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파이시티(양재동 복합물류센터) 인허가 관련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고 구속기소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17일 열린 첫 공개재판에서 변호인을 통해 ‘수수한 돈 6억원은 대선자금 용도’라고 밝혀 대선자금을 둘러싼 논란이 재연될 조짐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 정선재) 심리로 열린 이날 재판에서 최 전 위원장 측 변호인은 “2006년~2007년 6억원을 받은 것은 인정하지만, 2008년 2월에 2억원은 받지 않았다. 받은 6억원 역시 알선대가가 아니라 대선경선 자금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전 위원장에게 돈을 건넨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브로커 이동율(60) 씨도 이날 증인으로 나와 건넨 돈이 대선경선자금임을 인정했다. 이 씨는 “2006년 4월 최 전 위원장이 서울 하얏트호텔로 이정배 파이시티 대표와 나를 불러 ‘경선을 하려면 언론포럼을 운영해야 하는데 거기 참여할 의향이 있냐’고 물었고, 이 대표가 그 자리에서 이를 승낙했다.‘참여할 의향’을 자금 지원 요청으로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파장이 커지자 최 전 위원장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화우의 윤병철 변호사는 지난 17일 밤 “변호인은 ‘피고인이 받은 돈은 경선자금이지 대선자금과는 관련이 없다’는 취지로 변론했다”고 해명했다. 이 때문에 최 전 위원장이 또 다시 말을 바꾸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 전 위원장은 앞서 지난 4월25일 검찰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자신이 받은 돈을 “대선을 앞두고 여론조사 자금으로 썼다”고 밝혔다가, 정치권에 큰 파장이 일자 하루 만에 “개인용도로 사용했다”고 말을 바꾼 바 있다.
이처럼 최 전 위원장이 자신의 발언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데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섭섭함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과 청와대를 압박하려는 의도란 분석이다.
최 전 위원장이 받은 돈이 대선자금이었다는 주장은 검찰로서도 상당한 부담이다. 이미 저축은행 등 정권말 권력형 비리 상당건이 대선자금 의혹으로 번지는 가운데 짐이 하나 더 생긴 꼴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17일 공판 서두에 “최 전 위원장이 파이시티의 돈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배경이 있었다”며, 파이시티 사업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했다. 이번 사건을 단순 인허가 청탁으로 한정하고 싶은 의도가 엿보였다.
하지만 이날 최 전 위원장측 주장을 촉매로 이 사건은 어쩔 수 없이 대선자금 쪽으로 방향을 틀게 될 전망이다. 야권이 줄기차게 수사를 종용하는 것도 검찰로서는 무시할 수 없다. 검찰은 아직까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여론이 임계치에 도달하는 순간 대선자금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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