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티온, 몸값 부풀리기 꼼수 현금 부족한 만도 인수 불리해
한라공조 인수를 두고 최대주주인 미국계 부품회사 비스티온과 한라그룹의 수싸움이 점입가경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비스티온은 전 세계 15개국 공조 관련 사업 부문을 한라공조가 합병하는 방식으로 넘기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한라공조의 몸집은 더 커지고 값은 더 높아지게 된다. 국민연금과 손잡고 한라공조 인수에 나선 한라그룹으로선 난항에 부딪힌 셈이다.
한라공조 인수 이슈는 지난 7월 초 비스티온이 한라공조의 공개매수 후 상장폐지에 나설 것을 밝히면서 불거졌다. 그러나 이는 8%의 지분을 갖고 있는 국민연금의 반대로 무산됐고, 국민연금은 지분 우선 매수권을 한라그룹 핵심 계열사인 만도에 넘겼다. 사실상 만도의 한라공조 인수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그 후 만도는 시장에서 한라공조를 인수하기엔 유동성이 넉넉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회사채 발행과 중국 지주사 홍콩 상장을 통해 현금 확보에 나선 한편 프랑스 발레오, 일본 덴수 등과 합작해 공조회사 신설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비스티온이 한라공조 값을 비싸게 부를 것을 감안한 협상카드를 꺼내 보인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론 또다시 비스티온의 교묘한 공격에 코너로 몰리게 됐다.
업계는 비스티온이 해외 공조 사업을 한라공조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몸값을 높이고, 협상 주도권도 가져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가가 높아지면 현금이 부족한 만도로선 더 불리해진다.
시장전문가들은 비스티온이 보유한 한라공조 지분 인수에는 앞서 공개매수가로 제시한 주당 2만8500원을 감안해 2조원 이상이 소요되고, 공조 부문 재편으로 인수대금이 수조원 이상으로 늘어났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만도의 현금 자산은 현재 3000억원 수준에 그친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한라공조 지분의 투자자금 회수도 힘들어진 것은 마찬가지다. 앞서 비스티온의 공개매수에 반대 카드를 내놓은 국민연금으로선 투자 손실이 우려되는 부문이다. 20일 현재 한라공조 주가는 2만4000원으로, 공개매수가보다 낮다.
투자자로선 셈법이 복잡하게 됐다.
비스티온의 지배구조 재편 소식이 알려진 20일, 만도는 4거래일째 하향세이고 한라공조는 4거래일 만에 반등에 나섰다. 특히 한라공조는 이달 들어 하루도 빼놓지 않고 외국인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의 한라공조 매수세는 3% 수준인 배당을 노린 매수일 수 있다”면서 “한라공조를 제외한 비스티온의 해외 사업장 중에선 실적이 변변치 않은 곳도 있는 것으로 파악돼 비스티온 측이 불필요한 사업장을 한꺼번에 비싼 값에 넘기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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