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전입등 잇단 의혹 제기에 낙마 일각선 “박지원 체포동의안 양보용” 정치권 싸움에 대법관 명예 상처도
김병화(57ㆍ사법연수원 15기ㆍ전 인천지검장) 대법관 후보자가 결국 백기를 들었다. 자진 사퇴의 모양새를 빌렸지만 사실상 등 떠밀려 물러났다. 누군가는 사필귀정이라 하지만, 30년간 명망 있는 검사로 살았던 당사자에겐 대못 박는 소리다.
그는 지난 26일 “저로 인해 대법관 구성이 지연된다면 더 큰 국가적 문제”라며 대법관 후보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2000년 이래 후보자가 임명동의 절차 도중 자진사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후보자는 사실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청된 초기부터 낙마 후보로 꼽혔다. 야당이 거부감을 갖고 있는 권재진 법무장관의 경북고, 서울법대 후배라는 태생적 한계가 있었던 데다 국회 청문회를 전후로 무수하게 많은 의혹이 쏟아진 때문이다. 야당은 김 후보에게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작성, 세금 탈루, 아들 병역 비리, 저축은행 비리 수사 개입 등 10여개의 의혹을 쏟아냈다. “검찰은 개혁 대상”이라는 평소 주장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검사 출신 후보의 자질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낙마한 김 후보도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다. 여러 의혹 중 사실로 드러난 건 김 후보자 스스로 인정했던 위장전입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다른 의혹은 그저 야당의 주장일 뿐이었다. 특히 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은 사실로 드러난 게 없다. 그러나 야당의 강력한 추궁만으로 그는 졸지에 부패 검찰의 추악한 이미지를 덮어쓰고 말았다.
안타까운 것은 김 후보가 여당 핵심 인사의 사퇴 권유로 물러났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추악한 정치셈법이 회자된다는 것이다. 여당이 김 후보의 낙마를 끌어내 한 발 양보했으니 이번엔 야당에서 뭔가 내놓을 때가 됐다는 얘기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저축은행 금품 수수 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도록 야당이 움직여 줄 것이란 소문이 돈다.
정치권에서 정말 이런 딜이 이뤄질지 누구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김 후보의 낙마를 통해 분명히 확인한 것이 있다.그것은 현직 판사들이 내부망 게시판에 올려 김 후보 사퇴를 촉구했던 것처럼 적어도 대법관이 되려면 불법 탈법을 저지르거나 어떤 의혹의 대상이 되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법을 수호해야 할 최후의 보루인 까닭이다.
<조용직 기자> /yjc@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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