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그리스와 스페인 재정위기가 심화된 가운데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붕괴에 대비해 글로벌 기업들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전세계 금융시장은 3년째 유럽과 미국발 위기로 요동치고 있는 실정. 기업경영인들과 시장전문가들은 유로존 붕괴로 인한 여파가 예측불가능하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다국적기업들이 비상대책들을 마련해 ’예행연습’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각) 글로벌기업들이 앞으로 닥칠 여러가지 비상상황에 대비해, 긴급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글로벌기업들이 가정한 가상시나리오는 국가간 신용거래 마비와 그리스 시민소요사태, 유럽 단일 통화 붕괴 등이다.
WSJ에 따르면 네덜란드 맥주기업 하이네켄은 현금성 자산을 그리스를 비롯한 유로존 전체에서 빼내 미국 달러화나 영국 파운드화로 옮기고 있다. 하이네켄의 대변인은 “회사의 익스포져(위험노출액)을 제한하기 위해 그리스에 현금을 거의 남겨두지 않았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주류업체 디아지오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등 다국적 기업도 이와 유사한 사전조치를 취하고 있다.
유럽 여행사인 TUI와 영국 전자업체 딕슨리테일 등은 그리스에서 사회적 불안감이 비등할 경우, 고객과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계획을 마련 중이다. 이는 지난해 민주화시위로 정정이 불안했던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여행사들이 취했던 대책과 흡사하다.
유럽 최대 컨설팅업체 롤랜드버거는 고객들과 계약 체결시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할 경우 어떤 통화와 환율을 적용할지 미리 명시하라고 권하고 있다.
일부 그리스기업들은 국내외 은행으로부터 신용거래라인을 추가확보했다. 이는 유로존을 탈퇴하고 드라크마화로 회귀하는 순간 신용경색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시장전문가들은 이미 그리스에서 신용 경색 조짐이 뚜렷해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영국 로펌 링크레이터스의 베네딕트 제임스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로 대혼란이 올 것이며, 결코 이를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WSJ은 “몇주새 유로존 내 기업의 체감경기가 현저히 악화됐으며, 특히 독일이 심각하다”면서 “그리스가 유로존에 잔류하더라도 유럽 경기와 기업 투자심리가 회복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