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상범, 김성훈 기자] 한국보다 5년 앞서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일본이 신입생 미달로 로스쿨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국 역시 일본의 전철을 그대로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올봄 신입생을 모집한 로스쿨 73개교 가운데 86%에 해당하는 63개교가 정원에 미달했다고 14일 밝혔다. 정원의 절반도 못 채운 학교가 35개, 입학자가 10명 미만인 학교가 20개에 이른다.

일본 로스쿨의 위기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일본 로스쿨은 도입 이래 지원자가 꾸준히 감소해 왔다. 도입 첫 해인 2004년 지원자는 3만5521명이었으나 2012년에는 7249명으로 원년의 20%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지원자가 줄어 적자가 누적된 대학들은 구조조정 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히메지돗쿄 대학이 신입생 모집을 중단했고, 도인요코하마 대학과 오미야 법학대학원은 올 4월에 통합했다. 도쿄 메이지가쿠인 대학 법학대학원도 내년부터 신입생 모집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사법시험 합격 실적이 저조한 대학원에 대한 공적 지원을 대폭 축소할 계획이어서 앞으로 로스쿨 구조조정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도입 초기지만 한국 로스쿨도 일본의 뒤를 잇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국로스쿨협의회는 ‘2013학년도 법학적성시험(LEET) 모집’에 지원한 응시자가 7628명이라고 지난 3일 밝혔다. 8795명이 지원한 지난해에 비해 1167명(13.3%) 감소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도입 첫 해 응시생(1만960명)과 비교하면 3332명(32.9%)나 감소한 수치다. 사법시험 선발인원을 줄여나가면서 로스쿨 응시생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노영희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은 “현재 1기졸업생과 재학중인 2,3기들은 몇 년동안 고시공부를 했던 사람들이라 그동안의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로스쿨을 선택한 것”이라며 “향후에는 다른 전문대학원들과 비교해서 나은 점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쿨의 인기가 이처럼 떨어지게 된 결정적 배경으로 신규 변호사의 취업난이 꼽힌다. 일본의 경우 1974년에 1만명을 넘은 변호사 수가, 2003년 2만명, 그리고 2010년에는 3만명을 넘어섰다. 신사법시험이 시작된 2006년 이후부터는 매년 전체 변호사 수의 10%에 달하는 신규 변호사가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변호사 수가 늘어나는 것에 비례해 사건 수가 늘어나는 것이 아닌 만큼 수임경쟁도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사정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된 개업회원은 2002년 5073명에서 2012년 6월 현재 1만1697명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시장에 본격 뛰어드는 이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지난 3월 23일 1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1451명을 발표한 바 있다. 올해 사법시험 선발인원 500명을 더하면 1951명이나 되는 셈이다. 로스쿨을 도입하기 전부터 가뜩이나 치열했던 변호사 시장의 수임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수원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모(42)씨는 “예전보다 사건 수임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라며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 미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앰뷸런스 체이서(Ambulance Chaser)가 우리나라에서 현실화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앰뷸런스 체이서는 미국에서 교통사고 현장과 병원 응급실 등을 맴돌며 피해자에게 소송을 부추기는 변호사를 말한다.

이제 막 시장에 발은 들인 1회 로스쿨 졸업생들은 말할 것도 없다. 이들의 취업난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각 대학들은 로스쿨 졸업생의 구체적인 취업현황에 대해 쉬쉬하고 있는 상황이고, 구체적인 수치는 법학전문대학원평가협의회에 취업률을 보고해야 하는 8월에나 나올 것으로 보인다. 로스쿨에 재학 중이거나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이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토로한다. 로스쿨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이모(26)씨는 “로스쿨 나온다고 다 취업되는 것도 아니고 졸업생들에 대한 대우도 예전 변호사들과는 다르지 않냐”며 “상위권과 하위권 로스쿨 차이가 크다는 소문에 일단 죽어도 서울지역 상위권 로스쿨을 가는 것이 첫 번째 관문”이라고 말했다. 김형주 전국로스쿨학생회 회장은 “졸업한 1기의 경우 현재 6개월 실무연수기간이라 정식 변호사와 같은 대우를 받지 못해 취업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일본 로스쿨과 같은 실패를 그대로 답습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법무부에서 로스쿨 관련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박순철 부장검사는 “일정 자격이 되면 무분별하게 로스쿨 설립 자격을 줬던 일본과는 다르게, 한국은 로스쿨 정원을 2000명으로 통제했기 때문에 일본과 동일선상에 놓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20~30개 학교가 적정규모로 여겨졌지만 70개교 이상이 난립하면서 70~80%로 예상됐던 졸업생의 사법시험 합격률이 20% 중반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심지어 합격생을 한명도 배출하지 못하는 대학도 부지기수다. 25개 대학교를 인가해, 합격률이 90%에 육박하는 우리나라와는 다른 상황인 셈이다. 로스쿨을 설립하고도 법과대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일본과는 달리 한국은 로스쿨을 설립한 대학에 법학과를 폐지한 것도 일본과는 다른 점이다. 조홍석 경북대 법대 교수는 “일본은 법과대학을 유지해 지원자들이 굳이 로스쿨을 갈 이유가 없도록 제도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다양한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법조 인력 양성이라는 당초 취지에 맞는 시험 제도가 미비한 점이나 취업난 등이 문제로 지적되기는 하지만 일본의 예를 거울 삼아 제도를 보완해 나간다면 한국의 로스쿨은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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