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원동 60㎡ 월세 240만원에 거래
재건축 대거 이주에 전월세 품귀 탓

서울 강남·서초구의 ‘옆세권’으로 불리는 경기도 과천시(사진)에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맞먹는 월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재건축단지 이주로 인해 전세 매물이 씨가 마르면서다.
2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과천시 문원동에 위치한 아파트 래미안슈르 전용면적 60㎡(26평)는 최근 보증부월세가 보증금 3억원, 월세 240만원에 시장에 나와 거래 완료됐다. 최근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선 전용 77㎡(31평)가 보증금 3억3000만원에 월세 180만원으로 신규 계약됐는데, 과천 20평대 아파트가 이에 준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실제 과천의 임대차 가격은 상승세다. 지난 16일에는 래미안슈르 전용면적 85㎡(34평)가 보증금 8억원, 월세 100만원에 거래돼 신고완료됐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이 단지의 같은 평수 보증부월세는 보증금 7억원(2024년 3월)에 월세 30만원에 체결됐다. 보증금이 1억원 늘어난 데다 월세 역시 70만원 불어났다.
남혁우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부동산연구원은 “네이버부동산 기준 과천푸르지오써밋 단지를 봤을 때 2024년 4월에는 동일면적 월세가 보증금 1억원에 225만~260만원이었지만 2025년 4월에는 260만~290만원 수준”이라며 “1년 만에 월세가 11.5~15.5% 상승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과천시에서 고가 월세가 체결되는 이유는 대건축 단지에서 대규모 이주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천시 부림동 과천주공 8·9단지에서 2100가구 이상이 임시 보금자리를 찾으며 주변 전월세 매물의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과천주공5단지도 최근 관리처분계획을 인가 받으며 올해 하반기부터 이주를 시작할 계획이다.
재건축 단지가 이주를 시작하면 최소 5년 이상은 임시로 거주할 곳을 찾아야 하지만, 현재 과천은 전세 매물이 씨가 마른 상황이다. 부동산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과천시의 전세 매물 수는 지난 23일 기준 93개로 지난해 연말(151개) 대비 38% 하락했다.
대표적인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히는 과천은 신도시 개발로 인해 자녀를 둔 젊은 세대 유입이 많은데, 학업으로 인해 장거리 이주는 어려운 상황에서 이주 세대가 일시적으로 월세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과천시의 M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전세는 매물 자체가 귀하고 나오면 빨리 소진되는 상황”이라며 “자금 계획이 되면 전세로 들어가지만 그게 안 되면 반전세나 월세로 들어가는 수요자들까지 생기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월세 가격의 상승은 과천시의 매매가도 끌어올리고 있다. 주민들 사이에선 집값 상승기를 틈타 상급지로 갈아타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지난 3월 말 과천주공 10단지는 전용 105㎡(33평)와 124㎡(40평)는 나란히 각각 28억원, 31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다시 썼으며, 과천프루지오써밋도 전용 59㎡(24평)가 18억3000만원에 거래돼 ‘18억대’ 문을 열었다.
앞선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과천은 관내에서 갈아타기도 많은 편”이라며 “신축을 팔고 사업시행인가가 난 과천주공 8단지·5단지로 이주하는 세대가 많고, 또 최근 상승기를 기회 삼아 강남으로 이사를 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홍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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