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을 일깨우는 송년파티(Un reveillon qui reveille)

한 해의 마지막 밤을 축하하며 안무가인 카린 사포르타(Karine Saporta)는 서로 몸을 맞대는 댄스파티를 개최하는 방식을 택했다. 댄스파티가 끝나면 ‘관능적’인 식사와 콘서트가 이어진다. “댄스가 욕망에 가장 근접해 있기” 때문이다.

2009년 12월 31일 밤 9시 센 강에 면한 프랑스 국립도서관 광장에 설치된 서커스 홀인 ‘당수아르’ 가설무대 안에서 카린 사포르타는 ‘관능적 송년파티’를 열었다. 좋은 운수로 새해가 시작되기를 바라면서. 프로그램은 ‘연인의 집’이란 아름다운 타이틀이 붙은 1시간35분짜리 공연과 축하 디너, ‘라틴’ 댄스를 연주하는 콘서트로 구성됐다.

시작은 스트립쇼와 유사하다. 유일한 차이가 있다면 무희들이 관중을 에워싼다는 점이다. “주위에 둘러선 무희들은 관능적인 에너지로 충만한 원을 그리며 관객들을 에워쌉니다. 관객들에게 떨림을 주려는 목적에서죠. 미국과 유럽의 대도시들 중심가에서 포옹을 통해 우정을 나누는 형식을 모방했습니다.

육체적 접촉이 스트레스를 떨어뜨리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바쁜 행인들을 잠시 동안 자기 품속에 끌어안는 방식을 택하고 있지요. 공연 팀은 당수아르 무대에서 생명력 넘치는 에너지가 전달되기를 기대합니다.” 긍정적인 에너지가 순환토록 하는 것이다. 접촉 효과가 홀을 뜨겁게 만들면 그에 감염된 관객들이 춤추고 싶은 욕망에 자신을 내맡기게 된다.

관능적 무희들의 떨림 속 황홀경
관능적 무희들의 떨림 속 황홀경

카린 사포르타는 “‘연인의 집’은 단순한 스트립쇼 이상의 것이지요. 차례로 옷을 벗어던지는 방식을 즐기고, 곡예 세션과 부드러운 순간 순간, 연상작용을 불러오는 다양한 몸짓들로 연결돼 있습니다. 홀 내부에는 술이 달린 30개의 기둥이 댄스의 중심대 역할을 합니다.

기둥에는 상징적인 밧줄이 매달려있지요. 욕망만이 우리를 타인들에게 연결시킵니다.” 애당초 카린 사포르타는 지난여름 에로틱 공연을 열 계획이었지만 연기했다. 공연의 최적기가 겨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12월 31일이 연중 가장 생기가 넘치는 때라는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교도들의 옛 달력에 따르면 동지에 해당하는 마지막 날에 남녀가 섹슈얼리티의 지배를 받고 싶어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폭력적인 동시에 평화적인 섹슈얼리티에서는 모순이 발견되지요. 비범한 동시에 끔찍하고도 달콤한 진실이 드러나는 장(場)이기도 합니다.

마치 종교적 행위처럼 섹슈얼리티는 해로운 모든 것으로부터 우리를 멀어지게 해주기도 합니다. 카타르시스를 제공하지요.”

이런 역설을 해석해내기 위해 카린 사포르타는 일렉트로-락 음악과, “극도로 황홀하고, 순결하며, 매력적인 동시에 촉각으로 느껴지는” 페르골레지의 스타바트 마테르(Stabat Materㆍ‘슬픔의 성모’란 의미) 음악에 따라 자신의 무희들을 춤추게 한다. “이 음악을 들으며 사람들은 고통으로 가득 찬 슬픈 황홀경에 빠집니다.

거의 욕망을 만질 수 있도록 해줍니다. 이런 욕망이 없다면 우리는 고독하다고 느낄 겁니다. 그 욕망은 육체를 자화(磁化)시킵니다. 그것이 없으면 타인들을 향해 나아갈 그 어떤 이유도 없지요.” 애당초 카린 사포르타는 육체가 스스로를 해방시킬 수 있는 방식에 대해 작업했다. “의사들이 경련성 몸짓, 혹은 ‘경련’이라 부르는 것에 대해 연구했지요. 히스테리 환자들에 대해 아시나요?”

탁월한 신경학자인 샤르코(Charcot)가 살던 시대에 히스테리 환자들은 소위 자기해방의 ‘위기’를 겪었고, 의사들은 그 사례들을 살페트리에르 병원에 보고했다. 이들은 마치 연극을 보러가듯 병원에 간 것이다. “여성들은 충분히 즐길 기회를 누리지 못했기에 관능적인 발레와 유사한 황홀경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녀들은 자신을 내맡기는 듯한 자세를 취했고, 몸을 비비꼬았으며, 상체를 뒤로 재껴대곤 했지요. 욕망과 연계된 것은 춤이었습니다. 나는 욕망을 그려내려고 모든 노력을 기울였고, 혼수상태를 재구성하려고 애썼습니다. 그 순간들은 운동하라는 명령을 정지시키는 순간이고, 육체를 통해 말하도록 하는 순간입니다.

나는 현기증과 자아 통제 능력의 상실 사이의 관계를 연구했습니다. 늘 동일한 논리를 따르며 올해 역시 나는 관객을 동참시키는 것이 가능한지, 관객에게 현기증이 나도록 하는 것이 가능한지 알아볼 겁니다. 관객이 자기 방어를 그치고, 되는 대로 자신을 내버려두며, 행복을 느끼는지 알기 위해서 말입니다.”

홀에는 모두 140명까지 들어갈 수 있다. 예약은 필수다. 12월 31일 저녁에 자유롭지 못했던 사람들을 위해 ‘연인의 집’ 공연은 2010년 1월 28일까지 계속된다.

식사는 공연 전후에 들 수 있으나 ‘연인의 집’ 공연 도중에는 불가능하다.

메뉴는 다양하게 구성된다. 외설스런 앙트레로는 ‘나귀 불알’처럼 붉은 상세르 달걀 완숙, 송로버섯을 얹힌 감자를 곁들인 베리숀 갈레트가 나온다. 갈레트는 조르주 상드가 노앙(Nahan)에 거주할 때 즐겨 들던 음식이다.

뒤이어 쾌락의 뿌리에 익힌 닭 엉덩이, 단풍 시럽에 담근 고구마와 생강, 개암을 넣은 매운 샐러드, 무화과와 포도를 섞은 화판 요리, 크림을 넣은 파이 케이크가 나온다. 식사에는 AOC 등급의 상세르 와인 반 병, 블랑 데 블랑 샴페인 1잔, 1등급 샤르도네 와인이 추가된다.

‘텐타시온’ 오케스트라는 쿠바음악과 살사를 연주하는데, 무희들이 당신에게 스텝 밟는 법을 가르쳐준 후 혼자 춤출 수 있게 도와준다.

프랑스 애비뉴 쪽 국립도서관 타워로 들어가 MK2 영화관이 있는 층을 찾으면 된다. 지하철을 이용할 경우 케 드 라 가르(Quai de la Gare) 역, 고속전철을 이용할 경우 RER C번 노선 프랑수아 미테랑 도서관 역에서 하차하면 된다.

(이미지는 우아하면서도 어지러운 스트립쇼) 글=아녜스 지아르(佛칼럼니스트), 번역=이상빈(문학박사ㆍ불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