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 KBS 수목극 ‘착한 남자’는 극단적인 상황의 전개가 이어진다. 이 드라마는 복수극이 아니라 멜로의 극단, 멜로를 통해 복수를 보여준다. 그래서 치명적인 멜로라고 한다. ‘착한 남자'는 이경희 작가의 전작인 순수한 첫사랑을 그린 멜로물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가 아닌 ‘미안하다 사랑한다'나 ‘이 죽일 놈의 사랑' 계열이다.

사랑과 욕망을 꼬아놓아 질투와 연민, 고통, 미움, 분노, 상처 등의 감정을 극단으로 치닫게 한 후 결국 보여주려는 건 사랑의 가치와 인간성의 회복일 것이다. 이를 강마루(송준기)와 서은기(문채원) 한재희(박시연)를 통해 얘기하려는 것이다.

멜로드라마로서의 설정은 독하디 독하지만 캐릭터들은 썩 괜찮다. 세 명 모두 복합적인 캐릭터다. 강마루는 나쁜 남자 같은데 알고 보면 착한 남자다. ‘나쁜 남자' ‘못된 남자'가 되는 이유는 사랑하는 여자를 구하기 위해서다.

교통사고로 기억이 상실되기 전 서은기도 강하게 보이려는 건 인정받기 위함이다. 그러나 여자로서 강마루에게 기대고 싶다.

이 중에서 특히 한재희라는 캐릭터는 박시연에게는 좋은 도전이다. 이전 박시연이 주로 맡은 캐릭터는 화려하거나, 비련의 뻔한 캐릭터였다. 박시연은 전작인 영화 ‘간기남'에서 노출하고도 별 소득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캐릭터는 다변적인 색깔을 보여줄 수 있다..

어머니가 창녀였던 한재희는 상처 가득한 어린 시절 순수한 사랑으로 강마루를 만났고, 뜨거운 가슴을 지닌 방송국 기자로 살아가고 있었다. 취재중 자신을 방어하다 살인을 저지르면서 상황은 꼬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강마루는 자신의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서 6년을 보내고 자신은 대기업 회장의 둘째 부인이 된다.

박시연은 순수한 여자였다가 욕망의 화신을 보여주는데, 그 근거가 확실하게 제시돼 있다. 자신이 겪은 시궁창을 어린 아들 은석에게는 절대로 물려주지 않겠다는 욕망이다. 그래서 박시연은 연하남 송중기를 버리고 할아버지 같은 태산 그룹 서회장(김영철)에게 갔다.

그녀는 서회장의 핵심 참모인 안민영 변호사(김태훈)에게도 욕망을 드러내고 정략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돈과 명예를 지닌 화려한 생활을 이어간다. 하지만 한재희도 순애보는 남아있다.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이 상황은 보면 한재희의 욕망은 단선이 아닌 복합적임을 알 수 있다.

한재희는 한 여자로서의 욕망과 사회적으로 얽힌 욕망,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캐릭터다. 한재희를 맡고 있는 박시연은 이전에 비해 제법 연기가 늘었다. 욕망의 화신이라는 캐릭터를 ‘패셔니스타'답게 잘 소화하고 있다. 악녀의 모습도 그런대로 어울린다. 연기가 늘었지만 모노톤으로 일관한다는 아쉬움은 있다. 대사가 많아지면 간혹 국어책을 읽는 듯한 모습도 드러나면서 감성과 의미 전달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박시연은 초기에 비해 많은 연기 성장을 이뤘다. 그래도 지금은 매우 중요한 국면이다. 시청자가 공감하고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내면연기까지 요구되는 상황이다. 한재희는 그런 캐릭터다.


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