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보전·증식·관리까지 체계적 대물림 서비스 활기
# 금융자산만 100억원이 넘는 60대 김석영(가명) 씨. 그는 얼마 전 30대 아들에게 수십억원 상당의 주식을 미리 증여했다. 세금부담을 우려하던 터에 거래하던 증권사로부터 가업승계증여세 특례(30억원까지 10% 단일세율 적용) 제도에 대해 안내받고 나서다. 대기업에 다니던 중 창업 아이디어로 성공한 중소기업인인 김 씨는 “대기업에서 독립해 창업으로 성공하는 것은 옛날 얘기”라며 “우리 세대와 달리 바닥에서 중산층으로, 중산층에서 상류층으로 진입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미 성공한 길을 물려주는 게 안전하다고 판단해 대물림 서비스를 받게 됐다”고 말했다.
# 70대 기업인인 박문수(가명) 씨는 회사는 40대 아들에게 거의 물려준 단계지만 자산은 여전히 본인 소유가 많다. 과거 대물림에 드는 세금이 아까워 차일피일 미뤘다는 박 씨는 이제 ‘체계적인 대물림’에 마음이 급해져 증권사 문을 두드렸다. 그는 “사망할 때 한꺼번에 물려주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먼저 준비하는 게 낫다고 판단해 가문자산관리 조언을 받기로 했다”고 전했다.
60~80대 슈퍼리치들이 ‘업 물려주기’에 나서면서 ‘제대로 물려주는 법’을 알려주는 증권사의 ‘패밀리오피스’ 서비스가 최근 각광받고 있다.
패밀리오피스란 가문자산관리 서비스의 하나로,자산의 보전과 증식ㆍ관리는 물론 부(가업)의 승계까지 돕는 서비스다. 프라이빗뱅커(PB)와 자산관리 측면에서는 유사하지만, 고객이 개인 단위가 아닌 가문 단위라는 데서 차이가 난다. 따라서 상속ㆍ증여에 대한 조언뿐만 아니라 가문 자산의 포트폴리오, 2세대의 자산관리 교육까지 나선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가문 혹은 가업’이란 키워드가 들어간 VVIP 특화 서비스에 나서는 곳이 올 들어 부쩍 늘고 있다. 삼성증권과 우리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신한금융투자, 신영증권 등이 이 같은 패밀리 자산관리 서비스에 적극적이다.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는 이제 시작 단계로,주식ㆍ채권ㆍ부동산ㆍ세제 등 종합 투자 포트폴리오를 짤 수 있는 금융투자업계를 상대적으로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부와 가업 대물림에 나선 이들은 주로 50~70대 남성으로 1~1.5세대 자수성가형 기업인이 대부분이다.
금융회사 VIP의 남녀 비율이 대개 50대50으로 고른 것과 달리, 패밀리오피스 서비스 이용 고객은 주로 남성이고 70~80대도 상당하다. 110여개 가문의 자산을 관리하는 국내 한 증권사의 경우 패밀리오피스의 중심 고객이 70~80대다.
업계는 부와 가업 대물림 서비스 이용이 급증한 데 대해 ▷명문가 자칭 패밀리 증가 ▷자수성가 어려움으로 업의 대물림 선호 ▷수명연장에 따른 대물림 준비기간 증가 등이 꼽혔다.
또 과거 소유 기업의 자금부서 등에서 담당하던 가계자산을 보다 전문화된 곳에 맡기려는 의식 변화도 한몫한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이들에게 가업은 잘 가꿔 후대에 물려줘야 하는 이른바 ‘선산’ 개념”이라며 “다만 공짜가 아닌, 2세대가 가업을 물려받을 ‘자격’을 갖추도록 교육과 훈련을 통해 대물림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대물림에 나선 부자들도 경제와 산업화 발전에 따른 세대별 인식 차이가 뚜렷했다.
익명을 요구한 패밀리오피스 총괄 담당자는 “수명 100세 시대 도래로 사업가로서의 50~60대는 한창 일할 나이라는 인식이 강해 가업이 아닌 자산을 물려주는 데에는 소극적”이라며 “대물림 자산의 선호도도 50대는 금융상품과 주식을 주로 대물림하고 싶어 한다면, 60대는 보유 부동산을 통해 부를 물려주려 한다”고 설명했다.
<성연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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