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레이스 돌입에도 국힘 분열 여전

선대위 합류 고사한 韓, 당권 사전 작업

한덕수도 불참…洪 지지 단체, 李 지지

한동훈(왼쪽) 전 국민의힘 대표와  홍준표 전 대구시장 [헤럴드DB]
한동훈(왼쪽) 전 국민의힘 대표와 홍준표 전 대구시장 [헤럴드DB]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단일화 진통 끝에 극적으로 대선 가도에 오른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선거 운동에 돌입했으나 ‘동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덕수·한동훈·홍준표 등 경쟁하던 주자들이 김 후보와 거리를 두면서 보수 ‘빅 텐트’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우려다. 김 후보가 빠른 시일 내 당을 통합하지 못하면 자칫 이번 대선 운동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나경원 국민의힘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 과연 모두가 김문수 후보와 힘을 합쳐 대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라며 “밖에서 후보와 당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내부 총질은 백해무익하다. 이재명만을 이롭게 할 뿐”이라고 적었다. 나 위원장은 “홍준표 시장, 한동훈 전 대표, 한덕수 전 총리께서도 대의를 위해 함께 해주시길 간절히 요청드린다”며 “각자의 자리를 요구하고 만들어서라도 반드시 함께 하길 바란다”고 했다. 나 위원장은 대선 경선 탈락 이후 국민의힘 중앙선대위에 합류했는데, 자신과 달리 선대위에 등돌린 주자들을 사실상 공개 비판한 것이다. 한 전 대표에 이어 한 전 총리가 전날(12일) 선대위 합류를 고사했고, 홍 전 시장은 미국으로 출국했다.

한 전 총리가 선대위 합류를 고사하면서 대선 필승 카드로 꼽히던 ‘반이재명 빅텐트’는 사실상 무산 위기에 놓였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독자 완주를 강조하는 데다, 단일화를 타진하던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도 불출마를 선언하며 발을 뺐다.

당 내부 융합도 일어나지 않는 상황이다. 당내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과 ‘한덕수 차출론’을 지원했던 일부 의원들은 김 후보가 11일 중앙선관위 등록을 마친 후 다시 찾은 의원총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중앙선대위 인선에도 이들 대부분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내에선 김 후보에 마음을 열지 않은 의원들이 선거 운동에 소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조직이 안 움직이는데 어떻게 ‘원팀’으로 선거를 치른다는 말이냐”라며 “이대로면 자기 지역구 선거 운동할 때 얼굴 비추는 수준에 그칠 것이다. 메시지나 조직 장악력에서 문제가 누적되다 터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최근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선 한 전 대표를 두고서도 ‘차기 당권’을 노린 사전 작업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 전 대표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라이브 방송’을 하며 지지자들과 접점을 이어가는 동시에 ‘당원 배가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 전 총리를 국민의힘 대선 주자로 세우는 단일화 작업이 전 당원 투표로 끝내 부결되는 등 ‘당원 파워’가 확인된 만큼, 당원 내 한동훈 지지자들의 비중을 키워 차기 당권을 잡으려 한다는 시각이다.

단일화 사태를 작심 비판했던 홍 전 시장은 오히려 이준석 후보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홍 전 시장은 이 후보에게 제19대 대선에서 사용했던 자신의 로고송을 ‘선물’했고, 이 후보는 홍 전 시장의 미국 출국길을 배웅했다. 이 후보는 MBC라디오에서 “아직 대한민국에는 홍준표 전 시장을 믿고 따르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지지 세력이 있다. 그들 입장에서는 홍 전 시장이 이번 대선에 어떤 관점을 가졌는지 지속적으로 궁금해하는 것 같다”고 했다.

홍 전 시장을 지지했던 일부 인사들은 더불어민주당으로 넘어갔다. 홍사모·홍사랑·국민통합연대 등 지지 단체는 이날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이재명 대선 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 홍 전 시장 캠프의 정책총괄본부장을 맡았던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민주당 대선 캠프 합류로 기울었다. 국민의힘의 한 PK 지역구 의원은 “탈당한 인원도 늘고 있다. 정치적 계산을 떠나 실망한 분들이 너무 많다”며 “당의 발전을 위한 고언·충언 이상으로 ‘사적인 분풀이’가 되는 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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