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추정 손실 1조750억원 달해

‘고정이하여신’도 1년 새 27.7% 급증

경기 부진 직격탄…홈플러스도 영향

주요 은행들이 ‘회수 불능’으로 판단한 여신 규모가 1조원을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2년 만에 2배 가까이 불어났다. 경기 부진과 건설업 침체 등에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업황이 악화한 결과다. 은행권은 추가적인 손실 방지에 주력하고 있다. ▶관련기사 3면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주요 은행의 추정손실 규모는 1조75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8425억원)보다 27.6%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 2023년 1분기(6105억원)와 비교하면 2년 새 1.8배 불었다.

은행권은 여신에 대한 건전성을 5단계로 분류한다. 연체 기간을 중심으로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그리고 추정손실 등 순으로 나눈다. 이중 추정손실은 12개월 넘게 연체된 여신을 말한다. 사실상 손해가 확정돼 은행이 돌려받을 수 없다고 판단한 채권이다.

은행권에서는 추정손실에 고정·회수의문 여신까지 더한 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NPL)’도 급증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1분기 말 기준 NPL은 12조615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9조1270억원)보다 27.7% 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처럼 은행권의 손실 규모가 급증한 것은 최근 소비 침체와 경기 부진에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업황이 악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1분기 은행권의 추정손실이 늘어난 주요 원인은 일차적으로 홈플러스가 회생에 들어가면서 관련 여신이 추정손실로 넘어갔기 때문”이라며 “전반적으로 건설 경기가 안 좋아진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고물가, 경기침체 등으로 중소기업의 업황은 갈수록 안 좋아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5월 업황전망 SBHI는 75.7로 1년 전(79.2)보다 3.5포인트 떨어졌다. SBHI가 100미만이면 경기를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더 많다는 의미다. 지난해 말 진행한 설문에서도 중소기업의 54.7%가 올해 경제상황이 지난해보다 악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은행들은 부실채권 증가에 대출 문턱을 높이고 부실채권을 매각하는 등 건전성 관리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적법 절차에 따라서 최대한 회수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방안과 한계 기업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추가적인 추정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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