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예년 10분의1로 떨어져 한달 100만원 어치도 못팔아
“죽을 맛이죠. 사람이 있나 보세요…없잖아요?”
지난 29일 서울 황학동 풍물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하나같이 “요즘은 ‘개시’라도 하면 다행”이라고 입을 모았다.
‘불황의 그늘’이 땡처리 시장에도 자리잡았다. 풍물시장 안에는 중고 의류, 골동품, 만물상 등 다양한 가게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지만 손님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중고 의류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모(63) 씨의 마음은 내리쬐는 햇볕만큼이나 타들어간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가게 앞 의자에 앉아 하염없이 손님을 기다리지만 요즘엔 장사가 너무 안돼 오후 6시만 되면 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가기 일쑤다. 이 씨는 “불경기 탓에 땡처리 중개업체에서 들여오는 물건 양을 줄였지만 그마저도 다 못판다”고 한숨지었다.
풍물시장에는 특히 ‘구제’라고 불리는 브랜드 중고 의류 상점이 많다. 소위 ‘명품’ 축에 속하는 중고 물품들을 취급하는 곳이다. 중개상인들이 미국이나 일본에서 컨테이너째로 물건을 들여오면 땡처리 상인들은 이 중 좋은 물건을 사와서 판매한다. 국내에서 소화되지 못한 물량은 동남아 등 해외로 되판다.
구제 상점을 운영하는 신모(57ㆍ여) 씨는 “불경기여도 구제는 좀 팔릴 줄 알았는데, 도무지 장사가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땡처리 카세트테이프를 파는 김모(72) 씨는 3~5년 전과 비교하면 매출이 ‘하늘과 땅 차이’라고 소개했다. 김 씨는 음반 제작자들이 도매점에 넘긴 테이프 중 팔리지 않아 반품된 물품들을 취급한다. 포장을 벗긴 테이프 알맹이만 사들이는 식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MP3 음원시장 탓에 아예 음반자체가 나오지도 않아 걱정이 태산이다.
그는 “오늘은 2만원어치밖에 못 팔았는데 예전에 비하면 10분의 1도 안 되는 매출이다. 공과금도 못낼 정도”라고 말했다. 골동품 상점을 운영하는 조모(68) 씨는 “예전에는 카페를 개업하는 사람들이 많아 장사가 좀 됐는데 요즘은 통 찾는 사람이 없다”며 연방 줄담배를 피웠다. 조 씨는 아파트나 주택 단지들을 직접 돌아다니며 골동품들을 모아온다. 들여온 물건들이 팔리지 않으면서 조 씨 가게엔 골동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간다.
풍물시장 상인회장 신완순(66) 씨는 “풍물시장 안 894개 상가 주인의 열 중 일곱은 한 달 수입이 100만원도 안 된다. 이들은 생계를 위해 고리사채를 쓰는 등 빚을 지고 있다”며 땡처리 시장의 불황을 설명했다.
<황유진 기자ㆍ고재영 인턴기자> /hyjgogo@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