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김황식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2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사실상 폐기됐다. 과반수에 육박하는 새누리당이 부정적이었다는 점에서 애초 가결이 어려웠지만,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발의시 민주당을 압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누리당 소속의 강창희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이라는 묘수를 썼다는 분석이 많다.
김 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은 이날 저녁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에 부쳐졌으나 새누리당이 표결 시작과 함께 본회의장에서 퇴장함에 따라 의결정족수(재적의원 과반수) 미달로 처리 자체가 무산됐다.
이날 표결에는 의결정족수(151명 이상)에 못미치는 138명이 참여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밀실 추진 논란의 책임을 물어 김 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제출한 민주통합당의 경우 124명, 통합진보당 11명, 무소속 3명 등이 표결에 나섰다. 새누리당 의원 70여명은 표결 직전까지는 본회의장에 있었으나 표결이 시작되자의석을 떠났다.
이에 따라 국회는 투표에 참여한 의원 수 확인을 위한 명패함만 개함했을 뿐 투표함 자체를 열지 못했다. 강창희 국회의장은 “투표한 의원 수가 재적의원 과반수에 미치지 못한다”며 “따라서 투표수 집계를 안하고 의결정족수 미달로 이 안건에 대한 투표가 성립되지 않았음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홍일표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정보보호협정이 교환하는 정보의 보안을 규정하는 절차 협정에 불과하고 총리가 이미 대국민 사과를 했으므로 해임은 부당하다는 게 새누리당의 판단”이라며 “해임건의안 통과 저지를 위해 표결에 불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본회의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새누리당은 한일 정보보호협정을 밀실 처리한 총리에 대해 말로는 질타하면서 해임건의안 표결에는 불참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며 “새누리당 의원들의 명패에는 친일파라는 접두어가 따라다닐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 의장의 직권상정 결정에는 애초에 해임건의안의 통과 가능성이 낮았던 만큼 `직권상정’을 국회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한 `카드‘로 활용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민주당은 한일 정보보호협정 `밀실추진’ 책임을 들어 지난 17일 제출한 김 총리 해임건의안을 이날 본회의에서 표결하자고 요구했지만 새누리당은 정치공세 성격이 강하다며 난색을 보여왔다. 강 의장은 여야의 합의 처리를 강조해왔고 양당 원내지도부 역시 물밑협상을 지속했지만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여야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현안들이 산적한 시점에서 강 의장이 직권상정을 결행한 것은 향후 국회의장의 결단이 요구되는 `교착상태’에 대비해 `선례‘를 남기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다.
당장 저축은행 비리사건으로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은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의 경우 수사 진행상황에 따라 국회에 체포동의안이 넘어올 수 있다. 통합진보당 이석기ㆍ김재연 의원의 제명안도 예고된 상태이고,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적격 논란으로 대법관 후보자 4명에 대한 국회의 임명동의도 지연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새누리당 출신인 강 의장이 직권상정을 통해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하는 구도가 연출되자 야당 측에서는 곤혹스러워하는 기류도 감지됐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직권상정까지 요청하지 않은 우리로서는 과잉친절로 느껴진다”며 “억지 선례를 만들어 다른 안건을 처리하기 위한 꼼수가 있다면 앞으로 국회운영이 큰 난관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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