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이어 대법원도 무죄 판단

공수처, 지금까지 6건 직접 기소

첫 유죄 확정 판결도 선고유예

김형준 전 부장검사. [연합]
김형준 전 부장검사.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 이후 첫 번째로 기소권을 행사한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뇌물수수 혐의 사건에 무죄가 확정됐다. 1·2심에 이어 대법원도 무죄로 판단하며 공수처는 체면을 구기게 됐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엄상필)는 뇌물수수 혐의를 받은 김 전 검사(56·사법연수원 25기)에게 이같이 판시했다.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한 원심(2심) 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무죄를 확정했다. 김 전 검사에 뇌물을 준 혐의를 받은 변호사도 무죄가 확정됐다.

김 전 부장검사는 같은 검찰 출신 변호사에게 2차례에 걸쳐 접대를 포함 1095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공수처는 “김 전 부장검사가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으로 근무하던 2015년께 해당 변호사에게 수사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2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김상일 부장판사는 2022년 11월, “공수처가 제출한 증거로는 이들의 금전 거래가 뇌물이라는 주장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1심은 “이들은 오랜 시간 친분을 유지하는 사이였고, 이 사건 외에도 여러 차례 금전 거래가 있었다”며 “받은 1000만원도 이후에 변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친분 관계에 있던 변호사에게 1000만원을 빌렸다가 갚은 것일 뿐 뇌물이 아니라는 김 전 검사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1심 재판부는 “김 전 부장검사가 당시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변호사에게 ‘사건을 잘 처리해달라’는 명시적·묵시적 청탁을 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당시 최후변론에서 김 전 부장검사는 “(해당 변호사는) 인생을 15년 이상 함께 걸어오며 가족끼리 식사도 하고 아이 문제도 상의하는 사이”라고 호소했다.

1심 판결에 대해 공수처는 “법을 무리하게 축소했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2심의 판단도 같았다. 2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1부(부장 구광현 최태영 정덕수)도 지난해 1월, 무죄를 선고했다.

공수처. [연합]
공수처. [연합]

2심 재판부도 “피고인들은 2006년께 중앙지검에서 함께 근무하며 친분 관계를 유지해왔다”며 “개인적 사유로 상당한 금전 거래를 하거나 개인적 대화를 나누는 등 친분 관계가 있어 보인다”고 봤다. 이어 “피고인들 사이에 금전거래가 계속 이뤄지고 있었으므로 뇌물을 건넨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2심 판결에 대해 공수처가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의 판단 역시 같았다.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하며 ‘공수처 1호 기소’ 사건은 무죄로 기록됐다.

지난 2021년에 설립된 공수처는 지금까지 불과 6건의 사건을 직접 기소했다. 지난달 처음으로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이 나왔지만 선고유예 판결이었다. 선고유예는 2년간 선고 자체를 유예하는 것으로 재범을 저지르지 않으면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 공수처는 연평균 200억원대 예산을 쓰고 있다.


notstr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