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홍콩은 이미 죽었다.”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을 앞두고 미국 시사잡지 ‘포천’은 표지 기사를 실었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한 지 10주년인 지난 2007년 이 잡지는 제목을 ‘오, 홍콩은 절대 죽을 수가 없구나’라는 기사를 내놓으며 착오를 시인했다.

홍콩의 중국 반환 15주년을 맞이한 최근 포천의 자매지인 타임은 ‘뉴런콩’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21세기 금융 시대에 뉴욕, 런던, 홍콩이 전세계 경제발전을 촉진할 수 있는 금융네트워크를 만들었다는 의미에서다.

지난 15년간 홍콩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등에 업고 꾸준히 경제를 발전시켜 온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민주주의 체제 훼손, 언론 자유 퇴보, 빈부 격차 심화 등의 불만이 겹치면서 반중국 정서도 만만치 않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 주석은 이번 기념일을 맞아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홍콩을 방문, 홍콩 경제 사회 발전 종합 대책 내놓을 예정을 예정이다. ‘일국양제(一國兩制ㆍ한 국가 두 체제)’ 실험의 성공적인 안착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동시에, 홍콩 내 반중국 여론을 달래려는 선물 보따리인 셈이다.

▶중국, 홍콩 경제 지원군=홍콩 경제는 주권 반환 이후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3년 사스 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여러차례의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매번 중국이 전폭적인 지원을 하면서 홍콩 경제의 호황을 이끌었다.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 후 홍콩은 2009년 하반기부터 급속한 회복세로 돌아서 지난해에는 5%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2003년 사스 사태 때는 본토인의 홍콩 방문을 허용하고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 체결을 통해 홍콩 상품의 중국 수출을 확대함으로써 홍콩 경제의 활로를 텄다.

중국의 역외 위안화 제1허브로서 홍콩의 위상도 확고하다. 2007년 ‘딤섬본드(위안화 표시 채권)’ 발행이 허용된 이후 지난해에만 발행 실적이 1040억위안에 달하는 등 대외 위안화 거래의 80%가 홍콩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후 주석의 이번 방문과 함께 발표될 홍콩 발전 방안에는 ▷상하이ㆍ선전 증권거래소와 홍콩 증권거래소 간의 합작 기업 설립 장려, 홍콩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위안화 무역 결제 및 투자 장려 ▷중국과 홍콩 대학 교류 확대 ▷홍콩 과학연구원 중국 내 국가급 과학연구 프로젝트 참여 ▷중국 관광객 배로 홍콩 거쳐 대만, 한국, 일본 관광 ▷홍콩의 기본생활 물자 공급 안정화, 홍콩 자영업자의 중국 내 경영 범위 확대와 종업원수 제한 취소 등이 포함됐다. 금융, 경제, 교육, 민생, 관광 등 전 분야에 걸쳐 교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보여진다.

▶빈부격차, 인권, 물가 대(對)중국 불만 고조=홍콩은 외형적인 성장과는 달리 내부적으로는 부동산 시장 거품과 빈부 격차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2010년 1.7%였던 인플레이션율은 지난해 5.3%로 급등했다. 중국 자금의 대규모 유입과 부동산 시장 과열도 홍콩의 큰 고민거리다. 주택 가격은 지난해 11% 상승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다시 5% 올랐다. 빈부 격차도 심화하고 있다. 최근 홍콩 정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홍콩의 지니계수는 0.537로 지난 30년래 빈부격차가 가장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국양제’ 체제하의 정치ㆍ사회에 대한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중국의 영향력이 강화되면서 홍콩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침해당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분위기는 여론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12월 한 여론조사에서 홍콩인들은 자신을 ‘중화인민공화국 시민’으로 생각하기보다는 ‘홍콩 시민’으로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인이 아닌 홍콩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중요시한다는 얘기다.

언론 자유 침해도 거론되고 있다. 자유로운 취재 활동이 보장돼 아시아 언론의 허브 역할을 했었지만, 최근 조사에서 홍콩 기자 87%가 “지난 5년간 언론 자유가 훼손됐다”는 응답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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