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m 완충지대 두고 尹 찬·반 집회 연일 철야

찬윤 집회 속 2030, “공수처 체포 권한 없어”

반윤 집회 속 5060, “공수처에 힘 실어줘야”

13일 오전 7시께 서울 한남동 루터교회 인근에서 탄핵 반대 집회 참석자들이 태극기와 빨간색 경광봉을 흔들고 있다. 김도윤 기자.
13일 오전 7시께 서울 한남동 루터교회 인근에서 탄핵 반대 집회 참석자들이 태극기와 빨간색 경광봉을 흔들고 있다. 김도윤 기자.

[헤럴드경제=박지영·김도윤 기자] “내란수괴 이재명 구속! 우리한테 주먹 한방이면 끝납니다. 우리 주먹은 단단하고 강철 같습니다”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고교 1학년생 발언 중)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을 발부 받은지 7일째, 서울 한남동 관저 앞은 여전히 철야 농성을 진행한 집회 참석자들로 북적였다. 특히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참석자들 중에서는 2030세대가, 탄핵 찬성 집회 참석자들 중에서는 5060세대가 눈에 띄었다. 찬반 집회 사이 거리는 불과 200m. 집회 참가자들끼리 비난을 하며 충돌하는 장면도 자주 목격됐다.

13일 오전 7시께, 이른 시간이었지만 서울 한남동 국제루터교회 앞에는 태극기와 빨간색 경광봉을 든 탄핵 반대 집회 참석자들 수백명이 모여 있었다. 은박 담요를 두르고 추위를 견디고 있는 이들은 “탄핵 무효”를 외쳤다. 교회 앞 100m 정도 늘어선 화환들 사이에는 ‘윤석열 대통령님 힘내세요! 2030이 있습니다’는 피켓도 눈에 띄었다.

13일 오전 서울 한남동 루터교회 인근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화환들 사이에 ‘윤석열 대통령님 힘내세요! 2030이 있습니다’라는 피켓이 놓여져 있다. 박지영 기자.
13일 오전 서울 한남동 루터교회 인근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화환들 사이에 ‘윤석열 대통령님 힘내세요! 2030이 있습니다’라는 피켓이 놓여져 있다. 박지영 기자.

어머니와 함께 이날 새벽 3시부터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 A양은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싸우겠습니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었다. 그는 “자유 민주주의를 지켜야 될 것 같아서 엄마와 함께 집회를 나왔다”며 “엄마와 할머니도 고생하는데, 집 안에만 있을 수 없어서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A양의 어머니인 김영수(47) 씨는 “새벽이 제일 사람이 없을 때라 저녁 장사를 끝내고 새벽 3시쯤 도착해서 오전 9시에 경기도 오산으로 돌아가는 생활을 계속 하고 있다”며 “딸과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에게 자유민주주의 세상을 물려주고 싶어서 왔다. 권한도 없는 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을 체포하겠다고 하는 것이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전에서 올라온 대학생 김모(26) 씨는 대학교 친구들 5명과 함께 집회에 참여했다. 김씨는 “너무 춥지만 지금 집회에 참석하지 않으면 인생이 추워질 것 같아서 올라왔다”며 “2030이 눈에 띄는데 같이 나와서 응원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차모(29) 씨는 “집회에는 5일째 참석 중이고 첫날엔 철야도 했다”며 “2030세대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무관심하지 말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13일 오전 7시 30분께 서울 한남동 윤석열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들이 철야 농성을 마치고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박지영 기자.
13일 오전 7시 30분께 서울 한남동 윤석열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들이 철야 농성을 마치고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박지영 기자.

약 200m 가량 떨어진 탄핵 찬성 집회에서는 5060세대가 수십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3박 4일 철야농성을 했다는 김모(50) 씨는 “지난 3일 공수처가 체포에 실패했을 때 철야 농성에 참여했다”며 “경호처 상황만 봐도 이미 추는 기울었다고 본다. 윤석열 체포, 구속, 헌법재판소 탄핵 인용 흐름으로 갈 거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50대 중반 김모씨는 ‘윤석열 탄핵’ 응원봉을 들고 “공수처가 윤석열을 체포할 수 있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나왔다”며 “춥지만 속에 천불이 나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며 은박 담요를 다시 싸맸다.

13일 오전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열리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가 자신이 만든 피켓을 들고 ‘윤석열 체포’를 외치고 있다. 박지영 기자.
13일 오전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열리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가 자신이 만든 피켓을 들고 ‘윤석열 체포’를 외치고 있다. 박지영 기자.

양 집회 참가자들 간 분위기가 격화되면서 지지자 간 충돌도 곳곳에서 포착됐다. 보수 유튜버가 탄핵 찬성 집회 현장을 찍자 “윤석열 쫄보XX”, “빨갱이는 북한으로”라며 양측 참가자들 간 실랑이가 벌어지면서 경찰이 호루라기를 불며 제지하기도 했다. 한남초 앞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영상을 찍으러 온 MBC 기자를 에워싸며 “무슨 낯짝으로 여길 왔냐”며 고성을 지르는 등 충돌도 빚어졌다.

한남초 앞에는 양측의 충돌을 우려해 서울특별시 중부교육지원청에서 통학 안전지원단 4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 관계자는 “등하교 때 아이들이 정문까지 안전히 진입할 수 있도록 돕고, 하교 때 시위대가 끝나는 지점까지 동행하고 있다”며 “아무래도 무력충돌이 일어나지 않을지 가장 걱정된다. 시위로 인해서 아이들 안전에 위협이 발생하지 않도록 어른들이 자발적으로 조심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지난 12일 서울 용산경찰서는 관저 주변 집회 현장에서 문구용 커터칼을 허공에 휘두른 50대 남성을 특수협박 혐의로 체포했다. 이 남성은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욕하는 것에 화가나 이같이 행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과정에서 다친 사람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