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총재, 16일 한은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밝혀

“지난해 4분기 성장률 0.2%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 있어”

“금통위원 모두 3개월 내 인하 가능성 열어야 한다고 생각”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헤럴드경제=김은희·홍태화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6일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3개월 내 인하에 대해선 금통위원 6명 모두가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나타났다.

계엄 여파로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사실상 하향조정될 것으로 확실시 되면서 추가적 금리 인하가 필요하단 공감대가 통화당국 내 형성된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3.00%로 동결한 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0.2%나 더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해 4분기는 계엄 사태 영향을 받았다”며 “올해 1분기 이후 성장률이 어떻게 변할지는 정부가 재정정책을 어떻게 쓸 것인지, 어제 대통령 체포영장이 일단락 돼서 헌재가 정상화될지 등에 따라 매우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성장 상황이 매우 위태롭단 것이다. 이에 다음 기준금리 결정 땐 인하로 기울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총재는 “금융통화위원 6명 모두 3개월 내에 현재 연 3.00%보다 낮은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어 “국내 경기가 예상보다 안 좋아 단기적인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과 대외 경제 여건을 확인한 이후에는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에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기준금리 동결 과정에서도 인하를 주장한 소수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성환 위원은 “환율 상승이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경기 둔화로 수요측 물가 압력이 줄어들 것으로 판단해 경기에 중점을 두고 금리 인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 했다고 이 총재가 전했다.

그럼에도 이번달 기준금리를 3.00%로 동결한 이유로는 환율이 꼽혔다.

이 총재는 “예상하지 못한 정치적 리스크(위험) 확대로 성장의 하방 위험과 환율 변동성이 커졌다”면서 “국내 정치 상황과 주요국 정책 변화에 따른 경제전망·외환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현재의 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대내외 여건 변화를 좀 더 점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계엄 등 정치 불확실성에 따른 환율 상방압력 수준에 대해선 “국민연금 환 헤지 물량, 시장 안정화 조치 효과 등을 고려하면 (정치 영향은) 20원보다 큰 30원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환율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지면서 추가적인 경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 총재는 “원/달러 환율이 만일 1470원대로 오른 채 유지된다면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저희가 예측했던 1.9%보다 0.15%포인트 올라 2.05%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율뿐 아니라 국제 유가가 같이 올라가면 (물가에 미치는) 임팩트가 더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경제 안정을 위해선 정치적 불확실성이 감소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어제 있었던 이벤트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많이 감소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어제 일을 계기로 과거와 같이 질서 있게 이 문제를 해결하게 될 것이고, 경제 정책은 정상적으로 집행될 것이라는 얘기를 해외에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엄호하는 발언이 ‘정치적 메시지’라는 지적에는 “굉장히 경제적인 메시지”라며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메시지였다”고 밝혔다.

이어 “국무총리가 탄핵되고 최 권한대행이 대행의 대행이 돼서 또 탄핵되면 대외 신뢰도가 어떻게 될지 외국 투자사나 신용평가사의 시각이 나빠지는 것을 아는 상황에서 그건 가장 중요한 메시지였다”며 “경제를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안 할 수 없는 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지난 2일 신년사에서 “최 권한대행에 대해 여러 가지 비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그 비판을 하는 분은 최 권한대행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경우 우리 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답도 같이 하시는 것이 좋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