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 주상복합 시대 연 ‘도곡동의 전설’
여의도 63빌딩보다 높은…타워팰리스 3차 입주한 2004년 주상복합 인기 절정에 달했지만…
올초 가격 하락폭 가장 큰 아파트…1차 전용 165㎡형 꼽혀 ‘굴욕’
주상복합 아파트가 우리나라에 첫 선을 보인 것은 1960년대 후반이었다. 당시 개발 붐을 타고 서울 청계천을 복개해 올린 세운상가가 시초로 꼽힌다. 하지만 이는 주택공급 차원에서 이뤄졌다기보다는 근대화의 상징 혹은 주변상권 정비 차원이 강했다. 성냥갑 아파트로 불리는 판상형 아파트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주상복합은 생소한 개념이었다.
그러나 1999년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서 ‘타워팰리스 1차’를 분양하면서 고급 주상복합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당시 타워팰리스는 최고 66층에서 내려다보이는 탁월한 조망권과 수영장 연회장 골프연습장 등을 갖춘 호텔식 커뮤니티시설, 그리고 단지 내에서 쇼핑과 의료 금융 서비스를 모두 받을 수 있는 ‘원스톱 라이프스타일’을 내세우며 고급 주거 문화의 선구자로 부상했다.
‘주상복합=고급 아파트’라는 공식도 이때부터 자리 잡기 시작했다.
타워팰리스의 성공은 고급 초고층 주상복합의 유행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서울 곳곳에 분당 파크뷰, 목동 하이페리온, 용산 시티파크, 잠실 갤러리아팰리스 등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세워지며 서울의 스카이라인이 대거 변하기 시작했다. 대구와 충청권 울산, 부산 등 지방에서도 치열하게 초고층 경쟁이 벌어졌다. 여의도 63빌딩보다 높은 ‘타워팰리스 3차(262.8m)’가 입주한 2004년에 주상복합의 인기는 그야말로 절정에 올랐다. 그해 전국 일반 아파트의 매매가는 0.19% 상승에 그쳤지만 주상복합은 9.27%나 치솟았다.
하지만 그렇게 대한민국 대표 주상복합 아파트로 화제를 뿌렸던 강남 타워팰리스가 최근에는 ‘굴욕’을 겪고 있다. 얼마 전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 현황에서 최고가 대비 올 초 가격이 가장 많이 떨어진 아파트로 타워팰리스 1차 전용 165㎡형이 꼽혔기 때문이다.
타워팰리스는 2007년 9월 33억4000만원으로 정점을 찍을 당시만 해도 3.3㎡당 6680만원에 달하는 초고가를 자랑했다. 하지만 지난 1월 기준 18억8550만원에 거래되면서 거의 반토막 났다.
다른 타입의 물건들도 신세가 별반 다르지 않다. 2009년 7월 30억원에 거래됐던 전용 175㎡는 지난해 6월께 32억5000만원 수준으로 강세를 유지했지만 올 초엔 23억8000만원으로 실거래가가 뚝 떨어졌다. 경기 침체 장기화와 더불어 주상복합 아파트에 대한 호감도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횡령 혐의 등으로 구설수에 오른 코미디언 심형래 씨가 살던 집도 최근 경매에서 245㎡형이 최초 감정가 53억원에서 42억4000만원에 재입찰됐다 유찰됐고 다음 경매에선 최저매가가 34억원부터 시작된다.
남승표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요즘 같은 불경기에 나온 타워팰리스 같은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들은 2회 유찰은 기본”이라며 “고가의 아파트를 낙찰받아 45일 내 잔금을 처리할 만한 여력이 있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주상복합은 재건축 잠재력이 떨어져 시간이 흐를수록 집값이 하락하는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며 “중소형 선호가 많은데도 전용 165㎡ 이상 대형이 많은 점도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박철수 서울시립대 교수도 “주상복합건물은 인위적으로 환경을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관리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며 타워팰리스의 인기하락 요인으로 꼽았다.
대체 상품으로 단독주택도 급부상하는 추세다. 이미 단독주택의 평균 매매가격이 아파트 평균가격을 앞지르는 현상도 나타난 바 있다. 초고층의 화려함을 앞마당을 갖춘 편안함이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엔 집이 투자가 아닌 주거 개념으로 바뀌는 것도 한몫 했다. 실제 국토해양부가 최근 발표한 공시가격에서도 공동주택(아파트)의 경우 서울이 0.3%, 인천은 2.1%나 하락했다. 경기도는 간신히 1% 상승했다. 반면 올해 서울의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지난해보다 평균 6.2% 올랐다. 처음으로 100억원을 넘는 주택도 두 곳이나 등장했다.
그렇지만 여타 고급 거주지들이 0.1% 부의 상징 타워팰리스를 대체할 수 있을까.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타워팰리스가 과거에 누리던 부의 상징성에서는 많이 퇴색된 게 사실이지만, 현재 타워팰리스를 대체할 만한 대형평형이나 커뮤니티를 갖춘 상품이 없기 때문에 당분간은 최고 부촌 주거 상품으로서의 상징성은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순식ㆍ백웅기 기자> /sun@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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