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가의 미래를 이끄는 대통령의 자질을 이루는 DNA는 어떤 것이 있을까.

18대 대선 후보들이 대선을 80여일 앞두고, 제각각 장점을 앞세우며 ‘민심구애’에 한창이다. 링 위에 오른 대선주자들은 각기 다른 인생역정과 스토리, 그리고 차별적인 청사진 등 다각도로 자신이 차기 대통령으로서 최적격자임을 어필하고 있다. 박근혜(새누리당), 문재인(민주통합당), 안철수(무소속) 대선후보는 미래 국가지도자로서 어떤 DNA를 타고났을까. 세 후보의 내면에 내재된 대통령 DNA에 대해 후보를 지근거리에서 봐온 측근들로부터 들어봤다.

▶박근혜=애국심ㆍ권력의지ㆍ 절제ㆍ 촌철살인ㆍ모범생ㆍ 썰렁개그

조동원 새누리당 홍보기획본부장은 박 후보의 대통령 DNA를 ‘애공약위국준검’으로 표현했다. 7단어를 합성한 것으로 애국심, 공정함, 약속실천, 위기관리, 국정수행, (오랜)준비, 검증을 가리킨다.

그중 애국심은 박 후보의 타고난 유전자라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조 본부장은 ‘4ㆍ11 총선 당시 ‘보수가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는 구호를 적은 현수막을 걸었는데, 그걸 본 박 후보가 그에게 직접 전화한 사례를 공개했다. 그는 박 후보가 “‘보수라는 단어를 꼭 써야 합니까? 보수나 진보로 편가르기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며 “후보는 보수나 진보가 아닌 애국파에 가까운 것 같다”고 말했다.

’100% 대한민국’이라는 표현도 박 후보 국정철학의 본질을 꿰뚫는다.

한 측근은 “박 후보가 거의 만든 워딩”이라며 “공격적인 단어를 쓰면 후보가 스스로 뺀다. 네거티브는 질색하는 성격”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가 가장 싫어하는 단어는 ‘타파’. 뭔가 깨부수고 반대한다는 뜻의 표현은 스스로 삭제할 정도다.

갈수록 견고해지는 권력의지도 빼놓을 수 없는 유전자다. 박 후보는 두 번째 대권 도전이자 마지막 대권에 도전이라는 점에서 각별한 결기가 묻어난다. 이정현 공보단장은 “최근 박 후보의 모습은 5년 전과 비교해도 권력의지가 강해졌다. 옆에서 보면 꼭 하겠다는 결의가 느껴질 정도”라고 말했다.

성실한 모범생 기질도 타고났다는 평가다.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이었던 박 후보는 학창시절 내내 상위권을 유지했고, 대학졸업 시에도 수석 졸업을 했다. 정치에 입문한 후에도 펜을 들고 수첩에 뭔가 쓰는 모습이 자주 포착돼 ‘수첩공주’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상일 대변인은 "쉼없이 지방을 오고가면서도 차안에서조차 자세를 흩트리는 일이 없다"고 전했다. 간단명료한 화법, 절제를 위주로 한 비언어커뮤니케이션도 박 후보의 특징이다. 총선기간에 유세지원본부장을 맡아 후보와 동행했던 박창식 의원은 “후보의 간단명료한 화법은 타고난 것 같다”며 “배우에 비교하면 임팩트 있게 확실한 대사 전달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썰렁개그로 통하지만 내재된 유머 DNA도 간단치 않다는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문재인=진정성ㆍ저항정신ㆍ신사도ㆍ의리ㆍ강인한 체력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진정성’을 최우선에 둔다. 송창욱 공보담당은 “현충원 참배를 갔을 때 측근 몇명과 간소하게 가고 싶어하셨다. 형식이 아닌 진정성을 보여주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얼마 전 쌍용차 해고노동자를 만날 때, 포토존에 유족을 배치하려던 당직자에게 “그런 쇼를 하지 말라”고 꾸짖은 것도 문 후보의 성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신사의 품격’도 문 후보의 내재된 DNA로 꼽힌다. 문 후보는 박 후보의 봉하마을 방문 시에도 환영 논평을 내고 상대를 예우했고, 얼마전 박 후보의 과거사 기자회견에 대해 “힘든 일이었을 텐데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또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 당시, 한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물병을 던지며 “XXX 복수할거야” 했을 때도, 문 후보는 이 대통령에게 직접 사과했을 정도다.

의리도 문 후보를 구성하는 핵심 DNA다. 문 후보는 청와대 민정수석 임기를 마치자마자 아내 김정숙 씨와 단둘이 히말라야행을 택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가 터지자 급거 귀국해 ‘대응변호인단’을 꾸렸다. 당시 그는 “어려울 때 돕는 게 진짜 친구”라는 말로 의리를 보여줬다. 노 전 대통령 서거 때 상주를 맡아 마지막을 지켰다.

그가 살아온 발자취를 보면 공평과 정의에 대한 갈망,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 저항정신이 유독 강하다. 한 재선의원은 “유신독재에 맞서 싸우거나 인권변호사 시절 부당한 국가권력에 항거한 전력은 국가지도자로서 필요한 자질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문 후보도 자신이 “문제아”였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일단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독기(毒氣)는 오늘날의 문재인을 이끈 DNA다. 그는 반유신 투쟁으로 유치장에 수감돼 있을 때, 유치장에서 사시 합격소식을 들었다. 한 측근은 “타고난 머리보단 성실한 노력형이다. 한번 마음먹으면 반드시 해낸다”고 했다.

강인한 체력과 번듯한 외모 또한 타고난 유전자다. 그는 군 시절 특전사로 근무했고, 그중에서도 1등 체력으로 유명했다. 이에 덧붙여 한 측근은 “뭇 중년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외모 또한 경쟁력이 아니겠냐”고 웃으며 말했다.

▶안철수 DNA-소통ㆍ융합ㆍ집중력ㆍ도전정신ㆍ전문성ㆍ멘토ㆍ승부사

안철수 무소속 후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공감을 전제로 한 소통능력이다. 그는 사회에서 성공한 상류층들의 스테레오 타입을 완전히 벗어난 소통방식으로 특히 젊은 세대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자는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보면, 공감을 토대로 한 자신의 의견 피력이 안 후보의 고정된 화법”이라며 “그 자체로 훌륭한 커뮤니케이션 모델”이라고 평했다.

예컨대 출마 선언 시 안 후보는 박근혜 후보의 과거사 질문을 받고, 3초간 침묵한 뒤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그 대목이 기자회견의 하이라이트였다. 침묵이 그 어떤 말보다 더 힘있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평했다. “인간적인 고뇌는 충분히 이해한다”는 인간적인 공감대를 표시한 뒤, 뒤이어 단호하게 “입장을 밝혀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을 훌륭한 커뮤니케이션의 대표적인 예로 꼽았다.

도전정신은 타 후보에 비해 안 후보의 두드러지는 장점이다. 안 후보는 의대에 들어간 뒤, 컴퓨터에 심취해 백신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이후엔 CEO로, 학자로 길을 걷다 정치권에 입문했다. 그는 스스로를 “한번 뭔가 하면 끝까지 해내고 마는 성격”이라고 자평했다.

타 분야로 넘어갈 때 기존의 것을 모두 버리고 떠나는 용기도 안 후보의 타고난 유전자다. 안 후보는 “대선을 끝까지 완주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제가 지난주 수요일 강을 건넜고, 건너온 다리를 불살랐다”는 말로 완주 의지를 드러냈다.

성실한 모범생 유전자도 이 같은 도전의지를 성취로 이끌었다는 평가다. 유민영 대변인은 “후보가 결단하기까지 1만(萬)시간의 시간을 써야 한다. 준비가 됐을 때 비로소 도전할 수 있는 것이라고 늘 말한다”고 했다.

의사, CEO, 학자 등 분야를 뛰어넘을 때마다 입지전적인 인물로 우뚝선 것은 그의 멘토 유전자를 각인시켰다. 그외 결단의 순간에 모든걸 쏟아붓는 승부사 기질도 그의 장기다. 한 측근은 “결단의 순간은 거침없이 베팅하는 편이고, 타이밍에 대한 직관이나 감각이 매우 뛰어나다”고 말했다.

<조민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