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이어 항소심서도 무죄…오랜 사법리스크 해소
‘조용한 리더십’ 끝내고 삼성 미래 비전 발표할까
잠시 멈췄던 현장경영부터 나설 거란 분석도
내일 방한 샘 올트먼 CEO 만날지 주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2/03/rcv.YNA.20250203.PYH2025020308600001302_P1.jpg)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에 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으면서 향후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이 회장은 2022년 회장 취임 후에도 별다른 메시지 없이 ‘조용한 리더십’을 이어왔다. 사법리스크 족쇄가 풀렸다는 평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미래 비전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 및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등 삼성그룹의 경영 정상화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3일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는 이날 오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삼성 바이오 회계 처리를 거짓 회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이재용 회장은 수년째 묶여온 사법리스크를 대부분 해소하게 됐다. 검찰의 상고 가능성이 남아있지만,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죄가 나온만큼 대법원 최종심에서 결론이 뒤집힐 확률은 낮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회장의 향후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2년 넘게 이어진 ‘침묵의 리더십’이 계속 이어질지 관건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22년 회장 취임 후에도 별다른 비전 발표나 미래 경영 메시지 없이 침묵하고 있다. 회장 취임 이틀 전인 2022년 10월 25일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2주기 당시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라고 밝힌 것이 사실상 마지막 유의미한 메시지다. 이후 기술과 혁신에 대한 투자를 재차 강조하긴 했지만, 1993년 이건희 선대회장의 ‘신경영 선언’과 같은 구체적인 비전 선포는 아직까지 없다.
이같은 행보를 두고 그간 일각에서는 사법리스크 때문이라는 분석과 이 회장의 고유한 경영 스타일이라는 상반된 의견이 혼재했다. 이번 무죄 선고로 사법리스크가 상당수 해소된만큼 연내 어떤 형태로든 미래 주력 사업을 포함한 비전 발표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경쟁력 회복을 위한 삼성 컨트롤타워 재건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그간 재계에서는 삼성이 중장기적인 사업 전략을 짜고 그룹사간 사업 시너지를 내기 위해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봤다. 책임 경영 차원에서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가 시급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감위) 위원장은 지난 2023년 연간 보고서에서 “경영 판단의 선택과 집중을 위한 컨트롤타워 재건, 조직 내 원활한 소통에 방해가 되는 장막 제거, 최고경영자 등기임원 복귀 등 책임경영 실천을 위한 혁신적인 지배구조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반도체 기술력에서 SK하이닉스 등 경쟁사에 뒤쳐지며 전례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15조1000억원으로 SK하이닉스(약 23조원)에 크게 뒤쳐졌다. 사업의 기둥을 담당하던 메모리사업에서 기술 경쟁력이 감소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여기에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사업은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대만 TSMC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시스템LSI사업부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 트럼프 정부(發) ‘관세전쟁’과 미중 통상 갈등 등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더해지며 대외 경제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같은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이 회장의 직접적인 메시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일단 이 회장은 2심 선고를 앞두고 잠시 중단했던 현장 경영에 우선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는 매년 명절마다 해외 출장길에 나서며 글로벌 현장 점검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2심 선고를 앞뒀던 지난 설 명절에는 국내에 머무르며 조용한 연휴를 보냈다.
당장 내일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의 회동 가능성이 제기된다. 샘 올트먼 CEO는 3일 밤 방한해 무박 2일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4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리는 오픈AI 개발자 콘퍼런스 ‘빌더랩’에 참석한 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미팅할 것으로 전해졌다. AI 반도체 시장에서 파트너를 모색하고 있는 만큼 이재용 회장과도 만날 수 있다는 해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