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인 페티시즘(Fetichisme extreme)
두 개의 해골을 이용해 만든 비정상적인 높이의 하이힐을 신고 스티븐 코헨(Steven Cohen)은 자신의 동생의 자살을 예술적으로 형상화한 춤을 은유적으로 보여줬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안무가이자 드래그 퀸인 그는 이 신발에 ‘스쿨레토(skulettos)’란 이름을 붙였다.
지난 6일 프랑스 아르테 라이브 웹 방송은 스티븐 코헨이 펼치는 깜짝 놀랄 만한 퍼포먼스 ‘골고다’를 생중계했다. 무용가이자 성전환자인 그는 아주 긴 속눈썹과 기괴한 복장을 하고 육체를 통해 세상의 폭력을 보여줬다. 그는 스스로를 ‘유대인 게이’라 부른다. 자신이 벌이는 투쟁을 압축적으로 담아내기 때문이다.
코헨의 내면은 적대적인 가치들, 모순을 이루는 이상들이 투쟁을 벌이고 있는데 그는 거기에 폭력을 추가하려는 듯이 ‘남아공 출신 백인’이라는 정체성을 덧붙인다.
문자 그대로 ‘해골의 장소’를 뜻하는 ‘골고다’를 통해 스티븐 코헨은 장중하게 죽음을 풀어낸다. 그는 두 개의 해골을 구입하려고 뉴욕으로 떠났고, 인골을 파는 가게 모습을 촬영했다. 하나에 900달러 나가는 해골 두 개로 하이힐을 제작한 후에는 ‘스쿨레토’란 이름을 붙였다.
이탈리아어로 하이힐을 뜻하는 ‘스틸레토(stiletto)’를 연상시키려 한 것이다. 30㎝ 이상의 하이힐은 현기증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그런 다음 난생 처음으로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으로 코헨은 월스트리트를 산책했다. 해골로 만든 스쿨레토를 신고 세상에서 가장 수수께끼 같은 비즈니스 거리를 누볐다.
스티븐 코헨은 증권과 비즈니스, 은행과 대기업들로 채워진 이 거리와 세계에 끔찍한 증오심을 드러낸다. 그것들이 세상을 파괴시키는 주범이라고 그는 단언한다. 비즈니스맨을 패러디하면서 해골을 신고 걷는 퍼포먼스를 하는 이유다. 영화 ‘터미네이터’ 속에서처럼 코헨은 죽음의 기계를 닮은 무시무시한 신발을 신고 위험스럽게 흔들거리며 전진한다.
하이힐에 페티시즘을 느끼는 사람들은 이 기묘한 풍경을 목격하고 열광할 것이다. 그런 부류의 페티시즘을 ‘알토칼시필리아(altocalciphilie)’라 부른다. 위험에 대한 감각과 연관된 페티시즘이다. 하이힐을 신은 피조물은 접근하기 힘들면서도 치명적으로 추락할 수 있는 존재를 동시에 의미한다.
그녀들은 벼락을 맞은 이카루스의 역정을 이미 택한 자들이다. 여기저기 골절을 당한 환자가 점차 회복해가는 모습처럼 그녀들은 매번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망설인다.
하이힐은 핸디캡을 지닌 구두이다. 그것을 신은 사람들은 불가능과 씨름하는 존재들인 것이다.
굽이 최소한 10㎝ 이상인 하이힐은 1952년에서 1953년 사이에 탄생했다. 누구의 아이디어로부터 비롯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려진 바가 없다. 로제 비비에(Roger Vivier)가 파리에서 하이힐을 제조하고 있을 때 이탈리아에서는 페라가모와 달코가 온갖 종류의 하이힐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공기역학 법칙에 의거한 이러한 기적은 마천루를 건설할 때와 동일한 원칙에 근거를 두고 있다. 가느다란 플라스틱 프레임 속에 들어간 금속 구조가 몸무게 전체를 지탱하는 방식이다. 균형에 관한 한 걸작인 이러한 테크놀로지를 가다듬으면서 로제 비비에는 비행기 터빈용 합금을 전문으로 하는 한 항공 엔지니어링 회사에 의뢰해 하이힐을 제작하게 했다.
이탈리아인들은 하이힐을 스틸레토라 부른다. 단검이라는 의미이다. 하이힐이 너무 위험해 흉기로 분류되기도 하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대중문화 속에서 하이힐은 팜므 파탈과 청부살인을 일삼는 여성을 상징하기도 한다. 구멍을 낼 수 있다는 이유로 하이힐은 오랫동안 비행기와 공공건물에서 착용이 금지됐다. 굽의 높이는 끊임없이 신기록을 경신 중이다. 연차적으로 최대 높이는 13, 16, 19, 21, 22.5㎝로 늘어났다.
스티븐 코헨이 손으로 제작한 하이힐이 갑자기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가 만든 하이힐 높이는 30㎝가 넘는다. 아직도 하이힐에 대해 이야기할 거리가 남아있을까? 하이힐 앞쪽에 달린 두 개 해골의 존재는 이 신발로 하여금 음울하고도 냉소적인 받침대 분위기를 자아내게 만들고 있다.
퍼포먼스 ‘골고다’는 11월 6일 저녁에 퐁피두센터에서 행해졌는데, 이날 저녁 8시 반부터 아르테 라이브 웹(Arte Live Web)이 공연을 생중계했다. 행사는 퐁피두센터에서 개최하는 새로운 축제와 파리 가을축제의 일환으로 열렸다. 공연은 liveweb.arte.tv사이트를 통해 몇 달 동안 다시보기가 가능하다.
(이미지는 스티브 코헨의 퍼포먼스) 글=아녜스 지아르(佛 칼럼니스트), 번역=이상빈(문학박사ㆍ불문학)
