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U 빼서 팔아 1000만원 수익
절도죄로 벌금형 500만원
해임당하자 불복 소송 냈지만
법원 “해임 적법”
![사진은 참고용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29/news-p.v1.20250427.f2b56ea842a049179513b1302d8303dc_P1.jpg)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서울의 한 중학교에 도둑이 들었다. 범인은 외부인이 아니라 해당 학교에서 근무한 선생님이었다. 당시 13년차 교사 A씨는 교실 컴퓨터에 있던 고가의 CPU를 떼어낸 뒤 저가의 CPU로 교체했다. 2개월 간 같은 수법으로 26개의 CPU를 훔쳐가 중고거래로 1000만원을 벌었다.
A씨의 범행은 약 2년 뒤 발각됐다. 그는 절도죄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 받았다. 교육청으로부터는 해임을 당했다. A씨는 반발했다. “해임 처분은 너무 가혹하다”며 소송을 냈다. 법원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투자 사기 피해로 경제적 곤궁에 빠진 여자친구를 돕고자 절도에 이른 것이다. 해임은 너무 가혹하다.”
▶CPU 26개 갈아끼워 1000만원 수입=A씨의 범행은 그가 다른 중학교로 발령난 뒤에 드러났다. 지난 2023년 9월, CPU 사양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챈 학교에서 수사를 외뢰했다. 애초 CPU의 시가는 50만원이었는데 A씨가 갈아끼운 CPU는 4만원에 불과했다. 1998년에 출시된 보급형 제품이었다.
A씨는 수사가 진행되자 범행을 자백했다. A씨의 범행으로 인한 피해 금액은 1014만원에 달했다. 26개의 CPU를 새롭게 구매하고, 설치하는 데 든 비용이다. 그는 이 비용을 모두 학교 측에 지급했다. 교육청에서 해임을 결정하며 부과한 징계부가금 2028만원(피해금액의 2배)도 본인이 납부했다.
이후 A씨는 “해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여자친구를 돕고자 한 범행이었다”며 범행 계기를 참작해달라고 했다 또한 “여자친구와 결혼한 뒤 CPU를 원래대로 되돌려놓으려 했으나 다른 중학교로 발령이 나는 바람에 교체 시기를 놓쳤다”며 “범행을 자백했고, 피해금액와 징계부가금도 모두 납부했다”고 주장했다.
▶법원 “해임 정당”=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임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12부(부장 강재원)는 A씨의 청구를 기각하며 이같이 판시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절도 횟수와 피해 금액이 적지 않을 뿐 아니라 해당 CPU는 학생들의 수업을 위해 제공된 것이므로 A씨로 인해 학생들의 학습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CPU를 다시 돌려놓으려 했다는 A씨의 변명은 믿기 어렵다”며 “범행 이후 2년이 넘도록 CPU를 되돌려 놓지 않다가 수사가 진행되고 나서야 범행을 자백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교사에겐 일반 직업인보다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며 “교원 사회 전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더욱 엄격한 잣대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는 “파면 처분으로 인해 A씨가 입게 되는 불이익의 정도가 해임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상 필요보다 크기 어렵다”며 해임은 정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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