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신입생 모집 86% 미달사태 한국도 7628명 지원 역대 최저 변호사 취업난에 인기 급락

한국보다 5년 앞서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일본이 신입생 미달로 로스쿨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국 역시 일본의 전철을 그대로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올 봄 신입생을 모집한 로스쿨 73곳 가운데 86%에 해당하는 63곳이 정원에 미달했다고 밝혔다. 정원의 절반도 못 채운 학교가 35곳, 입학자가 10명 미만인 학교가 20곳에 이른다.

일본 로스쿨의 위기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일본 로스쿨은 도입 이래 지원자가 꾸준히 감소해 왔다. 도입 첫 해인 2004년 지원자는 3만5521명이었으나 2012년에는 7249명으로 원년의 20%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지원자가 줄어 적자가 누적된 대학들은 구조조정되고 있다.

아직 도입 초기지만 한국 로스쿨도 전철을 밟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국로스쿨협의회는 ‘2013학년도 법학적성시험(LEET) 모집’에 지원한 응시자가 7628명이라고 지난 3일 밝혔다.

8795명이 지원한 지난해보다 1167명(13.3%) 감소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도입 첫 해 응시생(1만960명)과 비교하면 3332명(32.9%)이나 감소한 것이다. 사법시험 선발인원을 줄여나가면서 로스쿨 응시생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노영희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은 “현재 1기졸업생과 재학 중인 2, 3기들은 몇 년 동안 고시공부를 했던 사람들이라 그동안의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로스쿨을 선택한 것”이라며 “향후에는 다른 전문대학원들과 비교해 나은 점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쿨의 인기가 이처럼 떨어진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신규 변호사의 취업난이 꼽힌다. 일본의 경우 1974년에 1만명을 넘은 변호사 수가, 2003년 2만명, 그리고 2010년에는 3만명을 넘어섰다. 신(新)사법시험이 시작된 2006년 이후부터는 매년 전체 변호사 수의 10%에 달하는 신규 변호사가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변호사 수가 늘어나는 것에 비례해 사건 수가 늘어나는 것이 아닌 만큼 수임경쟁도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사정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된 개업회원은 2002년 5073명에서 2012년 6월 현재 1만1697명으로 배 넘게 늘었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시장에 본격 뛰어드는 이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지난 3월 23일 1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1451명을 발표한 바 있다. 올해 사법시험 선발인원이 500명인 점을 감안하면 대략 한 해 변호사만 1800여명이 쏟아지는 셈이다. 로스쿨을 도입하기 전부터 가뜩이나 치열했던 변호사 시장의 수임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수원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모(42) 씨는 “예전보다 사건 수임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라며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 미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앰뷸런스 체이서(Ambulance Chaser)가 우리나라에서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앰뷸런스 체이서는 미국에서 교통사고 현장과 병원 응급실 등을 맴돌며 피해자에게 소송을 부추기는 변호사를 말한다.

이제 막 시장에 발은 들인 1회 로스쿨 졸업생들은 말할 것도 없다. 이들의 취업난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각 대학들은 로스쿨 졸업생의 취업현황에 대해 쉬쉬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취업자는 전체의 30%를 밑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일본 로스쿨과 같은 실패를 그대로 답습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순철 법무부 부장검사는 “일정 자격이 되면 무분별하게 로스쿨 설립 자격을 줬던 일본과는 다르게, 한국은 로스쿨 정원을 2000명으로 통제했기 때문에 일본과 동일선상에 놓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적정규모보다 배 이상 많은 70여곳이 난립했고, 로스쿨을 설립하고도 법과대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어 문제가 됐다는 지적이다.

<김성훈ㆍ서상범 기자> /paq@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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