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혁신 주도 이종진 현대산업개발 부사장
성냥갑 벗어나 유려한 곡선미 도입 상상과 규제 사이 독창적 설계 눈길
아파트 하면 사람들은 흔히 성냥갑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아파트가 마치 성냥갑을 쌓아 놓은 듯 획일적으로 짓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런 성냥갑식 아파트에 반기를 든 건설사가 있다. 바로 현대산업개발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성냥갑으로 대표되던 아파트에 ‘건축’ ‘아트’ ‘디자인’ 등 예술적 가치를 접목시킨 선구자적인 건설사다.
선, 면, 도형이 추상화처럼 얽혀진 서울 삼성동 현대산업개발 본사 사옥에서 동백꽃을 모티브로 곡선미를 자랑하는 부산 해운대 아이파크, 직물을 형상화한 대구 월배 아이파크까지. 현대산업개발이 선보인 예술적 빌딩이나 아파트는 한둘이 아니다. 현대산업개발이 성냥갑표 아파트를 배격하고 예술을 입은 고품격 아파트의 리딩 건설사로 자리매김한 출발점엔 상품개발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종진<사진> 부사장이 있다.
건축공학도 출신인 이 부사장은 현대산업개발 주택사업의 디자인과 설계, 조경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 이 부사장은 “삼성동 사옥도 처음엔 ‘장난스럽다’ ‘너무 추상적이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시간이 흘러 그 독창성을 인정받았다”며 “건축은 여러 모습을 갖고 있어야 한다. 아파트도 예외는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해 준공한 ‘수원 아이파크’는 우주복을 입고 있는 듯한 독특한 입면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이를 이해하지 못한 일부 주민들로부터 ‘기괴하다’ ‘난해하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고 이 부사장은 소개했다. 이 부사장은 해외 건축가들과 많은 작업을 했다. 그 과정에서 문화 충돌도 많이 겪었다. 해외 건축가들이 지나치게 혁신적인 설계안을 제시해 식은땀을 흘린 적도 한두 번이 아니라고 했다.
“수원 아이파크를 디자인한 ‘벤 판 베르켈’이 보라색을 메인컬러로 들고왔어요. 깜짝 놀라서 한국에선 아파트에 보라색을 안 쓴다고 말리느라 혼났죠. 너희 아파트들은 왜 다 똑같이 생겼냐. 집에는 어떻게 찾아가냐” 등 외국 친구의 조롱을 많이 들었단다. 하지만 이 부사장은 벤 판 베르켈과 8월 분양하는 ‘대구 월배 아이파크’의 작업을 다시 맡길 만큼 돈독한 사이가 됐다.
독특한 디자인에는 실무진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숨어 있다는 게 이 부사장의 철학이다. 그는 해운대 아이파크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다고 했다. 꽃이 퍼지는 모양의 곡선형태로 설계된 ‘해운대 아이파크’는 총 199개의 평면으로 이뤄진 디자인이 특징이다. 일반적인 아파트 단지가 20개로 이뤄진 데 비해 엄청난 개수다.
이 부사장은 “10명의 설계팀이 두 달간 밤잠을 설쳐가며 199개의 평면을 일일이 그려야 했다”며 “아름다움엔 고통이 숨어있다”고 웃었다. 그는 “현대산업개발은 1999년 정몽규 회장 취임 이후 디자인 경영을 내세우며 기존 아파트와 차별화된 설계를 추구해 왔다”며 “특화된 디자인의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인정받게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