 임대인’이라는 취지의 글이 게시되자 A씨는 수법을 바꿨다. 남편 명의로 오피스텔 94채를 더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 과정에서 A씨 부부는 혐의를 일부 부인했다. 이들은 “임대차 계약 당시엔 보증금 반환 의사가 있었다”며 “보증금을 편취(속여 뺏으려는)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사기죄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봤다. 미필적 고의란 범죄 결과를 적극 의도하진 않았지만 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1심을 맡은 수원지법 형사12단독 하상제 부장판사는 지난해 6월, 대부분의 혐의를 유죄로 보고 A씨에게 징역 12년, B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양형의 배경으로 “우리나라는 외국과 달리 전세금이 자산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며 “이 돈은 개인의 전 재산일 수 있고 대출로 마련한 돈일 수 있어 경제적 약자인 임차인들이 보증금을 편취당했다면 심각한 경제적, 정신적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은 피고인들이 역전세 상황을 꾀해 별다른 재력이 없으면서도 욕심에 눈이 멀어 보증금을 못 돌려줄 가능성을 무시하고 건물 수백채를 대량 매수하고 임대해 보증금을 편취한 것”이라며 “피해자 수가 적지 않아 엄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심에선 감형이 이뤄졌다. 2심을 맡은 수원지법 형사항소7부(부장 김병수)는 지난 1월, A씨에게 징역 7년, B씨에겐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전체적인 사실관계는 인정하고 있다”며 “범행 당시 임차보증금을 편취하려는 확정적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감형을 택한 이류를 설명했다.

이어 “현재 A씨 부부는 피해자들에게 임대한 주택 총 145세대 중 111개를 피해자 또는 제3자 등에게 매도해 피해가 상당 부분 회복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울러 2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공소사실 중 일부가 중복이라며 혐의 일부분에 무죄를 선고했다.

A씨 부부와 검찰 모두 상고했지만 대법원의 판단도 원심(2심)과 같았다. 대법원은 “원심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징역 7년, 징역 3년 6개월을 확정했다.


notstr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