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간부 집단반발…배경·의미
중수부 폐지·부패범죄 특수본 韓총장 개혁안에 한때 포함
“중수부폐지로 모면하려하냐” 최재경 중수부장 등 거센 반발
일선검사 “총장 명예로운 용퇴” 일부선 “바람직하지 못한 항명”
법무장관도 ‘감찰파동’ 수습나서 사상초유 집단사표 여부 관심
대검찰청 검사장급 이상 간부 검사와 서울중앙지검 등 각 지검 검사가 집단으로 한상대(53ㆍ사시 23회) 검찰총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검사의 비위ㆍ비리행위를 척결할 검찰개혁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던 검찰 수뇌부와 대검 중앙수사부 등 특수수사통 검찰 간부 간 충돌이 표면화한 것이다. 특히 한 총장이 김광준 서울고검 부장검사의 뇌물수수 비리사건이 터지기 직전 김 부장검사에게 언론 대응과 관련해 조언한 문자메시지를 건넸다는 이유로 최재경(51ㆍ사시 27회) 대검 중수부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하고, 지난 28일 저녁 이례적으로 이 같은 감찰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검찰 내분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전례 없는 검란(檢亂)이다. 이와 관련,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 수뇌부의 교체 없이는 이 같은 사상 초유의 검찰 내홍사태가 진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사라지는 쪽은 중수부? 검찰총장?=이르면 30일 발표 예정이었던 한 총장의 검찰개혁 방안에는 대검 중수부를 폐지하고, 부패범죄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는 내용 등이 담겨져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소식은 중수부 간부를 동요시켰다. 최 검사장은 중수부 휘하 간부와 상의한 끝에 중수부 폐지는 안될 말이라는 입장을 정리하고 검사장 회의 등에서 중수부 폐지에 반대 의견을 계속해 표명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는 중수부 폐지안이 개혁방안으로 제시되면 사퇴할 것이라는 입장을 주위에 공공연히 밝혀왔다. 대검 중앙수사과 간부 전원도 사표를 던지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가세했다. 최근 일어난 일련의 비위가 중수부와 전혀 관련없는 일인데, 왜 중수부 폐지로 이를 모면하려 하느냐는 논리다.
이런 상황에서 최 검사장은 뇌물수수 비리에 휘말린 서울대 법대 동기 김광준(51) 서울고검 부장검사에게 문자메시지로 언론 대응과 관련해 조언한 것이 문제돼 감찰을 받게 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 총장과 척을 지는 사이로 공개됐다.
최 검사장은 대검 감찰본부장이 지난 28일 저녁 자신에 대한 감찰 사실을 이레적으로 언론에 공개하자 “성추문 사건 이후 총장 진퇴 문제 등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한 총장과) 의견 대립이 있었고, 그것이 오늘의 감찰조사 착수로 나타났다고 생각한다”며 한 총장을 직접 겨냥했다.
그는 특히 “김 부장검사에게 문자메시지로 조언한 것은 그의 비리 사실이 확인되기 직전이었고, 이 사실을 한 총장도 알고 있었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집단 사표와 연판장, 앞이 안 보이는 검찰=대검 소속 검사장급 간부는 지난 28일 저녁 긴급 회동을 갖고 사태 해결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오전에도 대검 간부는 한 총장 방을 찾아 명예로운 용퇴를 촉구했다.
서울중앙지검 소속 부장 역시 회의를 갖고 “12시까지 총장이 사퇴하지 않으면 직접 한 총장 방을 찾아가 사퇴를 요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선 검사 사이에서도 격앙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 검사 사이에서는 수석검사회의를 소집한 뒤 한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려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한 검사는 “김 검사의 비위가 아직 알려지기 전, 언론 취재 대응 방안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사람에게 방법을 알려준 것이 어떻게 감찰 사유가 될 수 있느냐”며 한 총장의 감찰 지시의 적법성도 문제 삼았다.하지만 상관의 명령에 공공연하게 반기를 든 최 부장의 행동도 바람직하지 못한 처신이라는 반론도 만만찮아 사태는 해결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법무부는 전례없는 검찰 수뇌부의 맞짱대결이 벌어지자 이날 밤 사태 수습에 나섰다.
권재진 법무장관은 “검찰에서 진행하고 있는 감찰 또는 수사는 적법절차에 따라 수행하고 검찰개혁과 관련된 논의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심도있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재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