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고도화 추진…기업 CB모형 등 연내 서비스

1300만 기업 DB기반 ‘성장 잠재력 지수’ 시장 확대

ESG·R&D·특허·고용정보 등 비재무 정보 고도화

글로벌 공급망 분석 확대…정부 부처·대학에 데이터 제공

프랑스 코파스와 MOU 체결…정보 독점 제공 예정

홍두선 KODATA 대표는 전사적 차원에서 ‘AI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정보를 단순히 제공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고객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서비스로 진화시키는 것이 AI 전략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임세준 기자
홍두선 KODATA 대표는 전사적 차원에서 ‘AI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정보를 단순히 제공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고객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서비스로 진화시키는 것이 AI 전략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정태일·유혜림 기자] “20년 전과 같이 성장률 5% 시대엔 부도를 막는 정보가 필요했다면, 지금과 같은 1% 시대엔 살아남을 기업을 골라낼 정보가 중요합니다.”

2005년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책금융기관과 시중은행의 출자로 설립된 기업신용평가(CB) 전문기관인 한국평가데이터(KODATA)가 올해 창립 20주년 맞았다. 국내 최대 기업DB를 토대로 중소기업을 넘어 국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지원해 왔고, 이제는 개인 CB·ESG평가 등 종합 신용평가회사로 도약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AI 데이터 기반 금융 플랫폼’ 비전에 주력한다. 이에 지난해 7월 취임한 홍두선 대표는 ▷전사적인 AI 대전환 추진 ▷성장 잠재력 지수 발표 ▷글로벌 정보협력 체계 등을 차례로 가동하며 KODATA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홍 대표는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가진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연내 AI로 고도화된 기업 신용평가 모형 등의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홍두선 KODATA 대표가 “저성장 시대엔 부도를 막는 정보보다 살아남을 기업을 선별할 정보가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임세준 기자
홍두선 KODATA 대표가 “저성장 시대엔 부도를 막는 정보보다 살아남을 기업을 선별할 정보가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임세준 기자

▶연내 주력 상품군 AI 탑재 출시=홍 대표가 가장 먼저 꺼낸 화두는 ‘AI 대전환’이다. 그는 2016년 바둑 AI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은 ‘알파고 쇼크’를 거듭 거론할 정도로 “데이터 기업 CEO로서 AI 전환은 생존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취임 이후 첫 조직개편에서도 대표이사 직속으로 미래전략본부와 AI 전환실을 신설했다.

KODATA는 전사적인 AI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AI 에이전트를 도입해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고, 사내 데이터를 구조화해 자산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외부적으로는 기존 평가모형에 AI 알고리즘을 접목해 조회 편의성을 높이고, 데이터 분석력을 제고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신규 데이터 상품도 단계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그는 “단순 수치가 아닌 ‘데이터 스토리’로 보여줘야 한다는 게 요즘 금융시장의 니즈”라며 “연내에는 기업 CB모형 등 기존 상품을 보다 직관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AI로 고도화한 서비스를 일부 선보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핀테크와의 협업도 본격화했다. 이미 토스와는 개인 CB 영역에서 제휴를 맺었고, 다수의 핀테크 스타트업과도 공동 상품 개발을 진행 중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핀테크지원센터와 500곳의 회원사가 모인 핀테크산업협회와도 제휴했다. 또 IBK기업은행의 ‘창공’과 같은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과도 연계해 협업을 가동하고 있다. 그는 “일부 AI 서비스는 금융당국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신청해 절차를 밟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에서 30년간 기업정책과 금융정책을 다룬 홍두선 KODATA 대표는 “중소기업의 성장 사다리를 설계하던 공직 경험이 현재 KODATA의 방향성에도 깊이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임세준 기자
기획재정부에서 30년간 기업정책과 금융정책을 다룬 홍두선 KODATA 대표는 “중소기업의 성장 사다리를 설계하던 공직 경험이 현재 KODATA의 방향성에도 깊이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임세준 기자

▶“성장 잠재력 갖춘 기업에 돈 흘러야”=KODATA의 뿌리는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에 있다. 태생부터 정보 인프라를 통해 유망 중소기업을 발굴하고 금융 지원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사명으로 삼아왔다. 지난 30여년간 기획재정부에서 중소기업 성장사다리, 생산적 자금 유도 정책 등을 총괄한 홍 대표는 KODATA의 지향점을 구현할 최적임자로 꼽힌다.

특히 홍 대표가 취임 후 선보인 ‘성장 잠재력 지수’과 같은 예측 모형을 개발한 것도 경제정책 현장에서 느낀 고민들이 투영된 결과물이다. 이 지수는 최근 3년간 평균 매출 증가율이 상위 25%에 속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재무 항목뿐 아니라 기술력·고용 안정성·특허·R&D·ESG 정보 등 다양한 비재무 항목까지 포함해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그는 이 지수를 소개하며 “가끔 고객사를 만나면 ‘아직 제 공직자 DNA가 100% 다 바뀌지 않았나 봅니다’하고 말한다”고 웃어보였다.

현재 KODATA는 이 지수를 은행·공공기관·자본시장에 걸쳐 세 방향으로 확장 중이다. 은행권에선 ‘신용 리스크는 높지만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을 골라내는 보완 지표로 쓰일 수 있다. 지금과 같이 기업 대출이 위축되는 국면에선 진가를 더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연체율이 오르면서 대출이 조여드는 환경에선 성장성이 입증된 기업들에게 자금 숨통을 틔워주는 인덱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 부문에선 자치단체나 진흥기관의 정책자금 심사 기준으로 활용 가능성이 높다. 정책 지원 자격을 갖춘 기업들을 골라 사전 신청을 안내해주는 수단으로도 충분히 쓰일 수 있다. 일단 현재 1300만개 이상의 기업 DB를 갖춘 KODATA는 경쟁사 대비 비외감법인 기업에 대한 정보도 풍부하다는 것이 강점이다. 이에 자본시장에선 VC, 사모펀드의 투자 기업 탐색 단계에서 유용하다. 탐색 비용을 줄이면서 투자 판단 속도도 앞당길 수 있어서다.

홍두선 KODATA 대표가 취임 후 선보인 ‘성장 잠재력 지수’는 금융권과 자본시장, 공공기관으로 그 활용 폭을 넓히고 있다. 그는 “기존 신용평가만으로는 포착하지 못한 ‘미래 성장 가능성’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지수”라고 소개했다. 임세준 기자
홍두선 KODATA 대표가 취임 후 선보인 ‘성장 잠재력 지수’는 금융권과 자본시장, 공공기관으로 그 활용 폭을 넓히고 있다. 그는 “기존 신용평가만으로는 포착하지 못한 ‘미래 성장 가능성’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지수”라고 소개했다. 임세준 기자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데이터 동맹’도 추진=글로벌 무역 질서의 변동성은 기업 정보업계에도 새로운 숙제를 던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국내 수출기업의 리스크 관리 역량을 시험대에 올려놨다. 홍 대표는 “미중 갈등 심화와 보호무역 조치 확대로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이 빨라지는 만큼, 데이터 기업으로서 기업 간 거래 정보를 활용한 선제적 공급망 대응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KODATA는 기업 간 거래 정보(DB)를 활용한 공급망 서비스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외 주요 정부 부처 및 대학에 글로벌 공급망 분석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으며, 기획재정부 주관 ‘민관협력 공급망 네트워크’에 공식 연구기관으로 합류했다.

홍 대표는 “미중 갈등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며 “이럴수록 내수 강소기업들이 유럽 등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정보 인프라를 뒷받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이달 KODATA는 세계 3대 신용보험·신용평가 기관인 프랑스의 코파스(Coface)와 MOU를 체결하며 글로벌 정보 협력 체계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 협약을 통해 KODATA는 코파스의 정보 서비스 및 상품을 국내에 독점 공급할 수 있게 되었으며, 양사는 신용평가모형 공동 개발, AI 기반 상품 기획, 데이터 공유 등 협력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홍 대표는 “수출 비중이 낮은 내수 중소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도우려면, 신뢰 기반의 해외 거래 상대방 정보가 필요하다”며 “국내 기업이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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