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재청구한 내란수괴 혐의 체포영장을 7일 발부했다. 공수처가 지난 3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찾았지만 경호처의 물리적 저항으로 체포에 실패했고 이전 영장의 유효기간(12월 30일~1월 6일)도 만료한 때문이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적법하게 절차를 따라 이루어진 재판에 대해서는 일단 존중해야 한다”며 “(체포영장에 대해) 이의신청이나 체포적부심 등 절차를 통해 다투는 것이 법치주의”라고 했다. 모든 국민에게 예외없이 적용되는 원칙이자 이론의 여지없이 맞는 말이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비상시기에 대한민국 법치주의가 어떻게 작동하느냐는 국제사회가 주목거리이자 국가 대외신인도를 좌우할 관건이다.
한국의 법치주의가 준수되고 있음을 대내외에 알리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윤 대통령의 수사 협조다. 법원의 체포 영장에 자발적으로 응하는 것이다. 극도의 혼란 상태인 국정과 정국의 꼬인 매듭을 풀 수 있는, 현 단계에서의 최우선이자 유일한 해법이다. 지금은 대통령 뿐 아니라 국무총리 이하 국무위원과 고위 관료 여럿이 탄핵으로 인한 직무정지 중이거나 공석 상태다. 국회의 경제·민생 입법은 여야 정쟁에 마비됐다. 야당의 잘못도 크나, 종국의 책임은 윤 대통령에 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국회의 의결로 해제됐으며 입법부는 행정부 수반을 직무정지시킴으로써 책임을 물었다. 문제의 시발(始發)인 계엄의 범죄 여부는 법원에서 가려질 문제이나 이후 매 단계는 법치주의를 지켰다. 그러니 다음도 법대로 돼야 한다.
대통령 탄핵도 반복돼선 안될 헌정사 불행인데, 우리 국민은 현직 대통령 체포 상황까지 맞딱트리게 됐다. 심지어 이를 거부하는 대통령이 경호처를 방패삼아 관저를 요새화하고, 수사기관이 병력을 동원해 검거해야 하는 해괴하고 기막힌 일이 21세기 민주주의 모범국인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윤 대통령측으로선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법원은 어려 법적 논란에 대한 유권해석을 내렸고 규정과 절차대로 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의 판단을 우선적으로 따르고 문제가 있다면 차후에 다시 시비를 가릴 문제다. 천 법원행정처장이 굳이 “일단”이라는 말을 붙인 이유일 것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6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헌법과 법치주의에 입각해 앞으로 나아갈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다른 자유 진영 우방국의 시각과 기대 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직무정지 중이지만 여전히 신분은 국가최고통치자이다. 그 스스로 사법체계를 부정하고 공권력과 맞선다면 국민 누가 법을 따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