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로켓맨’vs‘늙다리’ 충돌, 이번엔 수위 조절

北 “몸값 올리기” 포석…대화 물꼬 가능성 열어

“한미연합훈련 중단하면 北 협상 나설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2월 27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정상회담을 갖고 악수를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2월 27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정상회담을 갖고 악수를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서정은·문혜현 기자] 트럼프 1기 행정부 출범 직후 강경일변도로 충돌했던 북미가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서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무력시위를 펼치며 거친 언사를 주고받았던 8년 전과 달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스트롱맨 간 브로맨스’를 과시하며 향후 대화와 협상에 앞선 수싸움을 벌이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수 차례 만남에도 불구하고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빈손’으로 그쳤음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각국 정상들과 연이어 정상외교 일정을 수행하는 등 분주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 이스라엘과 일본 정상을 만난데 이어 이번 주 요르단과 인도 정상을 만난다.

통상 미국은 신행정부 출범 3개월에서 6개월 사이 주요 대외정책 검토를 마치고 큰 흐름을 정립하는 만큼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서 향후 외교 우선순위를 엿볼 수 있다.

일단 정상외교 일정을 감안하면 인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외교·안보 전략을 수립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특히 북한에 지속적인 유화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미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도 김 위원장과 관련해 “김정은과 잘 지내면 모두에게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언론 인터뷰에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와 대화조차 못했을 것”이라며 “나는 누구보다도 김정은을 잘 안다”고도 했다.

이는 1기 행정부가 출범했을 때와 확연히 다르다.

2017년엔 북한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메가톤급 도발로 미국의 대북기조에 강하게 반발했고, 북미는 상대 정상을 겨냥해 ‘망령든 늙다리’, ‘꼬마 로켓맨’ 등 자극적인 언사를 쏟아냈다.

아직 시기는 불분명하지만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이시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비핵화 등 문제에서 인식을 함께했다”며 “여러 형태로 (북미) 접근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AP]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보다 구체적인 전망도 나온다. 하반기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과 성과를 내야 하는 김 위원장이 이 이상 대화를 미루는 ‘눈치게임’만 벌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 이어 조선중앙통신 논평, 국방성 대변인 담화로 발신주체를 변경해가며 대미메시지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한은 11일 미국의 핵추진잠수함(SSN) 알렉산드리아함의 부산 입항을 두고 “안보 우려에 대한 노골적 무시”라며 “국가의 안전 이익과 지역의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임의의 수단을 사용할 준비 상태에 있다”고 경고했다.

국방성 대변인은 담화에서 “우리는 조선반도(한반도)를 둘러싼 지역의 첨예한 군사적 대치 상황을 실제적인 무력충돌로 몰아갈 수 있는 미국의 위험천만한 적대적 군사행동에 엄중한 우려를 표시”한다며 “더 이상의 불안정을 초래하는 도발 행위를 중지할 것을 강력히 경고한다”고도 했다.

최근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와 한미 연합훈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를 두고 본격적인 북미대화 재개에 앞서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의도적으로 긴장을 조성해 미국의 태도를 보고, 협상에 나설지 여부를 결정하려 한다는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19일 북한 평양에서 만나 함께 웃고 있다. [AP]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19일 북한 평양에서 만나 함께 웃고 있다. [AP]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핵 고도화의 명분으로 미국의 한미연합훈련과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내세우고 있다”며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 것들이 중단되면 협상의 장에 나갈 수 있다는 간접적인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장은 “미국으로서는 북미대화에 그렇게 목을 매고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은 여유가 있다”면서 “북한도 당장 대화에 응할 마음은 없고, 몸값 올리기에 치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러시아와 대화에 나서면서 북미대화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 사실을 밝히고 “그(푸틴)는 사람들이 죽는 것을 멈추기를 원한다”고 했다. 이어 “나는 푸틴과 항상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며 자신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할 구체적인 계획이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양 교수는 “북미 양측 모두 대화 필요성엔 공감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미대화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지만 북미대화와 미러대화는 연계돼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려면 북미관계 발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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