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직장 내에도 스캔들이 있다. 아내와 남편이 있는 유부남- 유부녀간 혹은 미혼자와 아내 혹은 남편이 있는 기혼자간 비밀스런 애정행각이다.

바람둥이 직장상사와 끼 많은 후배 여직원간의 은밀한 데이트. 혹은 각자 부부생활에 흥미를 잃던 유부남, 유부녀간의 비밀만남 등 부적절한 관계 얘기는 이미 오래전 레퍼토리다. 그렇다면 왜 직장내 스캔들이 발생하는 걸까.

박은경 밸런스행복코칭 대표는 “ 일반적으로 직장이 무미건조하고, 무료하다고 느끼는 경우에 발생한다”고 말했다.그는 이어 “스캔들이 마치 유행처럼 번지기도 하는데 사내 근무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직장내 스캔들엔 묘한 심리가 있다. 바로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 이라는 것.

직장인들의 이중심리를 가장 잘 표현한 말이다. 스캔들의 주인공이 당사자인 경우 로맨스라 하고, 다른 동료가 스캔들에 휘말릴 경우엔 불륜으로 매도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 때엔 정신적 교감만 나눴든, 부적절한 관계를 나눴든 사실관계가 정작 중요하지 않다. 부적절한 만남으로 비춰질 경우 이유를 막론하고 스캔들로 낙인찍는 게 일반적이다.

왜곡된 시각에 의해 희생양이 되는 사례도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으로 손꼽히는 A기업에서 실제 일어났던 이야기다.아내와 두 아이를 둔 40대 가장 B(45)씨는 일찌기 촉망받는 차세대 경영인으로 지목돼 왔다. 그는 일처리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용모와 매너 역시 훌륭했기에 뭇 여직원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하지만 모범된 가장이었던 그는 아내외 다른 여성에게 단 한번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런 몸가짐은 B 씨를 더욱 빛나게 했다.

그러나 그가 나락으로 추락한 것은 한 순간이었다. 야근이 잦던 B 씨가 밤샘 작업을 해야했던 어느날 밤일이다. B씨는 계속해서 퇴근을 권유했지만 3년차 여직원 C(29)씨는 잡일이라도 돕겠다며 함께 일할 것을 자처했고, B씨는 C씨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작업에 씨름하던 B 씨의 모습이 안쓰러웠던 C 씨는 야참을 준비하겠다며 편의점에서 간식과 캔맥주를 사왔고, B 씨는 마다못해 캔 맥주 2개를 비웠다. 피로와 격무에 시달렸던 B 씨는 결국 약간의 술기운에 책상에서 잠이 들어버렸고, C 씨 역시 자신의 책상에서 꼬박 잠이들었다. 문제는 아침상황이었다. 조기 출근한 일부 동료들이 이 광경을 지켜본 것이다. 단추 풀린 와이셔츠의 B 씨와 허벅지가 드러나는 등 단정치 못한 C 씨의 옷매무새를 목격한 동료들은 그날 하루 내내 그 광경을 재연하는 재미에 흠뻑 빠졌다. 그러기를 며칠. 소문은 소문을 낳고,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다.‘C씨가 B씨를 꾀어 그날 밤 뭔일이 벌어졌다’, ‘B 씨가 C 씨에게 함께 야근할 것을 지시했다’, ‘처음부터 둘 사이가 심상찮았다’, 심지어 ‘둘이 바깥에서 만나고 다니는 것을 목격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그로부터 한 달여.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했던 B 씨는 초고속 상무승진을 눈 앞에 두고 사직서를 쓰고 쓸쓸히 회사를 떠났다. 누구보다 B 씨를 존경했던 C 씨도 오래지 않아 직장을 옮겼다.

채규만 성신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스캔들은 실제 진실보다 왜곡돼 확산되는 경향이 있다. 부하 직원과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지 않는 직장상사 등이 타깃이 되거나 질투의 대상이 되는 누군가의 자그마한 실수가 표적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직장내 라이벌 관계에 있거나 자신에게 적대적인 동료를 음해하기 위해 이야기를 지어 퍼트리기도 한다”면서 “차를 한 잔 먹는 모습을 발견해도 이는 직장내 스캔들로 퍼져 나가기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