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위은행 방키아 10억유로 이탈 16개銀 신용강등·국채금리 상승 유로존 위기 뇌관으로 재부각

그리스의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사태)이 스페인으로 확산되는 조짐이다. 17일(현지시간) 스페인에서는 3위 은행 방키아에서 지난주 10억유로(약 1조5000억원)가 넘는 예금이 빠져나갔다는 소식이 파다했다. 현지신문은 엘 문도는 부분 국유화 조치 이후 방키아에서 빠져나간 자금의 규모가 이 은행의 올해 1분기 전체 인출액과 같은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스페인 정부는 “사실이 아니다”고 즉각 부인했지만 방키아 주가는 29% 폭락했다. 여기에 무디스가 스페인 주요은행에 대해 무더기 신용등급 하향조정 결정을 발표하면서 불안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그간 잠복해 있던 스페인 재정위기가 수면위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재정취약국인 스페인 등으로 옮겨붙기 시작한 것이다.

스페인은 이날 하루 동안 대형악재가 연달아 터졌다. 은행 16곳 신용등급 강등과 뱅크런 루머, 국채금리 상승, 경기침체 재진입 등이 줄줄이 이어진 것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날 스페인의 자산규모 1위 은행인 산탄데르 은행을 비롯해 16개 은행에 대해 신용등급을 1∼3 단계씩 강등했다.

무디스는 이번 조치가 스페인 정부의 신뢰도 하락과 경기침체 양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디스는 “은행 자산의 질이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고, 부동산 기업에 대한 부실대출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고전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카탈루냐 등 4개 지방정부의 신용등급도 강등했다. 무디스는 “스페인 지방정부가 형편없는 재정적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면서 “중앙정부가 올해 부여한 적자 목표치를 달성할 가능성도 적다”고 지적했다.

스페인발 위기는 이날 국제금융시장을 강타했다. 스페인의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한때 6.5%를 돌파했다. 구제금융의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7%대를 눈앞에 둔 상황. 앞서 그리스와 포르투갈, 아일랜드는 국채금리가 7%를 넘어서면서 결국 구제금융을 신청한 바 있다.

이날 발표된 스페인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0.3%를 기록하며 경기침체에 재진입했음을 나타냈다.

한편 그리스의 뱅크런도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4일 하루에만 그리스 은행에서 7억유로 이상이 빠져나간 데 이어 15일에도 뱅크런이 전날과 같은 기세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그리스 은행 시스템 전체가 위험에 빠졌다”면서 “최악의 상황인 뱅크런에 직면했다”고 경고하고 있다.

<권도경 기자> /kong@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