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꼬인 중·일 관계는 이제 동북아에서 중요한 변수가 됐다. 중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 사이에 끼여 있는 우리에게 앞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댜오위다오(釣魚島)는 중국의 고유 영토다. 주권과 영토 문제에서 중국 정부와 국민은 반보(半步)도 절대 양보할 수 없다.”

일본 정부가 지난 10일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국유화를 공식 결정하자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이렇게 단호하게 결의를 표명했다. 이후 중국은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전방위적인 대일 압박의 포문을 열었다.

관영 언론들은 언어폭력에 가까운 반일 경고를 연일 쏟아내고 있고, 중국 군부에선 전쟁불사론까지 등장했다. 반일시위의 광풍이 중국 전역에 몰아치면서 성난 중국인들이 일본 상점을 습격하고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번 중·일 간 갈등은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과거에는 갈등이 발생해도 중국은 일본에 대해 정치적인 ‘구두협박’으로 대응하면서 경제교류는 강화해나가는 ‘정랭경열(政冷經熱·정치는 차갑고 경제는 뜨겁다)’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분위기가 사뭇 살벌하다. 전문가들은 “중·일 국교정상화 40주년을 앞두고 양국 관계가 금세기 들어 가장 어려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말한다.

40년 전인 1972년 9월 29일 중국과 일본은 국교 정상화에 합의, 청일전쟁 이후 약 80년간의 적대관계를 청산했다. 이날 일본은 국교 정상화 공동성명에서 과거 일본이 전쟁을 통해 중국에 중대한 손해를 입힌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다. 이후 양국은 정치·경제·외교·문화 등 각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뤄냈다.

그렇지만 현재 양국 관계는 1972년 관계 정상화 이후 최악의 상황이다. 중국은 이번에 일본이 영토문제라는 ‘핵심 이익’을 건드렸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미국의 중국 포위전략에 일본이 편승하고 있다고 판단해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

더불어 양국 국민들의 상대방에 대한 감정도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양국 간 현재 관계에 대해서 ‘좋지 않다’는 반응이 일본은 90%, 중국은 83%에 달했다. 10년 후의 양국 관계를 물은 결과 ‘지금보다 나빠질 것이다’는 응답은 일본에서 47%, 중국에서 46%였다. 또한 ‘중국이 싫다’는 일본인이 38%, ‘일본이 싫다’는 중국인은 63%였다.

올해로 국교 정상화 40주년을 맞이했건만 양국은 영토분쟁이 불거지면서 감정의 골이 깊이 파여 있다. 결국 두 나라가 깊은 상호불신의 골을 메꾸지 않는다면 언제라도 긴장과 마찰은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잔뜩 꼬인 중·일 관계는 이제 동북아에서 중요한 변수가 됐다. ‘급부상한 중국’과 우경화 흐름을 타고 있는 ‘강한 일본’이 충돌하면서 동북아에 새 질서가 짜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 사이에 끼여 있는 우리에게 앞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식탐이 유난히 강한 중·일 양국의 희생양이 될 위험성도 적지 않다. 이런 틈바구니에서 우리가 어떤 스탠스를 취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국익이 결정된다. 소모적 논쟁으로 힘을 분산하지 않고 냉철한 현실인식의 기초 위에 살아나갈 길을 어떻게 찾느냐가 지금 당장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