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한 라이선스 한계 극복 못해

한화손보 인수…FI ‘절반의 성공’

캐롯손해보험 애플리케이션 이미지 [캐롯손해보험 캡처]
캐롯손해보험 애플리케이션 이미지 [캐롯손해보험 캡처]

국내외 굴지의 투자사들 자금을 토대로 야심차게 출범했던 캐롯손해보험이 머쓱한 결말을 지었다. 사모펀드들은 보험업 투자경험을 쌓았지만 ‘디지털 전문 보험사’라는 특수한 라이선스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한화손해보험은 캐롯손해보험 주식 2586만4084주를 약 2056억원에 매입하겠다고 지난 24일 공시했다. 인수대금은 전액 현금이며, 취득예정일은 오는 29일이다. 이번 지분매입이 마무리되면 한화손해보험의 캐롯손해보험 지분율은 기존 59.6%에서 98.3%로 늘어난다.

매입대상 지분은 티맵모빌리티 600만주(10%), 현대자동차 140만주(2.3%) 등 전략적투자자(SI)뿐만 아니라 스틱인베스트먼트 약 789만주(13.1%), 알토스벤처스 약 586만주(9.7%), 어펄마캐피탈 약 471만주(7.8%) 등 재무적투자자(FI) 지분이 포함됐다.

금융업계에서는 한화손해보험이 캐롯손해보험 합병을 검토하면서 사전작업 차원의 행보로 풀이한다. 한화 측은 캐롯손해보험의 자본건전성 해결을 위한 여러 방안을 고심해왔던 바 있다.

캐롯손해보험은 국내 첫 디지털 손보사로 2019년 출범한 이후 최근까지 세 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확충했다. 이 과정에서 스틱인베스트먼트, 어펄마캐피탈 등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주주명부에 이름 올렸다.

캐롯손해보험은 주행거리만큼만 보험료를 계산하는 퍼마일(Per-Mile) 자동차보험을 2020년 국내 최초 출시하며 관심을 모았다. 기존 자동차보험은 운행 거리와 무관하게 연간 보험료를 전액 선납하는 것과는 차별화됐다. 이외에 운전자의 패턴과 안전운전 습관 데이터를 활용해 인슈어테크(Insurtech·기술기반보험)를 표방해 시장 공략에 나섰다.

실제로 캐롯손해보험을 비롯해 디지털 전문 보험사 실적이 뒷걸음질쳤다. 특수성을 감안하고 투자에 나섰던 FI들은 아쉬움을 남겼다. 당초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회수를 기대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지며 한화그룹의 지분매입으로 마무리됐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캐롯손해보험과 교보라이프플래닛 등 기존 보험사의 자회사 형태로 디지털 보험사를 허가해준 것은 이미 라이센스의 한계를 당국도 알고 있었다는 방증”이라며 “기업공개가 여의치 않거나 경영이 어려워질 경우를 대비해 한화 및 교보 등 모기업이 되는 기본 보험사가 사업을 이어받는 방식의 마무리를 염두에 둔 조치”라고 말했다. 노아름 기자


aret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