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정태일 기자]삼성전자가 법원으로부터 기각된 증거를 언론 등 일반에 공개하자 애플이 즉각 긴급 제재 조치를 법원에 요청했다. 삼성전자가 아이폰 디자인의 고유성을 반증할 증거들을 법원 반대를 무릅쓰고 밝히자 이를 진화하려는 애플의 특단의 조치다. 수많은 외신들이 삼성전자의 주장을 기사화하는 등 소송을 장외전으로 몰고 가려는 삼성전자 전략대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틀간의 본안소송에서 삼성전자가 우세하게 실리를 차지한 가운데, ‘절차’와 ‘윤리’를 내세운 애플의 명분 카드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모든 수단을 동원한 삼성전자의 초강수가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법원이 애플의 제재 요청 수용 여부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2일 외신에 따르면 윌리엄 리 애플 측 변호사는 루시 고 세너제이 북부지법판사에게 서한을 보내 법원 명령을 어긴 삼성전자를 상대로 긴급 제재를 가해달라고 요청했다. 윌리엄 리 변호사는 “인정되지 않은 증거로 소송에 영향을 주려는 고의적 시도는 부적절하고 비윤리적”이라며 “애플은 법원에 긴급 제재를 주장하는 요청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이 이처럼 법원에 ‘SOS’를 요청한 데에는 자신의 약점이 그대로 드러날 수 있는 내용들이 이미 언론에 공개됐다는 점이 작용했다. 삼성전자가 언론에 배포한 자료에는 신 니시보리 아이폰 디자이너가 조나단 아이브 디자인 담당 수석으로부터 소니와 관련해 지시를 받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아이폰이 출시되기 전인 2006년 삼성전자는 F700 등 아이폰과 유사한 디자인을 이미 개발했다는 사실도 적시됐다.
루시 고 판사는 ‘시의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 같은 증거 공개를 수락하지 않자 삼성전자는 일반공개로 전략을 수정했다. 특허 전문가들은 미국 본안소송에서 판결이 판사가 아닌 배심원으로부터 나온다는 점을 주목했다고 분석한다. 배심원들은 소송 관련 기사를 보지 않도록 지시를 받지만 형성된 ‘여론’에는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신 니시보리의 증언들과 F700 등의 디자인은 주요 외신들을 통해 노출됐다. 애플은 “비열하다”고 꼬집었고, 삼성전자는 “합법적 정보제공”이라고 맞받아쳤다.
향후 변수는 재판부의 대응이다. 법원이 애플의 요구를 수용할지, 제재 수위에 따라 양측의 유불리가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조급해진 애플은 최대한 빨리 법원의 대답을 달라고 재촉하고 있는 상태다.
다음 재판은 3일(현지시간) 필립 쉴러 애플 마케팅부문 부사장이 증인으로 나선 가운데 재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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